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등록증으로 생긴 풍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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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중방송 작성일24-01-11 20:09 조회190회 댓글0건본문
1990년 4월의 어느 날 있은 일이다.
나는 종전과 마찬가지로 왕청진 가축병원 (兽医站) 으로 아침 출근하였는데 일찍 와서 기다리고 있는 30대 후반으로 되여 보이는 한족사람이 문 앞에서 기다리다가 나에게 다급하게 묻는다. "수의소에 출근하는 분 맞습니까?", " 예, 무슨 일로 아침 일찍이 여기로 오셨습니까?".
그 사람은 자기는 왕청현 계관향 사람인데 말(马)을 이용하여 훈춘의 목재 운반부업을 갔었는데 산에서 말발구로 목재를 운반하는 도중 뜻하지 않은 사고로 말이 다쳐 죽었다고 한다. 그래서 말고기를 빨리 처리하려고 말 등록증명과 사망신고를 하러 왔다고 한다.
그때는 4월이기에 날씨가 점점 더워져 시간을 재촉하지 않으면 말고기가 변질하기에 잠시라도 늦출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시기 정부 규정상 말(马)이 어느 지역에 있으면 반드시 그곳에서 말 등록증을 발급받아야 지 다른 곳에서 멋대로 말 등록증을 발급할 수 없다고 명확히 규정돼 있었다. 하여 나는 그 사람과 계관향 수의소에 가서 수속하라고 하였더니 내가 계관항으로 가려면 오전에 차를 타고 갔다가 오후에 왕청으로 돌아와서 다시 훈춘으로 갈수 없으니 말고기는 변질해 팔지 못하면 손해가 엄청 크다며 울상이 되여 애타게 사정하며 계속 끈질기게 증명서를 떼 달라고 애걸복걸 하였다.
그때 그의 절박한 사연과 애타는 심정을 그 누구도 동정심이 가기 마련이다. 그 누구도 그런 상황에서는 도와주려는 신념으로 그의 곤난 함을 해결해 주려고 할 것이다.
그 시기에는 택시도 없는 때이기에 교통 이동 수단도 열악하여 수시로 여기저기 다니며 일을 보자면 당일치기로 하기 힘들었다. 정말 딱한 사정이었다. 내가 왕청진에서 말 등록표를 떼어 주면 말고기를 팔아 많은 손실을 피면 할 수 있지만 계관향으로 가서 말 등록표를 떼느라면 시간이 지체되어 그 동안이면 말고기는 모두 변질하여 팔 수 없으니 경제적 손실이 아주 클 것이란다.
말은 이미 죽었으니 왕청진 이름으로 떼 주면 될 수는 있으나 반드시 왕청진에서 거주하는 사람의 증명이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증명할 사람 있는가?고 물었더니 왕청진에 자기 처남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 빨리 가서 그 사람을 여기에 모셔 외서 증인으로 수속하라고 했다.
한참 지나 그 사람이 왔는데 내가 잘 아는 왕청촌의 최성무였다. 그 사람은 조선족인데 왜 이 한족과 처남 매부지간인가? 물었더니 5년 전 여동생이 이 한족사람과 결혼하였고 지금 계관향에서 살고 있다고 하었다.
나는 말 등록표를 떼기 전에 그들에게 상세하게 법적인 규정을 설명했다. 만일 문제가 생기면 일체 책임은 최성무 본인이 짊어져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말 등록표를 왕청촌 최성무의이름으로 발급해 주었디. 그들은 고맙다고 연신 인사하며 고급 담배 한 보루 사오겠다는 것을 견결히 거절하였다.
지금 와서 보니 그때 만약 그 담배 한 보루를 받았더라면 엄중한 후과가 초래 되였을 것이다. 그렇게 며칠 지난 후 어떤 두 사람이 우리 수의소에 찾아 왔다. 그 사람들은 여기에서 말 등록표를 발급받을 수가 있는가고 물었다.
"예“, 가능합니다.
“말 등록증을 발급받겠습니까?” 하고 물었더니 내가 얼마 전에 떼어준 말 등록증을 보이면서 이것이 여기 왕청진 수의소에서 발급한 것이 맞는가고 물었다.
그들은 계관향 파출소에서 왔는데 경찰 증명서를 보이면서 최성무를 아는가 하고 물었다. 잘 안다고 말하며 말 등록표에 무슨 문제가 있는가고 물었다. 그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그렇습니다. 그것 때문에 조사하러 왔다는 것이다.
사연인즉 알고 보니 계관향 최성무 매부가 그 옆집 말을 훔친 것이었다. 훈춘에 부업을 간 적도 없고 말 도둑질하기 전 천교령에서 말고기 장사하는 사람한테 넘기려고 수의소에서 말 등록증만 발급받으면 된다고 하여 결국 잔머리를 써서가며 나를 속이고 감쪽같이 말 등록증을 얻은 것이었다.
말의 생김새를 장악하고 나와 말하며 속임수를 써서 감족같이 당하였다. 또한 그 말이 이미 죽었다 하니 전혀 큰 문제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서 그 사람의 곤난을 해결해 주느라고 봉사하다가 결국엔 말 도둑놈을 도와준 방조인 취급을 당하고 말았다.
말 도둑놈은 옆집 말을 훔쳐서 천교령 말고기 장사꾼에게 900원의 헐값으로 판매한 후 현금을 가지고 자취를 감추었다. 그 사람은 원래 조선족 여성과 결혼하고 살면서 생활이 곤난하지만 일하기도 싫어하였다. 평상시 부부간 사이가 안 좋아 계속 다투며 살더니 조선족 아내는 관내로 돈벌이를 떠나버렸다.
혼자서 아이와 함께 생활하려니 너무 힘들고 돈도 없었다. 결국에는 큰마음을 먹고 말 도적질이란 범죄행위를 했던 것이다.
그때 말을 잃어버린 집에서는 여기저기 다니며 자기 집 말을 찾아 다녔지만 찾지 못했다. 그 후, 4월 8일 천교룡 장마당에 혹시 도둑 맞힌 그 말이 나오지 않겠나 하여 계관향에서 아침 일찍 천교령 장마당으로 갔다.
장마당에 도착하여 보니 기적같이 도둑 맞힌 자기 집 말이 말뚝에 매여져 있었다. 말 임자는 자기 말이라 하고 말 가지고 팔려 나온 사람은 며칠 전에 산 것이라며 옥신각신 다투었다. 그렇게 서로 간 시비하다 해결이 안 되니 계관향 파출소에 사실을 낱낱이 보고하였다.
계관향 파출소에서는 즉시 출동하여 조사를 거쳐 진상 파악에 들어갔다. 원래 말고기 장사꾼은 말을 도살하려 했는데 하도 값이 너무 싸니 3일 후 장마당에 가서 팔면 더 높은 값으로 팔 것으로 생각하여 더 챙기려고 도살하지 않고 자기 형님더러 대신 장마당에 가서 팔라고 하였다는 것이다.
만약 그때 말고기 장사꾼이 말을 도살하였으면 말 도둑놈을 찾아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파출소 민경들은 말고기 장사꾼더러 그 말 도둑질한 사람과 왕청촌의 최성무란 사람을 보면 알만 한가고 하니 안다고 하기에 민경들과 함께 우리 수의소로 찾아 왔던 것이다.
민경들과 함께 최성무의 집을 찾아 갔더니 그의 얼굴을 훑어보던 말고기 장사꾼은 말을 가져다 판 사람은 이 사람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라고 했다.
말을 가져다 판 사람은 최성무의 한족 매부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경찰은 계관향으로 가자고 하여 나와 최성무가 함께 경찰차에 앉아 말 도둑의 범인 집으로 갔다. 그러나 그는 집에 없었고 이미 그 돈을 챙겨 가지고 관내로 도망을 쳤던 것이다.
도둑놈이 없으니 더 복잡하게 되었다. 파출소에서는 우리가 혹시 도둑놈과 내통하여 함께 계획적으로 짜고 든 것이 아닌가고 의심하여 나와 최성무를 각기 갈라놓고 심문하였다. 둘의 말이 같은 데다가 도둑놈도 이미 멀리 도망쳤으니 다음과 같이 결론 내렸다.
현재 도둑놈이 도망하여 체포하지 못했기 때문에 먼저 나더러 2000원, 최성무는 1000원의 약정금을 내고 도둑놈을 체포하면 그때 가서 다시 그 돈의 일부분을 돌려주겠다고 했다. 그러니 래일 아침 집으로 가서 돈을 가져다 바치라고 했다.
계관향 파출소 말 도둑 사건 조사는 기본상 끝을 마쳤다. 긴 시간의 심문을 받고 보니 저녁 6시가 되였다. 그들이 저녁 먹으러 식당으로 가자고 하여 한상 푸짐히 차려 놓았는데 우리 둘은 한 자리에 못 앉고 자비로 따로 돈 내고 저녁 먹으라 하지 않겠는가?
그때 나는 화가 치밀어 올라 오늘 왕청에서 당신들을 협조하느라 계관향으로 왔는데 그래 밥 한 끼도 먹으란 말이 없단 말인가? 양심없는 것들이라 욕 퍼부어 가면서 만약 우리가 없다면 말 도둑 사건을 빨리 찾아낼 수 있겠는가고 하였더니 만약 말등록을 떼 주지 않았으면 우리도 이렇게 많은 고생 하지 않았을 것이며 경찰차 비용도 들지 않았을 것이라며 우리를 오히려 나무랬다. 나는 너무도 분하여 저녁을 먹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분통이 터질 지경이였다.
그래서 계관향 수의소 왕소장을 찾아가 혹시 같은 향에 있으니 파출소에 가서 사정하면 200O원의 돈을 안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청을 들었더니 왕소장이 하는 말이 나도 말 등록증을 잘못 떼 주어 원래 2000원 내라는 것을 사정하여 1000원 주었다며 절대 돈은 바치지 않으면 안 되기에 먼저 자기 돈 1000원을 선대하여 주었다.
말 등록증 사건은 3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았다. 이렇게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마음을 베푼 동정심이 역 효과로 나에게 이상한 풍파를 겪게 하였다. 그렇게 안 좋은 추억의 사건으로 인해 나의 인생역사의 발자취에 뼈아픈 흔적을 남기고 말았다.
/전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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