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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수필] 스스로 만드는 랑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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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중방송 작성일22-12-09 12:36 조회45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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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새벽 운동을 하려고 문을 나섰다. 간밤에 된 서리가 내려 냉기가 코끝과 귀 부리를 싸늘하게 한다. 이따금 바람이 불 때면 길가의 가로수 가지에 붙어 있던 잎들이 낙엽이 되어 색종이처럼 팔랑팔랑 흩날린다.
 
내 삶의 세 번째 계절, 가을을 맞으며 '과연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은 행복으로 향하는 길이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세월과 시간 속에서 일과 사람들을 지나쳐오면서 행복보다 세상을 쫓았던 건 아닐까?
 
그러고 보니, 그 많던 아름다운 소중한 추억들과 랑만은 다 어디로 갔을까? 나를 거쳐 간 사람들에게 난 따뜻한 사람이었을까? 랑만이 있고 행복한 사람으로 보였을까?
 
돌이켜 보면 그동안 경제와 물질에만 집착하고 추구하고 자식을 키우고 자식들의 성장하고 시집 장가를 보내고 손주들과 치다꺼리하다보면 오늘이 어제 같고 어제가 오늘 같은 일상만 날마다 반복되고 어느 날 문득 거울을 보면 젊고 랑만으로 넘쳤던 나는 언제부터 사라졌는지 흔적조차 찾을 수 없고 웬 낯선 사람이 거기에 서서 물끄러미 바라본다.
 
노년은 서서히 오지 않고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것일까? 그동안 내 삶은 뒤 전으로 밀리게 되고 감성은 언녕 어디로 종적을 감추어 버리고 어느 순간 계절의 변화에 둔감해 졌고 그래서 꽃이 언제 피고 졌는지 모르고 살았다. 그만큼 주위를 돌아볼 여유조차 없이 내가 물질에만 집착하고 살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예전에 그랬다. 봄이 오면 친구들과 새싹이 돋아나길 기다렸고 무더운 여름이면 시원한 계곡을 떠 올렸으며 가을이 되면 울긋불긋한 화려하게 물든 단풍을 찾아 산으로 가보고 싶었고 겨울이면 새하얀 눈이 언제 내릴까 설레기도 했다. 나이가 들면서 이런 생각들과 아름답던 추억들과 랑만이 자연스레 사라진 건지 팍팍한 세상살이에 젖어 계절의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게 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물질에 대한 집착을 살짝 내려놓고 주위를 돌아볼 여유를 갖지 못했던 이유가 제일 크게 작용한 것 같다.
 
삶을 풍요롭게 해 주던 우리의 감성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일상의 소소함에 웃고 떠들던 천진난만함은 어디로 숨은 걸까?. 너무 거창한 것만을 이루려고 노력한 것은 아닐까?. 황사가 뒤덮인 흐린 하늘처럼 아름답던 감성도, 추억도, 기억도 모두가 흐릿하다.
 
지금이라도 조금 더 기쁘고 외롭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면 좋은 추억도 랑만도 행복이라는 작은 사치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우선 물질에 대한 집착과 채워도 채워도 밑 빠진 그릇처럼 끝이 없는 허욕과 가정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야 한다. 우리의 삶에 아름다운 감성과 랑만이 없고 기쁨과 행복이 없다면 인간의 삶의 의미를 상실한 삶이다. 행복의 조건은 정신과 마음에서 찾아야지 물질에 구해서는 안 된다. 정신과 마음은 해방구이며 물질은 소유의 감옥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앞만 보고 달리던 날들, 무심하게 지나쳤던 일상에서 버려지고 잊어진 좋은 추억과 랑만, 기쁨과 즐거움과 행복을 찾아보자. 화려한 무지개를 쫓거나 거창한 데서 찾을 것이 아니라 내 주위와 평범한 일상에서 보석 같은 추억과 랑만, 기쁨과 즐거움과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나가는 아이들의 웃음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고 길을 걷다가 우연히 들려오는 음악에서 마음을 다 주고도 아깝지 않던 그 사람을 떠 올릴 수 있고 TV속 한 장면을 보며 좋았던 옛 추억을 찾아 낼 수 있다.
 
분홍빛으로 짙게 핀 봄의 진달래를 보고 진초록으로 살찌우는 여름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울긋불긋 곱게 물든 단풍잎을 책갈피에 끼워 두고 온 세상을 하얗게 덮은 겨울의 풍경을 그리며 지인이나 친구들을 만나 따뜻한 차 한 잔이나 소주 한잔 나누면서 또 다른 계절이 왔다며 감성을 나누고 정을 나누면서 랑만 가득한 삶을 살아가련다.
 
추적추적 비방울이 떨어지는 날이면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지나간 동년과 고향에 대한 아름답던 추억들을 되살려보고 바람이 불면 공허한 마음을 바람에 실어 보내고 해 볕이 내리쬐는 날이면 해살의 온기를 가득 담아보고 적막한 새벽이면 깊은 사색에 빠져 보는 부드럽고 신선한 향기를 품은 감성 가득한 삶을 살아가련다.
 
그러다 보면 평소 미처 포착하지 못한 많은 소중한 것들을 발견하고 하루하루의 매 순간순간이 좋은 추억이 되고, 랑만이 되고, 소소한 일에서도 삶의 즐거움과 기쁨과 행복을 누리게 될 것이다.
 
오늘까지 늘 바삐 살아온 인생이다. 평생 일만 하려고 이 세상에 태어난 것만은 아닐 상 싶다. 낭만과 행복도 즐겨보지 못하고 평생을 일만 하다가 인생의 종착역에 이르게 되면 우리네 인생은 삶의 의미와 가치가 없는 너무너무 억울하고 불쌍하고 슬픈 인생이 아닐까?
 
종종걸음 치면서 아등바등 복작대며 살아온 내 인생에 이제는 채운 것을 덜어내는 지혜를 알아가고 손에 쥔 것도 하나하나 내려놓고 쉼표를 찍어주어야 하리라. '놀아본 사람이 놀 줄 안다.'고 했다.
 
이제 혼자를 즐기는 나만의 낭만과 행복한 시간을 만들며 살 것이다. 이제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일상이 회복되면 아직 한 번도 하지 못했던 홀로 떠나는 국내는 물론 국외 여행도 감행해 보련다.
 
어차피 인생은 각자 홀로 자기 삶을 꾸려가야 하는 자기만의 몫이 아니던가?. 생각을 바꾸니 마음에 칠색무지개가 떴다.
/허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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