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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설은 또 다시 다가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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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중방송 작성일25-01-27 17:52 조회1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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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섣달 그믐날이다. 음력으로는 2024년의 마지막 날이다.
 
또 한 해가 이렇게 가물가물 저물어가고 있다. 내일 모레면 그렇게 기다리고 좋아했던 설이 얼굴을 내밀 것이다.
 
솔직히 철부지 동년 시절엔 일년에 한 번인 설날이 그렇게 기다려졌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설날이 되면 새 옷에 새 신발을 선물 받을 수 있고 맛 나는 송편과 반찬들을 만끽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철이 들고 성년이 된 후로는 솔직히 설이 그렇게 반갑지 만은 않았다. 기쁘기 보다는 이렇다 하게 해놓은 것 없이 나이만 늘어간다는 생각에 씁쓸함이 소리없이 고여 들고 그래서 오히려 후회스러움과 자책감에 모대길 때가 많았다. 감춤없는 얘기지만 지금도 크게 다를바가 없다.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환경의 지배를 받기 마련이지만 그래서 욕망이 앞에서 끌고 경쟁이 뒤에서 채찍질하니 달려가지 않고 견뎌낼 당사자가 없는 것이 누구나 감수하는 현실이지만 달갑지만은 않다. 그래도 인내하며 그 연장선을 그어 가야 하는 것이 인생이고 삶이겠지만.
 
해마다 한 해가 저물어가고 바야흐로 설날이 다가오면 왠지 설레임보다는 저도 모르게 자신을 뒤돌아보게 됨은 왜서일까? 나만의 고집, 조용해 보이면서도 어딘가 성숙되지 못한 급한 성격, 괜한 질투심과 자체 판단에 의한 의구심, 서운했던 마음과 미워했던 마음 등등...
 
그리고 못난 자아와 아집, 어딘가 독선적이고 편협하며 고정적인 관념 ...
 
엄마가 몸소 달여주시던 달콤한 엿을 녹이며 맛 나는 물만두로 그믐밤을 보내며 새해를 맞던 그 설날이 그리워지면서 한편으로는 머리 아프게 너무 많은 것들을 붙안고 살아온 내 자신에게 버려야 할 것이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버릴 것 훌훌 버리고 좀은 헐렁하게 가볍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짙어진다.
 
언젠가는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았는데 지금은 그 반대로 되었으니 당연히 내가 그렇게 좋아하고 기다려 지던 설날도 그 수가 적어지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년 시절 어머님이 설날이면 어김없이 손수 달여주시던 그 달콤하고 맑은 옥수수 엿물처럼 티없이 깨끗이 살고 싶다는 생각 더없이 간절해진다.
 
기쁨도 주고 설렘도 주고 희망도 주고 반성도 하게 되는 그런 날이어서 설날은 분명 잊을 수 없는 뜻깊은 날인 것 같다.
/주해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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