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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딸애한데서 걸려 온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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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중방송 작성일23-07-01 17:30 조회35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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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0시 쯤 현장정리청소를 하고 있는데 《따르릉, 따르릉》 울리는 전화벨소리에 나는 일손을 놓고 호주머니에서 전화기를 꺼내들었다. 화면을 보니 중국 청도에서 영업부장으로 사업하는 딸애의 전화였다.
  
《아버지, 오늘은 중국에서 아버지 명절날입니다. 그래서 아버지께 인사를 올리려고 전화했습니다.》
《정말이냐?》
나는 믿어지지 않았다. 아니, 잊고 있었던 것이다.
 
《예. 아버지 정말이예요.》
딸애는 격동 되었는지 말소리가 떨리었다.
 
《딸아, 고맙다. 지금 아빠는  현장 일을 하고 있으니 저녁에 통화 하자구나.》
 《예. 아버지. 그럼 수고하세요.》
  
나는 스마트 폰을 꺼버렸다. 아, 나는 딸애의 고마운 인사에 흥분되어 도무지 손에 일이 잡히지 않아 쪼크리고 앉아 담배 한 대를 꺼내 물고 불을 붙이고는 깊은 생각에 잠기었다.
   
나의 큰 아버지는 50년대 현무장부에서 사업하였다. 그러다 우파 모자를 쓰고 당직을 잃고모 촌에 하향하여 농사를 짓다 해 볕도 보지 못하고 저세상으로 돌아갔다.
 
교원인 작은 아버지도 문화대혁명시절 《반혁명분자》감투를 쓰고 42살에 억울하게 세상을 떠났다. 촌장인 아버지도 《자본주의 길로 가는 집권파》란 감투를 쓰고 생산대에서 똥 수레를 몰고 다녔고 어머니가 지주성분이기에 나는 초등학교 시절에 《홍소병》조직에 들 수 없었다. 심지어 회억대비를 한다고 옥수수 대, 고구마 넝쿨, 풀뿌리 등을 망에 갈아 생산대 소물 끊이는 큰 가마에 죽을 끓여 빈하중농들이 모여 먹는 모임에도 가족들은 나서지 못하였다. 나는 20살에  군에 참가하려고 신청하였지만 역사 배경 때문에 예선에서 떨어졌다.
 
심지어 처녀들도 나를 멀리하여 김치독의 우거지상이 되여 그저 아낙네들의 뒤꽁무니를 따라 콩밭의 풀을 뽑고 논김을 매였다. 사촌 형님도 1968년 요녕조선족사범학교를 졸업하였지만 작은 아버지 때문에 농사를 짓다 나중에 작은 아버지의 누명이 벗겨져서야 정식 교원이 되었다.
 
나의 가족, 친척 중 교원, 의사, 공무원 등 다양한 직업은 많았지만 정치적 생명을 이어온 사람은 없었다. 대신 가족애와 자녀들에 대한 교양은 철저했다. 아마도 이처럼 자녀들에 대한 인성교육, 가정교육을 소홀하지 않고 살아온 덕에 오늘처럼 딸애가 “아버지 날”을 잊지 않고 해외에 있는 나에게 전화인사를 보내온 것이다.
 
참으로 자녀에 대한 교육의 성과가 아닌가 싶다. 나는 앞으로도 이런 인간적인 삶을 살라고 딸애한테 전하고 싶다.
 
이 시각, 나는 딸애에게 고마움과 더불어 아름답고 더 큰 꿈을 꾸라고 권고하고 싶다.
/신석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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