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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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중방송 작성일23-03-23 17:21 조회466회 댓글0건본문
이제 봄 날씨가 진하게 다가오면서 봄이라는 단어가 너무 잘 어울리는 시기이다. 겨우내 눈을 삼킨 벚나무가 망울을 터뜨리기를 기다려지는 하루다.
"일과 삶",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직업들이 있지만 당신은 "왜 돌봄이란 이 직업을 택했는지"를 생각해 본적이 있을까? 사람들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기를 진심으로 바라지만 세상살이는 그렇게 관대하지 않다. 유감스럽게도 현실은 좋아하는 일보다 생계를 위해 얼마나 벌수 있는가를 따져가며 직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면 좋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살기 위해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 하고 싶은 일도 못하고 돈도 못 버는 사람들도 있는데 돌봄이란 직업은 그래도 신통하게 돈도 벌수 있고 하는 일을 점차 좋아하게 되는 일이다. 돌봄 일도 잘 하다보면 돈과 명예가 따라 온다.
학위가 없어도 명장이 될 수 있게 세월이 만들어준다. 중국에 “行行有行家”란 말이 있듯이 돌봄에도 소리 소문 없이 선하고 뛰어난 프로들이 사랑을 받고 있다. 남들 보기에는 천한 일 같지만 그래도 보호자들은 프로간병인을 원한다.
돌봄은 나 자신만 위한 일이 아닌 타인의 삶에 힘을 기여하고 가치를 공헌하는 일이다. 돌봄은 나의 가치도 높이고 타인의 삶에 도움을 준 결과로 경제적인 보상을 선물로 받을 수 있는 직업이다. 우리는 좋아하지만 잘 할 수 없는 일보다 좋아하지 않아도 잘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다 좋아하는 일만하고 살 수 없고 좋아하는 일이라 해서 다 잘 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천하고 어지러운 일을 선호하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만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한국에 만도 수십만 명이나 되는 돌봄 종사자가 있지만 환자의 대소변 처리하고 가래 뽑고 치매환자의 광기와 폭행을 받아가는 험한 일을 좋아서 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어쩌다 보니 이 일을 하게 되였고 하다 보니 포기하지 못하고 하는 경우가 다반수일 것이다.
설문조사는 해보지 않았지만 돌봄 종사자들에게 "지금 하는 일이 정말 좋아서? 아님 잘하는 일이라서? 아님 먹고 살아야 하니 방법이 없어서?" 등 질문을 한다면 어떤 답변이 돌아올까? 모두가 현재 자신이 하는 일을 생각해 보면서 돈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갸우뚱하고 생각해 보는 이들도 많을 것 같다.
왜냐하면 돌봄을 통해 돈만 버는 것이 아니라 삶을 리모델링 하고 남을 돕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맛보기도 하면서 나름 기쁨도 행복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슨 소리? 어제 한 일을 오늘하고 오늘 한 일을 내일 하는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에 남의 배설물이나 치우면서 무슨 얼어 죽을 성취감이요, 보람이냐? 고 불평불만도 할 것이다.
세상에는 천한 일이란 없다. 다만 천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을 뿐이다.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환자나 보호자들의 감사함이 피부에 닿을 때 참 기분 좋고 뿌듯하다. 당신들은 지금 하는 돌봄 일에서 1%씩, 한 발자국씩, 한 가지씩 나아가는 성장과 좋은 경험들이 바탕으로 되여 점점 프로가 되어 갈 것이라 믿는다.
돌봄 일 10여년, 보다 더 오랜 경력에 "따뜻한 인간애"까지 가진 돌봄 종사자를 보고 사람들은 “아! 저렇게 애 쓰는구나!”, “역시! 돌봄 종사자는 대단한 게 맞아.” 라고 한다. 우리는 칭찬을 들으며 혼자서 속으로 "말해 뭐해~, 역시는 역시지" 하고 맞장구 치고 신나게 자부심을 과시하면 된다.
돌봄 종사자에 대한 글을 보고 나의 고향의 한 병원장님은 찬사를 아끼지 않으셨다. 그는 "돌봄 종사자! 그대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입니다. (你们的 岗位是 最神圣 而 崇高的)" 하고 댓글을 올렸다. 그는 병원운영에서 뛰는 의사, 간호사들의 역할도 보아왔지만 최하층 위치임에도 없어서는 안 되는 돌봄이라는 이 필수 직업의 절박함과 돌봄의 노동업적을 보아 왔다. 이것이 그가 돌봄 종사자들을 존경하는 이유이다.
사회가 핵가족 형태로 되어 가면서 맞벌이의 보편화로 돌봄 서비스 의존도가 늘어남과 더불어 돌봄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나 시선이 변화하고 있다. 돌봄이 지옥에서 천당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얘기다. 아픈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에 정성이 수반되어야 하는 돌봄 종사자도 당당하게 변화를 선택해야 하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일하는 삶과 꿈에 도전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돌봄이 하고 싶은 일이 아니더라도 이 일을 선택했고 이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돌봄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일과 삶이 혼연 일체가 되지 못해도 일에 몰입하다 보면 잘 할 수 있을 것이며 삶이 풍요로워 질 것이다. 일이 곧 삶이다. 삶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는 않겠지만 멋진 삶을 꿈꾸어 봐야겠다.
/김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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