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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구름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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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6-02-27 14:38 조회59회 댓글0건

본문

우리 마을은 네 면이 논밭으로 둘러싸이고 가로세로 도랑물이 거미줄처럼 사처로 뻗어 흐르고 있다.
 
아담한 우리 초가집 앞마당에도 개울이 졸졸 흐르는데 한여름 오빠가 채발을 놓으면 쥐꼬리 만한 물고기들이 여라문개씩 잡히기도 하고 엄마 아빠가 일밭에서 돌아오면 흙이 묻은 손발을 쓱쓱 씻기도 하는 참으로 물이 많아 논농사가 잘되는 30여호가 사는 작은 마을이다.
 
마을의 북쪽켠에 흐르는 장인강이 마을사람들이 필요한만큼의 물을 내여주고는 해란강을 향해 줄기차게 달려간다. 이 강을 지나야만 북산기슭에 있는 대대마을도 갈수 있고 학교가 있는 공사마을에도 갈수 있다. 언제부터 돌다리로 바뀐다고 어른들이 말하지만 내가 고향마을을 떠날때까지 쇠사슬이 드렁드렁 드리운 구름다리가 우리 마을과 바깥세상을 이어주는 중요한 교통수단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해 나는 열살이고 오빠가 15살이였다. 여느집들처럼 부지런하고 순박한 농군아버지와 알뜰히 살림하는 착한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무탈하게 자라는 우리 오누이는 남 부러울것 없었다. 특히 오빠는 학교 갔다 오면 무슨 배가 그리도 고픈지 찬장에서 밥을 내려서 고추장이나 김치 한가지라도 있으면 골고루 비벼서 후딱 해치우고는 슬슬 배를 만지며 종이에다가 또는 벽에라도 이런저런 그림을 그려놓군 하였다.
 
오빠의 그림속의 모델은 언제나 엄마였다. 엄마는 키가 작지 않지만 그렇다고 큰편은 아니다. 보통키에 좀 마른편이지만 옷매무시가 고와서 같은옷을 입어도 다른 엄마들보다 우리 엄마가 더 멋있어 보인다. 오빠는 머리에 삼각구건을 두루고 메주를 빚는 엄마를 그렸고 초모자를 쓰고 논밭에서 기음을 매는 엄마를 그렸으며 특히 오빠는 구름다리를 잘 그렸는데 장보려 갔던 엄마가 구름다리우에서 머리에 무거운 보따리를 이고도 함박 웃음을 띠고 걸어오는 모습은 볼수록 정답고 자애롭다. 오빠는 그림 제목을 “세상에서 제일 고운 우리 엄마” 라고 달았고 나는 이 그림을 미닫이문에 풀로 붙여놓기까지 하였다.
 
그렇게 그림을 그리며 놀다가 오빠는 저녁이 되면 밥상에 마주앉아 또 언제 밥먹었냐 싶게 볼이 미여지는 시늉을 하면서 저녁을 먹었다. 엄마는 한번도 핀잔주는 일 없이 흐뭇하게 바라본다. 되려 어린 내가 뒤집 은숙이할머니한테서 배운대로 입을 삐죽하며
“에그그 굶어 죽은 귀신 오빠한테 매달린게 틀림없어!”
 
하면서 눈을 할기죽 거릴때가 많았다. 그러면 오빠는 헤벌쭉 웃으며 먹던 밥을 계속 먹었다. 다섯살 나이차이가 있어서인지 말수가 적은 오빠지만 나는 오빠를 너무 따랐고 오빠는 나의 요구라만 잘도 들어주었다. 우리 집은 이 자그마한 산촌마을에서 웃음이 넘치고 평온하고 화기애애한 행복한 집이였다.
 
곡식이 영글어가는 소리가 바람에 실려오고 매미소리,풀벌레 소리가 온 들판을 점령하는 가을이 짙어가는 계절이다. 그날도 오빠의 자전거뒤에 앉아가려고 나는 중학생인 오빠네 학급에서 기웃거리다가 언제 끝날지 몰라서 혼자서 탈탈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내가 마을어귀에 들어섰을때 구름다리우를 건늘가 말가하면서 서성이는 낯선 여자를 보았다. 아마 구름다리를 건늘 용기가 나지 않아 망설이는 모양이였다. 나는 깡충깡충 뛰여가며 소리쳤다.
 
“괜찮아요! 무서워말아요!”
“이 마을에 사는구나!”
그녀는 해맑게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고맙다. 함께 건너가자!”
우아한 옷차림에 부드러운 눈빛과 상냥한 미소를 얼굴에 가득 담은 이 여인은 큰 시가지에서 오신 분이 분명했다. 조선말을 잘하지 못했지만 맑은 목소리로 어린 나도 다 알아듣게 천천히 아주 똑똑하게 말했다.
 
“ 우리 마을도 인차 돌다리 놓아준다 했어요. 돌다리 없어도 우린 괜찮은데 어른들이 힘들어요.곡식 나를때 웃마을로 돌아다녀야 해서요!”
 
나는 묻지도 않은 말을 하면서 구름다리우에 상큼 올라갔다. 량켠에 쇠사슬이 하나씩 길게 뻗어있고 밑에 쇠사슬이 여러게 둬뽑간격으로 있으며 그우에 널판자를 깔아놓은 다리이다. 빈 소수레도 다닐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소수레만 지나가면 널빤자가 끊어지거나 구멍이 나서 “소수레금지”라고 구름다리 량옆에 생산대장인 나의 아빠가 비뚤비뚤하게 석회가루로 써놓았다.그래도 30여메터는 실히 되는 구름다리라 우리 마을 사람들이 무서워 안하지 처음 오는 사람들은 새된 소리를 지르며 무서워 다리를 발발 떤다.
 
휘청이는 다리아래에는 저수지에서 내려오는 장인강 맑은 물이 유유히 흐르는데 비가 많이 오면 저수지수문을 열어 놓아 그 물살이 장난이 아니다. 그래서 구름다리가 밀려내려갈가바 가슴 조이기도 하지만 그런 날은 여태 없었고 구름다리는 굳건하다. 엄마는 예전에 늘 나를 업고 이 구름다리를 걸었고 지금은 오빠가 나를 자전거 체대에 앉히고 이 다리를 나는듯이 달린다. 이 아지미한테 우리 엄마 오빠 자랑을 할가말가 하다가 내손을 꼭 잡고 있는 손이 너무 떨기에 나는 무서워 말라고 위안해주기에 바빴다. 구름다리를 다 건느자 그녀는 아래다리가 풀리는지 폴싹 쪼크리고 앉아 숨을 몰아쉬였다.
 
“누구집을 찾으세요?”
누구집 숟가락 몇개인지 알 정도로 이집저집 기웃거리며 꼬마소식통이라 불리우는 나는 오돌차게 물었다.
 
“음~~구름다리에서 제일 가까운 집이란다. 그렇게 기억되니깐. 지금 80이 거의 되셨을거야!”
가마스럼한 나의 엄마의 얼굴에 비하면 그녀의 얼굴은 하야말쑥하고 지어 투명하기까지 하였다. 저런 피부를 우유빛 얼굴이나 하나 하며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나는 활짝 웃었다.
 
“은숙할머니이군요! 어서 가요. 우리집 뒤집이예요. 저 보이죠! 며칠전 금방 회칠한 집이요!”
“그래! 너를 만나 참 다행이구나!”
 
논밭에 논물을 다 떼여서 도랑물이 말랐는지라 나는 가장 가까운 길을 택했다.달싹거리며 뛰다싶이 걸어가는 나의 책가방에서는 빈 밥곽안의 숟가락이 달랑거리고 엄마보다 많이 젊어보이는 이쁜 아지미는 부지런히 나를 쫓아왔다. 은숙이네 사립문을 열며 마당에서 내가 소리쳤다.
 
“은숙할머니~~ 손님 왔어요!”
“누구 왔다고?”
꼬부랑 은숙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이윽고 정지문이 열리며 은숙할머니가 나타났다.
“누구시오?”
얼굴에 주름이 쪼글쪼글한 은숙할머니가 꼬부랑허리를 펴며 눈살을 찌프렸다. 모르는 얼굴이라 어저쩡해 했다.
 
“할머니! 상해지식청년으로 저 대대마을에 왔던 쑈짱임다!”
“ 어마야,이게 무슨 소리요? 상해처녀!”
 
은숙할머니는 아지미 두손을 덥석 잡으며 아연실색하였다. 나는 임무를 완성한 개선장군이 되여 우쭐하며 은숙이네 집을 나왔다. 나는 부레나케 우리 집 문을 열며 소리쳤다.
“엄마! 은숙이네 상해에서 손님 왔어요!”
 
이남박에 쌀을 씻어 쇠가마에 안치던 엄마가 그대로 이남박을 떨구며 털썩 주저앉았다. 엄마의 놀란 기색에 나는 의아해 눈이 둥그랬다.
“엄마 왜 이래?”
“오~~별일 아니다. 좀 놀랐구나!”
 
말은 이렇게 하면서 엄마는 쌀을 안치다 말고 한참을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해 있었다.
 
“엄마 ~~”
나는 무슨 영문인지 모르고 엄마를 부르며 어리둥절해하였다. 이윽고 엄마가 자리를 차고 일어나면서
“엄마 은숙이집 가야겠다. 해란이는 쌀을 가마에 안쳐놓고 불을 좀 때거라! 오빠 또 묵은밥 먹게 하지 말고!”
 
그리고는 옷매무시를 다듬고 머리를 매만지더니 은숙이네 집을 향해 총총히 걸어가셨다.
마을 사람들은 우리 엄마만큼 착한 사람이 이 세상에 없다고 혀를 찬다. 풍을 맞은 할머니와 병환에 시달리는 할아버지 시중을 십여년 해드리며 모범며느리로 대대마을뿐만 아니라 공사마을까지 소문이 났지만 엄마는 어느 표창대회에도 참석하는 일이 없었다. 부녀주임이 아무리 찾아와도 엄마는 딱 거절하였다. 엄마는 얼굴이 동그란형이고 피부가 가마스름하다.
 
엄마의 이마에 유표하게 보이는 동전만한 흰점이 있는데 그것이 희여질때면 엄마의 얼굴이 더 가무스럼해 보인다. 동네로인들이 하는 말이 백전풍이라는 저 흰점이 온 얼굴에 퍼지면 엄마가 죽는다고 하였다. 오빠는 어릴때 엄마 얼굴에 매달려서 그 하얀점이 커질가바 작은 입으로 호호 불기도 하고 자기 침을 바르기도 하였다.엄마 키를 넘기고 있는 지금은 그러지 않지만 그래도 오빠는 엄마가 집에 있을때면 머리로 흰점을 덮게 못한다.자기가 보면 커지지 못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오빠의 영향을 받아 나도 늘 엄마의 흰점을 호호 불며 없어져라고 애원한다. 그때면 엄마는 우리 오누이를 꼭 껴안으며 눈물이 글썽해 행복의 미소를 얼굴에 떠올리신다.아버지가 좋다는 약은 다 구해오고 우리 오누이가 너무 간절하게 원해서인지 엄마의 흰점은 더 커지지 않지만 그렇다고 더 작아지진 않는다.
 
엄마 하라는대로 밥이 다 되자 뜸을 들이게 한고패 저어놓고 불안한 마음에 도저히 앉아 있을수 없어서 나는 은숙이네 집에 엄마를 부르며 들어갔다.
은숙이는 부모님들과 함께 방에 조용히 앉아 있고 정주간에 세 여인이 마주앉아 서로 흐르는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이 상황은 뭐지?)
 
나는 어정쩡 눈치를 보며 엄마의 팔에 매달려 얼굴을 바짝 붙였다. 엄마가 나를 꼬옥 껴안으며 무릎에 앉혔고 나의 등에 얼굴을 비비며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아직 해란이 아버지도 오지 않았는데 태호일은 집식구들이 모여서 얘기하고 상해는 우리 집에 머물면서 좀 있다 태호가 오면 얼굴이래도 보오!”
 
은숙이할머니는 눈물을 훔치더니 이런 결정을 내렸고 엄마는 나의 손목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 상해에서 오신 분이 몸을 구부린채로 일어나 허리를 펴지도 않고 엄마의 다른손을 꼭 잡고 말은 못하고 자꾸 눈물만 흘렸다.
 
어둑어둑 해가 질때 아버지가 밭에서 돌아왔고 엄마는 식장을 마주보며 누워있었다. 오빠의 친구 삼룡이오빠가 문을 삐죽 열고
“ 태호 늦게 옴다. 흑판보 오늘까지 다 해야 돼서요!”
하고는 바람같이 사라졌다.
내가 낑낑 저녁상을 차리고 아버지가 손발을 씻고 구들에 올라오면서 엄마한테 다가갔다.
 
“ 오늘은 또 어디 아프오?”
“여보!”
엄마는 몸을 반쯤 일으키며 아버지의 팔을 붙잡더니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예상한 일이지만 정작 오니 이렇게 가슴이 아프네요! 상해에 있는 분이 왔어요!”
아버지는 몸을 흠칫하더니 후 한숨을 내쉬며 평온한 어조로 물었다.
 
“ 둘이 같이 왔소?”
“아니요! 여자분만 왔어요. 공사마을까지 함께 왔는데 남편은 차마 못오겠다며 먼저 가보라 하더래요! 둘이 상해에 가서 끝내 가정을 이루었대요!”
 
엄마와 아버지는 저녁밥을 드실 생각은 아예 없어보였다.아버지가 엄마의 뒤잔등을 어루쓸며 말했다.
 
“둘이 가정을 이루다니! 잘됐구만.태호가 모르는것도 아닌데,어서 일어나오!”
오빠도 알고 있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나는 너무 궁금해서 참을수 없었다.
“아버지~ 나만 모르는 일,제가 알면 안돼요?”
“ 오~ 해란아 넌 아직 어려서 알려주지 않았는데 오빠는 지금 왔다는 상해분이 낳은 친자식이고 엄마 아버지 보고 맡아 키워달라 하였단다.”
 
“네? 우리 오빠 내 친오빠 아니예요?”
나는 믿을수 없는 현실에 두눈이 올롱해 무슨 말을 더해야 하는지 한참 멍해 있었다. 이때 문이 벌컥 열리며 오빠가 헐레벌떡이며 집에 들어왔다.
 
“ 배고파! 어서 밥줘!”
분위기 어떻게 돌아가는지 상관없이 오빠는 허겁지겁 밥을 먹었다. 내가 한 밥이 약간 탄내 나는것 같기도 한데 말이다. 엄마와 아버지는 애틋한 눈길로 오빠를 바라보며 천천히 밥상에 마주 앉았다.나는 울먹울먹해서
 
“오빠가 내 친오빠 아니야?”
그리고는 엉엉 울음보를 터뜨렸다. 밥숟가락이 입에까지 갔다가 멍해진 오빠는 어리벙벙해 엄마 아버지를 번갈아 보았다. 아버지가 다시 숨을 후 내쉬며 숟가락을 들다말고 도로 내려놓았다.
 
“태호야, 어느날인가 이렇게 문뜩 듣고 놀랄가바 중학교 올라올때 다 말해 주었잖니! 너의 친엄마 친아버지는 70년대 상해지식 청년으로 우리 마을에 왔다가 너를 낳았고 그때 상황이 너를 데리고 갈수 없어서 결혼후 10년이나 아이가 없은 우리가 키웠다구! 너는 우리집의 복덩이로 네가 다섯살때 이렇게 엄마 아버지한테도 해란이란 딸이 털썩 생겨서 네가 얼마나 귀한지 몰랐다.그리고 인제 너의 친부모들이 너를 찾아왔구나!”
 
오빠는 아무말도 없이 눈을 내리깔고 앉아있고 엄마가 눈굽을 찍으며 오빠의 어깨를 어루 쓸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넌 내 아들이다! 엄마는 너를 낳지는 않았지만 너를 받아안은 순간부터 내가 낳은 자식이라 생각하고 키웠구나!”
“뭐야! 오빠가 남의 자식이라니! 엄마 아버지 나보다 오빠를 얼마나 더 고와하는데! 무슨 일이나 오빠가 먼저잖아!”
 
나는 눈앞에 벌어진 일들이 믿겨지지 않아 계속 쿨쩍거렸다.
“상해라는 도시에서 살다가 고향과 수만리 떨어진 이 치벽한 곳에 와서 그들이 눈물을 얼마나 흘렸겠니! 그런데다가 당당히 키울수도 없는 상황에서 너를 낳았으니 너의 친엄마는 은숙이할머니를 통해 나한테 너를 맡기고 죽으려고 저수지에 뛰여들기까지 했단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악착같이 너의 친아버지를 다시 만나 결혼까지 했다는구나.아무리 네가 보고 싶어도 차마 올수가 없었는데 너의 친할아버지 되시는 분이 너를 보지 않고는 눈을 감을수 없다고 한단다. 렴치불문하고 너 데리러 왔다는구나!”
 
엄마가 오빠의 팔을 붙들고 눈에 눈물을 가득 담고 말을 이어갔다.엄마와 아버지는 오빠의 친엄마 친아버지에 대한 조금의 원망도 없는것 같다.듣고만 있던 오빠가 벌떡 일어났다.
“어디 있슴까? 친엄마라는 사람이!”
나도 발딱 일어나며 소리쳤다.
 
“은숙이네 집에 있어! 은숙이 할머니를 찾아서 내가 모셔다 드렸어!”
“엄마 아버지 난 이집 아들이니 절대 다른 생각 하지 마쇼! 내 지금 친엄마란 사람 만나겠슴다!”
 
오빠는 씽하니 일어나더니 밖으로 달려나가고 나도 바빠라 오빠를 뒤따라갔다.
우리집 강아지가 쫓아오며 캥캥 지어대고 은숙이네 멍멍이가 멍멍하니 마을의 개들이 여기저기 짖어대기 시작한다. 오빠의 돌연 출현에 상해에서 오신분은 엉거주춤하고 있었고 은숙이할머니가 오빠의 팔을 끌었다.
 
“그래! 태호야 이분이 너를 낳아준 분이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오빠를 쳐다보는 상해아지미의 고운 눈이 파르르 떨면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오빠는 침을 꿀꺽 삼키며 올리 치미는 분노를 가라앉히는지 아니면 정작 친엄마라는 분을 직접 만나니 설음이 울컥하는지 고개를 외로 탈며 한참을 아무말도 안하고 묵묵히 서있었다. 뒤따라 간 나는 오빠의 눈치를 보며 숙제책을 펼쳐놓고 있는 은숙이 옆에 가서 조용히 앉았다. 오빠는 구들에 올라올 생각이 없는지 신을 신은채 그대로 부엌 장판에 걸터 앉으며 머리를 숙이더니 울먹였다.
 
“엄마 아버지 말해주어서 나두 다 압니다!”
이 한마디를 내밷고 오빠도 주루룩 눈물을 흘렸다. 나는 얼결에 일어나 오빠곁에 가서 앉았다.
“ 미안하구나! 낳기만 하고 키워 못줘서 정말 미안하다.이미 알고 있다니 !…”
오늘 상해분은 눈물샘이 터져서 마를줄 모른다. 그래도 오빠를 바라보는 눈길에 친자식과의 상봉에서인지 한없이 자애로왔다.
 
“ 나를 낳았다면서 왜 키우지 않았슴까? 왜 죽으려고까지 했슴까?”
오빠는 친부모를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었던 말인가보다. 오빠는 친엄마의 얼굴을 보지 않고 바닥을 내려다보며 낮지만 격앙된 목소리로 물었다. 아지미가 앉은 걸음으로 오빠한테 다가가 오빠의 손을 잡으려 하자 오빠가 움쭐하고 몸을 옹송거리며 옆에 있는 나의 손을 잡고 만지작 거렸다. 나는 오빠의 손에 땀이 배겨 축축해진걸 단번에 느낄수 있었다. 아지미가 오빠의 어깨에 하얀 손을 올렸다가 호~하고 한숨을 쉬며 손을 뗐다.
 
“우리 때는 지표를 가져야 다시 공장으로 갈수 있었고 지표가 있어야 대학도 갈수 있었다.너를 낳은것이 알려지면 난 영원히 지표를 가지지 못한다는 공포감에 너를….”
그녀는 오빠를 은숙할머니한테 넘길때 일이 떠오르며 마음이 너무 아픈지 가슴을 움켜쥐며 얼굴을 찡그리고 한참을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너의 친아빠는 너의 존재도 모르고 이미 추천받아 상해에 간 상태라 난 억울하고 무섭고 혼자서 현실을 감당할 힘이 없었어.죽음으로 이 현실을 벗어나는 길밖에…”
 
고통스러운 과거를 떠올리려니 그녀는 자꾸 가슴을 움켜쥔다. 어린 내가 다가가 안아주며 위안해 주고 싶은데 오빠는 못본척 외면한다. 그녀의 자살소동이 령도들의 중시를 일으켜 인차 상해에 갈줄은 몰랐다고 하였다.그렇다면 오빠를 데려가야 하지 않겠는가! 인제야,15년이나 지나서야 오다니! 오빠의 눈길이 분명 이렇게 묻고 있다.
 
“너의 친아빠는 이미 집안끼리 혼인을 약속한 사람이 있어서 나와 결혼할수 없었어. 원래부터 집안이 혈통을 중시하고 가문이 맞는 집안끼리 혼인하는 집이라 한번 너의 아빠 만나기도 힘들때 결혼까지 하느라 몇년이 걸렸고 너의 할아버지 승인을 받으려니 또 이렇게 많은 시간이 걸렸구나.그런데 할아버지가 병세가 심해지면서 손자가 없다고 락루하시여 너의 존재를 말씀했더니 당장 데려오라고 호통치시는구나. 비록 년세가 계시지만 학자이시고 사업가인 분이라 모두가 존경한단다.나도 명령을 어길수 없어 늦었지만 이렇게 렴치불구하고 널 찾으러 왔구나.”
 
“우리 엄마 아버지 나를 키우느라 얼마나 고생을 많이 한지 알기나 함까? 난 절대 상해 아이 감다!”
 
오빠는 미안해하고 슬퍼하는 아지미한테 이토록 차디차게 내밷고는 벌떡 일어나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불시에 일어난 일이라 모두 어리벙벙해했다. 은숙이 할머니가 그녀의 손을 잡고 툭툭 두드리며 울음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야네 엄마 자식사랑이 유별하지. 구름다리에서 팔을 상한 일이며 해란이 임신하구두 태호 구하겠다고 물에 뛰여든 일이며 …에그그 끝이 없소!”
 
나와 오빠는 은숙이 할머니같은 마을 어르신들한테 많이 들어서 잘 알고 있다. 오빠가 세살때 아빠는 대대마을로 회의하어 가고 오빠는 초저녁부터 열이 좀 나더니 한밤중이 되자 불덩이처럼 열이 활활 오르기 시작했다. 엄마는 온몸에 술을 발라주고 주물러주고 하며 안달을 떨었지만 오빠의 열은 내려가지 않았다. 그날따라 초저녁부터 푹 흐렸던 날씨가 한밤중이 되자 바람이 몰아치며 비가 퍼붓기 시작하였다.
 
오빠가 열이 내려가지 않아 안절부절하던 엄마는 밖에 비가 오던 바람이 불던 고려할새 없이 오빠를 비닐박막에 싸고 자신도 비닐쪼각을 찾아 대충 걸치고 대대마을 위생소를 향해 달렸다. 그런데 구름다리를 지나다 불시에 미끌면서 엄마의 한쪽 다리가 면바로 구멍난 나무쪼각 사이에 빠질줄이야! 오빠를 떨구지 않으려고 엄마는 오른쪽 손목에 꽉 힘을 주고 일어서려고 안깐힘을 썼고 왼쪽팔로 오빠를 꼭 껴안았다. 엄마가 간신히 일어났을때 오른쪽 팔이 무서운 통증이 왔지만 울음소리마저 앵앵하는 오빠에게 온 정신이 팔려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오빠에게 열이 내려가는 주사를 맞히고 엄마가 한숨 돌릴때 의사가 엄마의 오르팔을 보고 눈이 휘둥그래지며 소리쳤다.
 
“ 오른팔이 왜 그렇슴까?”
엄마의 얼굴에 비물인지 땀방울인지 비오듯 내리고 엄마는 흔들흔들해 하는 오른팔을 내다보더니 이를 악물며 말했다.
“ 너무 아프네요 넘어졌을뿐인데!”
 
“어서 공사병원에 갑시다. 마구리 빠져서 팔이 너덜너덜 한걸 보쇼! 얼마나 아이땜에 정신 없으면 팔이 마구리가 빠진것도 모르고! 이런 엄마 세상에 어디 있슴까!”
 
열이 내려 잠이 든 오빠를 대대의사 안해한테 맡기고 의사가 엄마를 데리고 공사마을에 달려가 뼈를 맞춰 넣기까지 엄마가 얼마나 아팠는지 그날 일은 대대의사가 보는 사람들마다 얘기해 온 마을사람들이 엄마의 자식사랑에 엄지손을 휘휘 내두르게 하였다.
 
“공사마을에 있는 친구를 통해 다 들었어요. 자기 친자식이면 저보다 더하겠냐 하더라구요. 그래서 데리러 오고 싶어도 더 일찍 못왔어요. 시아버지가 핍박하지 않으면 제가 무슨 용기로 오겠어요!”
 
이렇게 말하며 그녀는 흑흑 흐느꼈다. 나는 어느새 살며시 은숙이네 집을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오빠는 마당에서 강아지를 매만지며 집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집안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이 눈물범벅이 된 오빠의 얼굴을 비추었다.
“오빠~ 오빠~ 상해 가지 마! 오빠 가면 난 어떡해?”
나는 오빠의 팔을 흔들며 울먹울먹해 말했다.
 
“해란아 오빠 절대 안간다. 상해 아이라 북경이래두 내 절대 아이 간다.”
오빠는 아이 간다는 말을 자꾸 반복하더니 결국 어깨까지 들썩이며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가 마당에 달려나와 오빠를 끌어안았다.
 
“울지 말어. 울긴 왜 울어? 우리 이렇게 다 같이 있는데!”
“엄마 내 절대 아이 가겠슴다. 날 절대 가란말 하지 마쇼.난 해란이 같이 엄마 아버지와 영원히 살겠슴다.”
 
“그래 태호야! 우리 영원히 같이 살자!”
아버지까지 마당에 나와서 우는 오빠를 달랬지만 오빠의 울음은 그치지 않았다. 엄마와 아빠는 우리들을 꼭 껴안고서 달래면서 눈물을 흘렸고 나와 오빠는 흑흑 흐느끼며 울었다. 집안에 들어와서도 누가 오빠를 빼앗아 갈가가 나는 오빠를 부둥켜 안고 울다가 어느때 잠이 들었는지 몰랐다.
 
며칠동안 나는 수업이 끝나기 바쁘게 오빠네 학교에 가서 오빠를 확인한후 오빠를 기다리지 않고 종종 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오군 하였다. 오빠의 친부모가 오빠를 억지라도 데리고 갈것 같은 불안함에 나는 공연히 안절부절이다. 아닌게 아니라 그날은 상해에서 오신 그 이쁜 아지미~오빠의 친엄마와 오빠의 친아버지로 단정되는 두분이 우리집 정주간에 앉아 엄마 아빠와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어른들이 어떤 말이 서로 오고 갔고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나는 알길이 없지만 나의 느낌으로 오빠는 언젠가 이들을 따라 상해로 갈거라는 예감이 슬며시 들었다.
 
오빠의 친아버지를 보면서 피는 못속인다는 로인들의 말이 떠오르고 어른이 된 오빠를 보는것 같았다. 오빠의 친엄마는 눈물을 머금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인다면 오빠의 친아빠는 둥그런 환한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한어말과 조선말을 섞어가며 이말저말 열정적으로 하신다. 부리부리한 눈은 어린 나하고도 눈맞춤하며 웃고 조선말은 안되고 한어는 아빠가 잘 알아듣지 못하면 허허 웃으며 무릎을 살짝 치기도 하면서 멋쩍어 하신다.
 
잠깐 일어나 바깥에 나갔다 들어오는걸 보면서 저분보다 키가 큰분이 우리 마을에 누구지 하면서 잠깐 갸우뚱 하였다. 휜칠한 키에 잘 생긴 얼굴을 하신 분이고 성격이 호방하여 은숙이할머니 말처럼 집체호때 인기 최고였다고 하던 말이 사실이였겠다 하면서 이런 분들이 친엄마 친아빠인 오빠가 참 다행이라고 생각되였다.
 
미닫이 문을 열자 방안에 많은 선물이 쌓여 있었다. 처음 보는 과일과 사탕 과자는 물론 고급술이며 고급 옷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나는 혀를 홀랑 내밀고 다시 미닫이 문을 닫고 오빠 오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오빠는 어른들이 기다리는걸 아는지 종내 나타나지 않는다. 그 누구보다 마음이 복잡할 오빠를 기다리며 오빠 친아빠가 웃으며 말했다.
 
“학교에 가서 먼발치에서 둬번 봤습니다. 말수가 적고 고집이 세 보이더군요!”
“고집이 세고 말수가 적지만 속이 깊어서 자라면서 우리한테 얼마나 많은 감동을 주었는지 모릅니다.”
 
“네에~어릴때 많이 앓아서 얼마나 고생했겠습니까? 듣기는 하였지만 아무 도움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파하는 태호를 안고 밤중에 달아다닌적이 많았지요. 이 사람이 원래 신체가 약해서 아기를 가질수 없다는 진단까지 받았는데 어찌나 태호한테 정성을 쏟는지 하늘이 감동하여 우리한테 딸애까지 주었으니 우리 태호는 정말 복덩이였습니다!”
 
어른들이 서로 사양하는 말이 오고가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에 나왔다. 터벅터벅 걸어서 구름다리 가까이 가자 오빠가 구름다리우에 서있는것이 보였다.
 
붉게 타는 저녁노을이 석양에 비끼고 벼파도 주위에 일렁이고 다리 아래에서 유유히 흐르는 맑은 물소리가 울려퍼지고 고뇌에 찬 멋진 소년이 자전거를 잡고 구름다리 한가운데 서있는 이 모습은 정말로 한폭의 그림이였다. 이 땅에서 태여나 이 땅에서 자라온 오빠가 간다고 쉽게 갈수 있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오빠의 장래를 위해서는 이 정든 고향과 정든 가족,이웃을 떠나야 한다면 나는 눈물을 흘리며 오빠를 보내야 한다. 오빠가 구름다리우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던 오빠는 영원히 나의 오빠이니깐.
 
오빠의 자전거 체대에 앉아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종알됐다.
“오빠 상해는 우리 여기와 다른 세상이래! <상해탄> 영화 생각난다. 그렇게 멋진 도시 한번 가보고 싶다.”
오빠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친구들이 상해는 한번 꼭 가보고 싶대! 할아버지가 아프다는데 오빠도 한번 가봐야겠지?”
“그러게! 오빠 상해에 가면 맛있는거도 많고 볼것두 많구. 오빠 먼저 상해 가구 다음에 나두 오빠 따라 상해 가보자!”
 
언제 울고불고 하였나싶게 오빠가 상해로 간다는게 되려 나한테 신나는 일이 된것 같았다.
국경절이 다가오자 우리 마을 집집들에서는 벼가을 준비에 모두 서두루고 있고 우리 집은 상해로 가는 오빠의 떠날 준비에 돌아치고 있다. 갔다가 인차 온다고 오빠가 말하고 오빠 친부모님들도 국경절휴가가 끝나면 인차 데리고 오겠다고 하였지만 엄마는 고추장,된장,김치 한가지라도 빼놓을세라 오빠가 평시에 잘 먹는거로 꽁꽁 싸주기에 여념이 없다. 오빠가 제일 좋아하는 토닭곰을 가지고 갈 방법이 없다고 한숨을 쉬는 엄마를 보면서 나는 입을 삐죽했다.
“엄마 상해에 맛있는데 더 많겠는데 이런걸 누가 먹어요!”
 
“니 오빠는 기름진걸 질색한다. 어릴때부터 기름채소 먹지 않아서 말이다. 전번에 우리 식당 갔을때 그렇게 많은 채소가 올랐는데 집에 와서 배고프다고 다시 먹었잖니!”
 
엄마 말이 맞다. 얼마전 오빠의 친부모님들이 우리 집 식구들을 공사마을 식당에 초청했는데 어쩌다 풍성한 기름채들을 마주하고 맛있게 먹기는커녕 나와 오빠는 먹는둥마는둥 하다가 집에 돌아오기 바쁘게 아침에 끓여 놓았던 시라지국을 덮여 밥에 비비고 달짝지근하면서도 시큼시큼한 무우채썰이 김치에 뚝딱 먹고나니 군이 뚝 떨어졌고 속이 시원하였다. 이런 우리를 시내사람들이 “촌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는데 나보다 더 촌빠이인 오빠가 어떻게 상해생활을 할가 염려 되는건 엄마의 당연한 걱정이였다.
 
귄위가 있고 가문을 지켜나가는걸 첫자리에 놓는다는 친할아버지를 만나러 간다고 엄마는 오빠가 떠나기 전날밤을 한숨도 쉬지 않았다. 옹근 밤을 불을 밝히고 우리 민족의 전통이며 자랑인 찰떡을 빚고 로인이 잡수실수 있는 만만하고 달콤한 쉰떡을 빚으며 엄마는 오빠가 상해에 가서도 모두의 사랑을 듬뿍 받기를 간절히 기도하였다. 쉰떡우에 알록달록 무지개 색갈을 한 좁쌀을 알알이 올려놓아 이쁘기도 하고 향긋한 떡냄새에 군침이 꼴깍 넘어간다.엄마는 무슨 일을 하던 정성과 열정을 다 쏟는다.
 
그래서 신체가 더 약해진다고 아버지가 푸념하지만 엄마의 성격이니 별수가 없다. 말보다도 행동으로 감동을 주는 엄마이기에 오빠와 둘이 있으면 별로 말이 없어도 서로의 마음을 잘도 맞춰가며 무슨 일을 하던 신바람나게 한다. 나만 옆에 있으면 참새처럼 말이 많아서 둘을 귀찮게 하지만 내가 조금만 없으면 오빠는 온 동네를 주름 잡으며 찾아다닌다. 내가 없이 상해에 혼자 가다니! 나도 엄마처럼 오빠가 근심되였다.
 
그렇게 상해로 간 오빠는 일주일만에 돌아왔고 여전히 학교 가고 방과후면 그림도 그리고 아빠를 도와 바깥일도 하였다. 오빠는 상해에 가서 친할아버지 되시는 분이 손을 놓지 않아 일주일내내 그분 손에 잡혀 있었다고 말할뿐이다. 나와 나이가 비슷한 여동생이 있다고 한것 같은데 오빠는 말이 통하지 않아서 별로 말을 섞지 않았다고 했다.
 
“집이 커? 황포강에 가보았어? 잘때 누구랑 같이 잤어? 할아버지 몹시 아프셔? 내가 더 이뻐 오빠 친동생이 더 이뻐?”
묻는 말에 한두마디 대답하는 오빠가 답답해서 미주알고주알 캐여묻다가 나도 지쳐서 더 묻지 않았다.
 
오빠의 친아빠가 두세번 왔다갔다 했고 이듬해 새학기가 시작될때 오빠는 상해에 있는 중학교로 가는 전학수속을 하였다.오빠가 진짜 상해 사람이 되는구나! 오빠가 부럽고 상해에 있는 오빠한테 언젠가 갈수 있다는 희망에 나는 친구들 앞에서 우쭐했다.
 
새봄을 맞으며 모두 농사일에 바삐 돌아칠때 우리 집은 부르릉거리는 자동차소리가 요란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초가집을 허물고 그 자리에 고래등같은 벽돌집이 세워진다며 그 바쁜 와중에도 마을사람들이 모여들여 니 한마디 내 한마디 하면서 우리 부모님을 부러워했다. 오빠 친아버지가 엄마 아빠가 그토록 만류하고 사양하여도 끝내 밀고 나간것이다.그리고 더 큰 경사는 구름다리 옆에 널찍한 돌다리가 세워진다고 벌써 돌과 철근이 실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생산대장인 아버지와 대대서기가 그렇게 수리국을 찾고 현정부를 찾아도 풀리지 않던 일이 오빠 친이버지가 나서니 척척 해결된다. 우리 마을은 날마다 흥성흥성 명절 분위기다. 그 와중에 오빠는 떠나갔고 우리는 새 벽돌집에 들 준비에 바삐 돌아쳤다. 그런데 어느날부터인가 나는 엄마의 얼굴이 까맣게 되고 이마의 흰점이 유표하게 눈에 들어오는걸 느꼈다. 은숙이할머니랑은 새집에 드는 일이 오죽 큰일인가고 하면서 집이 다 되면 괜찮아 질거라고 했지만 저녁마다 잠들기 힘들어하는 엄마를 보면서 오빠 걱정에 시달리는 엄마가 가엽기도 하고 나도 오빠생각에 저도 몰래 눈물이 핑 돌기도 하였다.
 
오빠가 상해에 간지도 벌써 석달이나 지났다. 그날은 우리가 새집들이 하는 날이였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가 하던 일을 제쳐놓고 이른 아침부터 우리 집에 모여들어 돼지를 잡고 술상을 벌렸다. 엄마 아버지가 하도 마음이 착하니 하느님이 굽어보며 복을 준다고 모두가 우리 부모님을 칭찬해준다. 이때 누군가 밖에서 소리쳤다.
 
“ 아니 이게 누구니? 태호 아니니? 새집들이 하는날 알고 왔네!”
모두가 놀라서 밖으로 달려나가니 아닌게 아니라 오빠가 마당에 들어서고 있었다. 엄마가 신발도 신지 않고 허겁지겁 달려가 오빠를 와락 끌어 안았고 오빠는 정신없이 엄마의 이마를 덮고있는 머리카락을 손으로 빗어올렸다.
 
“엄마 또 커진게 아임까?”
“아니, 괜찮다. 괜찮아! 엄마는 괜찮아!”
“그런데 얼굴이 어째 이렇게 까매졌슴까? 엄마 아파하는것 같아서 얼마나 근심했는지 모름다!”
 
“아이구! 이 에미 걱정 왜 하느냐! 니만 잘 있으면 되지! 왜 이렇게 여위였냐?”
“엄마 보고 싶어서~”
“에그그 내 새끼!”
 
엄마와 오빠는 끌어안고 서로 얼굴을 비비기도 하면서 떨어질질 모른다. 함께 온 오빠 친아버지가 공사마을에서 볼일 보느라 오빠를 먼저 보냈다는걸 알고 엄마는 친부모님들 몰래 온게 아닌걸 알고 한시름 놓는 표정을 지었다.
“방학도 아닌데 벌써 온거야?”
 
“아주 왔슴다. 할아버지 돌아가신후 난 집생각이 너무 나서 더 못있겠습데다!”
오빠는 할아버지 임종까지 곁에서 지키는 장손의 임무를 완성하고 더 있을 이유가 없다고 딱 잡아떼서 끝내 집으로 돌아오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새집에 든다고 하여도 얼굴에 웃음기라고는 없던 엄마와 아빠는 오빠가 돌아온후부턴 싱글벙글 웃음이 떠날줄 모른다.내가 어째서 돌아왔냐고 물으면 오빠는 한결같이 대답했다.
“배고파서!”
 
입쌀밥을 꽃밥통에 듬뿍 떠서 상우에 올려놓고 먹고 또 배고프면 때시걱도 가리지 않고 찬장에서 밥을 내리워 먹던 오빠가 그곳에는 종지에 조끔씩 떠서 먹는데다 반찬이 다 기름에 볶은것이여서 자기는 배를 쫄쫄 굶었다고 하였다. 엄마가 해준 고추장을 다 먹고나니 집으로 올 생각밖에 없었다고 하였다.
 
“촌빠이! 오빠는 촌빠이야! 평생 이 시골에서 살거야?”
“여기가 얼마나 좋은데! 너도 나가바라. 마음이 통하는 사람 없을때 아무리 잘해주어도 얼마나 외로운지! 엄마 아빠 보고싶고 이 오빠 보고싶어 빌빌 울며 돌아올거다.”
“ 오빠는 우리가 보고 싶어 빌빌 울었구나!”
나는 우는 시늉을 하며 오빠를 놀리자 오빠는 게면쩍게 웃었다.
 
30여년 세월이 흘렀다. 저수지마을과 우리 마을 또 아래동네까지 세 대대가 합쳐서 한개 촌이 되였다. 하나 둘 농촌을 떠나 도시로 진출하는 시기에 촌장으로 동분서주하던 오빠는 몇해전에 삼룡이 오빠에게 촌장자리를 넘겨주었다. 그리고 엄청난 자금을 투자하여 오빠는 고향에 유기농입쌀기지를 세우고 상해, 심수, 광주 등 특별도시들에 고향의 입쌀을 대량으로 판매하는 사업가로 변신하였다.오빠의 입쌀상표에는 황금파도 넘실대는 전야에 해살이 눈부시게 비추고 정다운 구름다리가 그려져 있다.
 
마을의 자질구레한 일을 도맡아 하시던 아버지는 저 세상으로 총총히 떠나셨고 엄마의 친구들도 한분 두분 북망산으로 떠나셨지만 젊어서부터 약탕관을 안고 살았다는 엄마는 여태 강건하게 고향마을에 계신다. 마을 사람들은 엄마가 장수하는건 오빠가 곁을 지켜주었기 때문이고 오빠의 사업이 번창 발전하는건 엄마가 덕을 많이 쌓으셨기때문이라고 모두 입을 모은다.
 
엄마는 평생을 누구한테도 바라는것이 없이 사신 분이다. 주위에서 생기는 모든 일들을 자연스럽게 그리고 뜨겁게 받아들이고 또 미련없이 내려놓기까지 할줄 아는 엄마이기에 피덩이같은 오빠를 끌어안고 최고의 사랑으로 키우셨고 친부모를 따라 떠나는 오빠를 축복하고 다시 엄마품으로 돌아온 오빠를 기쁨으로 맞이한것이 아닐가!
 
얼마전 오빠한테서 문자가 왔다. 상표에 한복을 입은 엄마를 그려 넣으려고 하는데 구름다리우에서 드넓은 들판을 바라보는 모습이 좋을지 아니면 어서 오라 손짓하는 모습이 좋을지 선택해 달라고 하였다. 행복한 고민에 빠지면서 세상에서 제일 고운 우리 엄마의 모습이 다시 뚜렷하게 안겨온다.
/전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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