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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우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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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6-03-19 14:49 조회2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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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인젠 들려줄데도 없구나.” 

 

전화 저쪽에서 들려오는 우리 엄마의 푹 꺼진 목소리가 내가슴을 친다. 아버지를 저 세상으로 보내고 홀로 계시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다. 답답하고 숨이 막히고 기운이나지 않았다. 그냥 어머니가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어머니가 기뻐하셨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어느새 어머니의 행복이 나의 행복으로 되어 버렸다. 어머니 한테 아무것도 해줄수 없는 내자신이 안타깝고 무능하고 답답했다. 그 몇달동안은 무엇을 해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양산에 계시는 스승님에게 도움을 청했다. 스승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저도모르게 깊은 사색에 잠겼다. 내 마음속에 담긴 먼 옛날의 우리 엄마, 우리 두 철부지자매를 위하여 악착스레 살아온 한 여인의 일생이 밤하늘의 별빛에 반사되어 내 눈가에 짙은 추억으로 맴돌고 있었다.

 

우리가 어머니의 전부 였었다. 

 

내가 고등학교2학년 된던 해였다. 잘나가던 아버지의 직장이 갑자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뒤로 얼마 안되어 아버지는 직장를 잃었고 어머니는 쌰하이 하여 보따리 장사를 시작했다. 보따리 장사란 진짜 보따리를 머리위에 이고 이곳저곳에 자리를 찾이 비틀고 서서 밑반찬짠지랑 강냉이랑 팔아 돈을 버는 일이였다.

 

어머니는 누구보다 면목을 중요시하는 분이였는데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모든걸 내려 놓았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무거운보따리 짐을 재치있게 자전거 앞뒤에 싣고는 페달을 쌩쌩 밟으며 일년을 하루같이 매일 장보러 나가셨다. 얼마나 어려운결정이였으며 힘겨운 시작이였을까… 내 가슴에 각인된 엄마의 작달만한 뒷모습과 의젓한 자태가 나에게 작은 꿈을 심어주었던것 같다. 그때는 몰랐다 어머니의 사랑의 크기를, 어머니의 마음의 깊이를, 어머니의 터실터실한 두손의 아픔을.

 

어머니의 손길이 닿은 곳에 정성이 꽃을 피웠다.. 구수한 도라지 반찬의 매운 빛갈, 까만 솔가마에서 뿜겨 나오는 달콤한향기, 마른 명태를 내리는 망치소리, 코를 자극하는 짙은 낚지 냄새, 하남시장 뒷 골목, 서시장 모퉁이, 하얀 앉으뱅이 저울, 크고작은 비닐봉투와 그때 어머니 나이 45세… 내 어린 메모리에 저장된 어머니의 싱숭생숭들이 한꺼번에 나타나 춤을 춘다.

 

작달만한 키에 이쁘장한 얼굴, 의사의 꿈을 가진 야릇한 여인, 대학입시를 앞두고 문화대혁명의 희생물이 되어 시험장에도 들어가보지 못한고 의사의 꿈을 접어버린채 어느새 두 아이의 엄가 되어버린 우리 엄마, 이루지 못한 자신의 꿈을 우리두 자매에게 넘겨주었다. “너희들은 꼭 대학에 가야 한다. 꼭 대학에 보낼거야.” 그 자그마한 몸에서 뿜겨나오는 굳은 신념을 떠 안은 우리 두 자매는 어머니의 유일한 희망이 였다.

 

생활의 풍상고초를 한 몸에 짊어 지고 안해로서 맡며느리로서 어머니로서 그 역할에 최선을 다 하셨다. 내가 대학교에 입학할 무렵에는 연길시 하남시장에서 수산물 매대를 임대하여 수산물 장사를 하게되였다. “이제 돈을 벌어 너희들 대학교학비를 댈수 있단다.” 어머니와 함께 기뻐했던 그날, 어머니의 소박한 미소와 희망찬 미래를 상상하며 나는 속으로 다짐했다. 꼭 어머니의 소원을 시원히 풀어드리겠다고 말이다.

 

아무리 바빠도 우리집 밥상은 항상 푸짐하고 달콤했다. 아무리 바빠도 어머니 정성이 담겨진 도시락은 항상 우리 마음을따뜻하게 채워줬다. 나도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나서  어머니의 우주를 넘나들수 있었다. 무의식중의 나의 일거일동에서어머니의 모습을 종종 찾아 볼수 있었다. 어머니의 맛과 정성을 그대로 지금 내가 우리 아들한테 전해주고 있다. 말수는적으셨지만 어머니는 항상 좋은 말을 입에 담고 살았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괜찮다, 다 지나간다” “꼭 잘될거다” 어머니가 심어준 긍정에너지가 내 삶에도 큰 받침돌이 되어준다.

자신을 버리고 오로지 자식들만을 위한 삶.. 그냥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그것이 어머니의 최선의 선택이였으며 삶의 보람이였다. “너희들은 꼭 대학에 가야 한다. 꼭 대학에 보낼거야.” 어머니의 꿋꿋한 의지와 그에 따른 매 순간의 노력 그리고기필코 꺽이지 않는 굳은 신념이 빚어낸 알차고 달콤한 열매를 내 손으로 활짝 피워볼련다.

 

“어머니의 인생, 어머니의 행복은 어머니의 몫이 라네. 자네가 답답해 하고 아파 한다고 변하는게 아닐쎄. 지금 어머니는오로지 자식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기만 바라고 있을 뿐이라네, 멀리 떨어져 살고 계시니 자주 문안해 드리고 어머님을 위하여 진심으로 기도해보게나.” 순간 가슴이 뻥 뚤렸다. 스승님의 말씀은 고요한 바다처럼 편안하게 다가와 내 마음을 적셔주었다.  더 이상 답답해 하지 않기로, 더 이상 아파하지 않기로, 더 이상 기대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지금 해 줄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 하기로 했다. 어쩌면 나의 일시적인 편함을 위해 어머니의 행복을 갈구했던것 같다. 그리고 누군가의 행복을 기대하기 전에 나의 행복이 우선이라는 것을 깊이 깊이 깨달았다.

 

어머니의 뜻이 나의 길이 되여가는 행복을 누리면서 어머니의 그 위대한 사랑이 귀여운 꿀벌이 되어 오늘도 올망졸망 내삶의 꽃송이에 달달한 꿀을 빚어주고 있다. 오늘도 따끔한 엄마 생각에 마음이 짜릿해진다. 사랑스런 우리 엄마, 고마워요, 사랑해요, 그리고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정해연

 

큰딸 해연이가 일본 도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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