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간병인의 고백, 간병은 봉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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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6-02-26 16:14 조회3회 댓글0건본문
간병은 봉사가 아니다..
이것은 한 인간의 시간을 통째로 내어주는 일이고 타인의 생과 사의 경계에 서는 일이다
병실의 불이 꺼지면 세상은 잠들었지만 나의 밤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환자의 숨소리가 조금만 달라져도 심장이 먼저 깨어나고 뒤척임이 길어지면 나는 조용히 일어난다. 누군가는 나를 이름대신 "아주머니", "여사님"이라고 부르지만 그 순간 나는 이름도 감정도 지워진 채 기능처럼 존재한다. 돌봄은 따뜻한 손길로 기억되지만 그 손길 뒤에는 말없이 쌓여 가는 번뇌와 고통이 있다.
지난 겨울의 어느 날, 나의 병실에서 발생한 일이다.
병실은 고요했고 나는 저도 모르게 쌓인 피곤이 몰려와 쪽 침대에 기대여 앉은 채 얕은 잠을 붙이고 있었다. 갑자기 "쿵" 하는 둔탁한 소리가 병실의 정적을 깼다. 직업적인 본능으로 바로 소리나는 방향으로 맨발 바람으로 쏜살같이 달려가 보니 경증 치매로 앓고 있는 나의 환자가 침상에서 홀로 내려와서 화장실 가다가 쓰러 졌다.
그 순간, 나의 심장은 당장 가슴 밖으로 튀여 나올 것만 같았고 온몸은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떨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응급별을 눌렀고 떨리는 손으로 할머니를 부축하여 다친 곳이 없는지 세심히 살폈다. 담당 의사와 간호사들이 달려와 최선의 응급 조치를 대응했고 X_R, CT 등 필요한 검사를 배치했다.
나는 책임의 자리에 서서 간호사들의 사정없는 질책과 꾸지람을 들었고 고개를 숙인 채 "죄송합니다"란 말 한마디밖에 할 수가 없었다. 병실의 공기는 이미 나를 죄인으로 만들고 간호사들의 격앙된 목소리가 병실을 채웠다.
사고 소식이 보호자한테 전해지자 즉시 달려와 목소리를 높혔다. "도대체 뭘 하고 있었던 겁니까?" 그 말은 칼처럼 날아와 내 가슴에 꽂쳤다. 이미 나는 책임을 져야할 마음의 준비가 되였었고 동시에 머리 속에서는 자책이 소용돌이 쳤다. 조금만 더 깨어 있었더라면, 조금만 더 자주 살폈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일은 아니였을가...
나는 직업인이였지만 동시에 사람이었다. 두려웠고, 억울했고, 서러웠다. 그러나 주위 시선 때문에 울 수도 없었고 억울해도 드러낼 수가 없었다. 눈물을 삼키며 다시 표정을 고쳐야 했다. 환자 곁에 서 있는 사람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스스로를 다그쳤다.
당시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은 마치 천년같이 느껴졌다. 복도 의자에 앉아 있었지만 앉았다는 감각도 없었고 손은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으며 입안은 모래알 씹은 듯 말라붙어 있었다.
“출혈은 없습니다”, “’골절도 없습니다” 의사의 그 한마디가 벼랑 끝에 선 나를 살려준 심정이었다. 그제야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고 무릎이 풀렸다. 나는 인젠 살았구나, 목청높히 외치고 싶었다. 나는 스스로 무죄라고 판단하게 되었다.
그날 이후 나는 깊이 잠드는 법을 잊었다. 밤마다 작은 소리에도 몸이 먼저 반응했고 마음은 늘 긴장 속에 놓여 있었다. 환자를 원망하지 않았고 보호자를 미워하지도 않으려 애썼다. 다만 그 과정에서 나는 내 감정을 자주 접어야 했다.
그러나 간병의 무게는 사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우리는 늘 가장 가까이 있지만 가장 밖에 서 있다는 것을, 병원의 직원도, 가족도 아닌 경계의 자리, 책임은 무겁게 내려앉지만 보호는 얇은 위치, 사고는 개인의 과실이 되고, 구조의 허점은 말해 지지도 않는다. 치매의 특성도 부족한 인력도, 밤의 피로도 그 순간에는 설명이 되지 못한다.
사람들은 간병을 "도와주는 일"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생명과 맞닿아 있는 노동이다. 환자의 통증 짜증, 불안까지 다 받아 들여야 한다. 이외 사고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뛰여가고, 낙상 위험이 있으면 눈을 부릅뜨고 지켜야 한다. 심지어 마지막 운명하는 환자까지 옆에서 지켜봐야 한다. 숨을 거두면 몸을 정갈히 닦아 들이고 수의를 입혀드리는 일까지 간병인의 몫이다. 그러나 그 장면은 기록되지 않는다. 보호자의 기억에도 병원의 보고서에도 남지 않는다.
말 그대로 우리 간병인은 그림자 노동자이다. 아직까지 간병인은 늘 환자 곁에 있으면서도 제도와 보호의 바같에 서 있는 사각지대에 놓인 존재이다. 우리의 근무시간, 휴식, 정신적 소진에 대해서는 쉽게 말해 지지 않는다. “저임금, 고강도 노동, 낮은 사회적 인식”으로 4대보험도 적용 안 되는 고된 24시간 근무를 해야 한다.
나는 묻고 싶다. 돌봄은 숭고하다고 말하는 사회는 왜 돌보는 사람의 존엄에는 침묵하는가? 때로는 자존감이 크게 흔들린다. 사람은 누구나 존중 받아야 할 존재이다.
나는 거창한 것을 바라지 않는다. 다만 간병인도 한 사람의 삶을 살아가는 존재임을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병실의 불이 꺼진 뒤에도 깨어있는 눈과, 사고 한번에 무너질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우리는 가족을 대신해 곁을 지키고, 마지막 순간까지 손을잡아 주는 일을 한다. 그 손길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사회가 조금만 더 알아주었으면 한다. 간병인의 존엄이 지켜질 때에야 비로소 돌봄도 온전하게 지켜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오늘도 누군가의 곁에 서 있지만 이 목소리가 병실 밖으로 조용히 전해지기를 바란다.
/문홍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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