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의 풍파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한중방송 작성일25-02-02 12:54 조회15회 댓글0건본문
오늘은 장날이다. 나는 겹질이 있는 중국 땅콩이 좋아 저녁에 시장에 나섰다. 날씨가 추워서인지 상인들이 하나, 둘씩 물건들을 정리하는 중이였지만 유독 땅콩 파는 사장은 《떨이요 떨이, 두 바구니에 5천원이요》하면서 사구러 소리를 지르는 것이였다.
나는 그곳으로 가서 《사장님, 두 바구니 주세요.》하고 말했다.
사장이 비닐봉지에 한 바구니을 쏟고 두 바구니을 담을 때였다. 60대후반의 한국인이 나의 옆으로 오더니 “중국산인가요? 한국산인가요?”하고 사장님에게 물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나는 자존심에 “중국산이면 어떻고 한국산이면 어떤가요? 땅에서 여무는 땅콩인데”라고 한 마디 던졌다. 그러자 그 손님은 조선족이 한국 땅에서 큰 소리 친다고 성대를 높이는 것이였다. 성격이 급한 나는 사소한 말 한마디에 순간적으로 한국인과 핏대를 세우고 험한 말을 쏟아냈다. 좋은 구경거리가 생겼다고 구경군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때 《따르릉, 따르릉》 벨 소리가 울리자 핸드폰을 호주머니에서 꺼내보니 며느리한테서 걸려온 전화였다. “아버님, 잘하셨지만 이제는 조용히 자리를 떠나세요. 어느새 며느리 친구가 며느리에게 전해준 모양이다. 때마침 땅콩 파는 사장이 나를 밀면서 어서 가라고 하기에 못 이기는 척 하고 땅콩 봉지를 들고 집으로 왔다.
물론 나는 자존심 때문에 말 하였지만 며느리 보기에도 미안하였다. 한국인이 어띻게 말하던지 참고 땅콩 봉지를 들고 그 자리를 떠났다면 오늘같은 풍파가 없었을 것이다. 아마도 내일 아침이면 내가 시장에서 땅콩을 사면서 싸웠다는 소문이 온 동네에 펴질 것이다. 별것도 아닌데, 그때 내가 3초만 입을 열지 않았더라면 ... 하는 후회와 자괴감이 함께 밀려왔다.
말은 풍파를 일으킨다. 바람이 물결을 일으키듯이 사람이 말을 잘못하면 풍파를 일으킨다. 그러므로 옛사람들은 삼단을 조심하라고 했다.
삼단인즉 붓끝과 칼끝과 혀끝이다. 붓끝은 잘못 놀리면 필화를 일으키고 칼끝을 잘못 놀리면 살생을 범하고 혀끝을 잘못 놀리면 구설수를 일으킨다.
눈은 아름다운 빛을 보라고 생긴 것이고 귀는 정다운 말소리를 들으라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감정으로 마음을 전하는데 입을 통해 발표 된다. 복이 생기는 것은 그 징조가 있으며 화가 생기는데도 그 단서가 있다. 그러므로 함부로 감정을 표출하거나 지나치게 수다를 떨어서는 안 된다. 작은 일이 큰일로 시작되고 강둑도 작은 개미구멍으로 인해 터진다.
병은 입이 좋아 들어가고 화는 입을 통해 나온다. 입은 몸을 치는 도끼요. 몸을 찌르는 칼날이다.
《세치 혀바닥이 여섯 자의 몸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기에 마음의 문을 잘 다스려야 한다. 들을 것을 들었다고 다 말해버리고 본 것을 보았다고 다 말해버리면 결국 자신을 거칠게 만들고 나아가서는 궁지에 빠지게 된다.
문명사회로 거듭나고 있는 현시대에 살면서 작은 일이라도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말아야 한다는 깊은 생각에 이런 글을 써본다.
/신서운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