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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놀자 놀자 또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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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중방송 작성일26-02-20 23:01 조회5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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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4년 8월9일, 우리 일행은 석화시인과 함께 력사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길에 고구려의 고도 집안으로 향하였다.  이번 려행을 조직한 한호 형은 내가 20여년 전에 아리랑세븐 포털사이트 관련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연길에서 제일 먼저 알게 된 선배 중 한 사람인데, 올해엔 형을 따라 어정쩡 백두산행, 군함산행을 하였고 또 석화시인과 연분이 닿아 이번 행에도 동참할 수 있게 되였다. 

 

이 려행길에서 귀한 분들과 집안-환인-심양 력사려행길을 왕복 동행하며 주고 받은 이야기들이 보석같아, 기록하고 공유해야 한다는 강한 마음의 힘에 이끌려 글쓰기에 게을러진 자신을 이겨나가며 시간도 꽤나 지난 오늘 날에 다시 노트북을 열고 키보드를 두드려 본다. 

 

1. 말과 글이라는 그릇

요즘 연길시내 거리의 간판에 한어와 조선어 순위가 바뀌여 지고 이 일은 끼리끼리 앉다 보면 한번쯤은 서로 오가는 주제가 되였다. 이는 엄숙한 주제로 될 수 있고 때론 단순히 술상의 안주가 되여 씹히는 가십거리가 되기도 하겠지만 서로의 인식차이에 따라 각종의 표현의 열매가 달리기도 한다. 우리는 이번 려행길에서도 이에 관한 얘기를 주고 받았는데 조선언어문자의 사용이 점점 적어지는 추세에 이에 따른 조선족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에 대한 각자의 생각들을 나누게 되었다.

 

이에 과연 "말(언어. 문자, 소리, 글)이란 무엇인가?”라는 개념으로 좀 더 본질적이고 깊이 있는 주제로 넘어가게 되였다. 나는 아주 운이 좋게 석화시인 탄 차를 운전하는 행운을 얻어 이에 대한 풀이를 석화시인으로부터 들을 수 있다. 모든 지식은 반짝반짝 빛이 남에 틀림이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하였다. 석화시인은 높고 깊고 값진 지식을 듣는 자에게 쉽게 풀어주는 능력을 가지셨다. 배우는 자로 하여금 마치도 그것이 자기 스스로 깨달은 줄로 착각을 할 정도로 알기 쉽게 가르쳐주셨다.

 

석화시인은  말(언어 문자 등)은 만물을 담는 그릇이고 집이라고 말씀하셨다. 만물은 "말"에 담겨지고 의존하여 흩어지지 않고 혼돈을 떠나 존재할수 있게 된다. 만물의 영장이 되는 사람도 아기일때 부모님으로부터 성씨와 이름을 받아야만, 자기 이름에  담겨져 사회의 일원으로서 크고 작은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주체를 갖게 된다. 공항에 가서 비행기를 탄다 해도 그 티켓에 자기의 이름이 적혀 있어야 만 탑승이 가능한 것이 세상이 돌아가는 깊은 리치이고 간단한 원리이다.

 

우리를 실은 차는  높지도 낮지도 아니한 아기자기한 고향의 산사이를 가로지르며 내내 달리고 있었다. 산에 몸을 담은 나무들은 즐겁게 우리를 향해 손과 몸을 흔들며 춤을 추며 마중하고 바래주고 있었다. 가끔 부드럽고 잔잔한 비도 내려 대화속에 신난 우리에게 때에 따라 자신의 존재를 나타내었다.  "산" , “나무”, “비”…… 자연을 채우는 만물이 뭔가의 이름으로 불려지지 않았거나 불려질 수 없는 그러한 한 상태를 상상해  볼 수 있을가? 스스로의 이름의 그릇에 담겨지지 않는다면 즉시 카오스의  무질서와 계선이 없는 혼돈에 말려 시공에 흩어진 우주속에 빠져 사라지게 될 것이다. 

 

운전하는 나의 눈앞에는 여러가지 말로 만들어진 그릇들이 스치고 지나가고 있었다. 옆을 빠르게 스치는 하나하나의 풍경 못지 않게… 사랑, 믿음, 용기, 친구, 법, 나라, 중국, 조선족, 정치, 민족, 종교, 집, 문화 ……  한 말 (a word)을 지킴(믿음)으로, 그의 그릇에 담겨져 그 소속의 소리와 조직의 색채를 가질 수 있었다.  한 나라 공민은 그 나라의 법(언어 & 문자로 된 약속)을 지키는 것으로 국적을 부여 받는다. 이렇듯 그 말(경/법)에 담겨 하나하나의 색다른 나무와 잎이 되여 다채로운 세상을 채워 가고 있었다.  하나의 언어는 하나의 씨앗이 되며, 하나의 언어체계는 하나의 나무이며 하나의 생태계이다,

 

우리 중국 조선족은 우리의 민요가락 “쾌지나 칭칭나네”의 노래가락을 같이 부를수 있는 인생의 즐거움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이 "중국 조선족"이란 그릇에 운명으로 담긴 우리들, 그중에 “나” 개인이나 혹은 우리가 산만하게 사라진다면 그전에 우리가 지켜야 할 말이나 법(그릇)이 없어 지거나 존재하지 않은 것이 아닐가? 이것을 지키는 것은 협소함이 아니라 생명과 진실을 지키고 온 인류에 있어야 하는 다채로운 자연(사회)의 본성을  지키는 것이 아닐가? 이렇게 나는 내가 지키고 있는 “글”안에 생명이 품어 있음을 보았다.

 

차는 달리고 달리고 우리 이야기도 계속 이어지면서, 이제 우리 옆을 지나는 아름다운 산천과 구름으로 어울려진 하늘의 풍경을 넘어 “글”이라는 더욱 멋진 풍경속으로 들어가게 되였다.  이렇게 소박함 속에 숨겨진 위대한 발견을 마주하며, 나는 그 의미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한 더 큰 에너지가 필요함을 느꼈다. 심장은 급하게 뛰었고, 좁은 차 안에서 더 많은 산소를 갈망하며 숨을 고르기 위해 긴 숨을 들이켰다.

 

2. 자연속의 말, 자아보호와 생명력  

달리는 차의 창문을 살짝 열었다. 달리는 속도에 맞춰 시원한 바람이 안겨와 머리를 스쳐가고 바람의 소리는 한동안 조용한 차안의 침묵을 먼저 깼다. 자연은 “글”에 대하여 우리에게 더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로 가득했다.

 

"말"(언어) 자체가 사람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자연의 일부분으로서 그 자체의 속성을 고스란히 지닌다는 사실이었다. “아리랑”은 그 우리의 언어 속에 깃들어야만 그 본래의 맛과 색채를 완전히 전달할 수 있었다. 그것을 다른 언어로 번역하거나 해석한다고 하면 고유한 “아리랑”의 생명력과 그 독특한 색채 즉 그 맛과 멋을 온전히 담아낼 수는 없다. 마치 외국어 명시구 한구절도, 그 나라의 언어로 풀었을 때만 운률과 기운이 실린 그 시의 참된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언어는 자신만의 생명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은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존재로서, 자신만의 색깔을 지키기 위한 보호 기능을 지니고 있다. 그리하여 각 언어와 문자는 다채로운 세상 속에서 생존하고 유지할 수 있는 위치와 가치로 남아 있을 수 있다.

 

자연에서 씨앗이 뿌려지고 열매가 맺히는 것처럼 "말" 역시 자연 그대로의 흐름을 따라 씨앗이 되고 과정이 되어 결국 열매로 맺어진다. 그것은 어떤 신비로움 없이 자연의 일환으로 하나의 생명체처럼 존재한다. 자연은 우리 눈에 보이는 풀과 나뭇잎, 바람과 구름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말"까지도 포함하는 것이다. 하긴 다시 보면 당연하기도 한 것이지만 말은 힘을 담고 있고 생태계를 담고 있고 한 민족의 수천년 기억을 소유한 유전자를 담고 있다. 
 

3. 전통의 의미
그동안  시장에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선자"라고 하는 브랜드의 막걸리를 조금씩 생산하여 왔다. 어릴 적, 할머니가 손수 만들어 주신 그 맛을 고집하며 그 맛이 아니면 생산을 중단할 지경으로 고집스러웠다. 요즘 시장에 잘 팔린다고 하는  과일맛 막걸리랑은 전통의 맛을 담아 내지 못한다고 부정적인 정서를 드러내었다. 그러나 석화시인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미소를 지으셨다.  

 

"이 또한 하나의 제품이 성장하는 과정 아닐까?"
말은 단순한 질문처럼 들렸지만, 나는 그것이 단순히 제품의 성장을 넘어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물음처럼 느껴졌다. 우리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전통"에 대한 주제로 흘러갔다.

 

선생님은 치즈를 례를 들어 설명하셨다.
“만약 우리 음식전통의 시작이 유목민족의 풍요로움에 기초를 두었다면 많은 소와 넉넉한 우유로 만들어진 치즈가 전통음식의 하나가 되였을 지도 모르죠. 그러면 치즈막걸리의 탄생은 오늘이 아닌 오래전에 이미 시작 되지 않았을가요?”


우리가 알고 있는 맛, 익숙해 진 소리, 그리고 예술들은 깊은 전통문화에 기초를 두고 피여난 꽃이며 현상들이지 그 자체가 전통을 대표할 수는 없었다. 이렇게 발전해온 여러 문화적 자원들이 부단히 시대적인 변화에 따라 새로움에 도전하고 더욱 훌륭히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가고 앞장에서 달려야 하는 정신과 생명의 힘이야말로 우리의 전통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가 전통을 고수하고 또한 그 진수를 전달한다 하는 것은 우선적으로 품성(정신적인 것)적인 것이 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배타적인 것보다는 여러 색채를 끌어 안을 수 있는 관용이 더욱 지켜야 할 전통이 되여야 하며 전통적인 민족음식을 올리기전에 이웃에게 더욱 건강하고 깨끗한 음식을 갖추어 드려야 한다는 마음가짐과 태도가 더욱 훌륭한 전통이 되여야 한다. 요즘 천손이란 이야기를 많이 쓴다.

 

말 그대로 하늘의 자식이란 뜻이다. "홍익인간”이란 단어도 오래전부터 들려 오는데 이웃(주위 사람)들을 두루 이롭게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인류라는 대가정을 바탕으로 자기만 리해하는 세상의 협소함에 맞추도록 강제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내와 존중으로 지혜와 지식, 자유와 진리에 들어올수 있도록 서로를 존중하며 사랑하며  이웃과 함께 발전하는 지혜를 가지도록 하는 것이  우리 민족에게 가장 중요한 전통이고 물려주어야 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다시 돌아와서, 근본적으로 우리의 전통문화는 공동체가 인정하고 약속하고 지키고저 하는 “글(민족혼)”에 담겨져 있어야 한다. 

 

4. 공자 맹자 로자 그리고 놀자

우리는 집안의 호태왕비에 찾아가서 막걸리도 붓고 환인의 오녀산성 위에 서서 주몽이 내려봤던 그 수려한 산천도 공감해보고 심양에서 문학선배님들과 향기로운 술잔도 기울이고나서 다시 연길로 돌아오는 길에 올랐다. 날은 어두지고. 캄캄했지만 그래도 이 와중에 즐겁고도 빛나는 이름 하나 살짝 만들었다.  중국에 성인으로 공자도 있고 로자도 있고 맹자, 주자도 있으니 그 뒤를 이어 "놀자"도 있어야 하지 않을가.

 

“놀자”, 인생은 단순히 일하도록 만들어 진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인생이 육체적 생존만 위해 꿈틀거린다면 짐승과 벌레와 무슨 차이가 있 을가? 육체적 생존만 위해 산다면 이 생존싸움은 정글의 적자생존의 살벌한 동물세계이지만 사람이란 존재는 그 이상으로 생각하는 동물 즉 언어를 가진 "놀"수 있는 존재로 문화와 예술을 창조하는 주체라는 것이다. 

 

특히 우리 민족은 수많은 세월을 늘 "놀자" 하면서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흥이 나도록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면서 지금까지 이겨나가는 적극적이면서도 유연한 지혜를 닦아 왔다. 항상 즐겁게 "놀"며 항상 해학적으로 어떠한 환경이든 감사하며 자신들의 빛을 잃지 않는 그러한 지혜와 진리에 바탕을 둔 적극적인 삶의 태도를 소유해 왔다.

 

반짝반짝 빛나면서 벅차게도 다가온 석화시인이 보여주신 “풍경”들이 기억에 사라질가봐 자주 되새김도 하였지만 요즘따라 다급히 밀려오는 거세고 사람의 영혼들을 쉽게 혼탁하게 해버리는 세파에 어쩔 수 없이 기억과 영감이 색바래진 것 같아 이 글 쓰는 내내 무척 아쉽기도 하다. 이 려행은 소박하고 누구에게나 흡수될만큼 작게 깨여지고 다듬어진 지식이 비처럼 나에게 떨어짐을 느낀 행운에 담긴 려행이였다. 왜 이런 영양분들이 어릴 때부터 우리 잠들기 전에 부모님의 자장가에 담겨서 들을수 없었을 가 하는 아쉽고 엉뚱한 생각도 해보게 된다. 

 

옛날 중국에 공자 맹자 주자 로자가 있었고 우리 동네에  미자 복자 영자 춘자가 있으니 이참에 우리도 한번 “놀자”라 이름을 지어가지고 흐늘어지게 잘 놀아보는 것도 좋으리라. 인생이란 이번 려행길처럼 귀한 사람과 함께 동행하며 신나게 달리며 한번 “놀자”하고 웨쳐보는 것이라라.

 

그래 그렇지. 좋다 좋아. 놀자 놀자 또 놀자.

/한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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