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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손 편지가 준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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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중방송 작성일24-01-05 20:01 조회19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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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곱던 단풍이 가을바람에 날려 낙엽으로 흩날린다. 낙엽 한 장 주어들고 가을편지 전하고 싶은 계절이다. 연일 줄적줄적 내리는 가을비에 마음도 울적하여 전에 쓰던 노트를 뒤적이다가 손 편지 하나 읽었다. 환자의 초등학교 2학년 손자에게서 받은 손 편지였다.
 
몇년전, 코로나가 기승부리던 시기라 구정이여도 온 가족이 함께 면회할 수 없었다. 더구나 출근이 바쁜 두 아들과 며느리, 학교에 가야 하는 손자도 함께 자리할 수 없어 유리창 너머로 겨우 얼굴을 마주하고 스마트폰으로 목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환자도 나도 외롭고 우울하였다. 집 떠난 지도 수년이라 가슴 절절한 향수도 마음속에 씹어 삼키고 힘겹게 버텨오던 설명절이었다..
 
뜻하지 않게 환자의 막내손자가 보내준 손편지를 받았다. 짧지만 감동이 컸던 어른들에게서 받은 그 어떤 선물에 비길 수 없이 소중한 보물이었다. 환자의 어린 손자의 사랑이 묻어나는 손 편지가 가슴을 울렁이게 하였다.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저 막내 시유예요.
설이 오는데 어떻게 기쁘게 해드릴까 생각하다 편지 쓰고 있어요.
저의 할아버지 잘 돌봐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 뵈러 가면 간식이랑 챙겨주시고 잘 놀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엄마가 옆에서 새해 복 많이 받이시라고 쓰래요.
설에 행복하세요.
옥시유 올림.
 
초등학교 2학년생이 꼬깃꼬깃 세 번 접어 봉투에 넣고 겉봉에 하트까지 그리고 하트 속에 “사랑해요”를 써 보낸 귀여운 손 편지였다.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밖에 더 무슨 표현을 할 수 없었다.
 
손 편지를 읽고 또 읽고, 몇 번이고 다시 읽어도 기쁘고 행복했다. 외로움에 이보다 더 효과 좋은 약이 또 있을까? “이 편지는 나에겐 더 없이 소중한 보물이라고, 너무너무 기쁘다.“고 답장 보냈다. 간병인으로 일하면서 보호자의 신임과 믿음을 받을 때가 제일 뿌듯한데 어린 손자의 손 편지에 더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이 몰려왔다. 기쁨과 감동으로 책임감이 굳건해지는 순간이었다. 내가 감당할 책임의 무게를 깊이 느꼈다.
 
나는 어린 손자의 할아버지를 9년 돌봐드렸다. 아장아장 걸음마 타던 애기가 학생이 되는 동안 환자는 서서히 노화가 진행되면서 많이 기울어졌다. 편지를 읽는 오늘도 그때의 감동과 보람이 잊혀 지지 않는다. 손 편지가 유일한 통신 수단이었던 과거에 서로의 소식과 마음을 전하면서 사랑과 우정이 오갔던 어제가 그리워진다. 인터넷, 휴대폰과 같은 통신수단의 발달로 역사의 뒤안길로 조용히 사라져가는 요즘, 손 편지가 주는 감동이 더 감개무량하다.
/김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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