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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추억의 사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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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중방송 작성일22-09-24 21:27 조회65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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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판은 남태평양의 북마리아 제도에 있다. 섬의 서쪽은 모래 해변, 동쪽은 바위 절벽인데 1970년 초부터 사이판의 관광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많은 관광객들이 새섬, 만세절벽, 한국인 위령탑 등 유명 코스들을 찾았다고 한다.
 
서쪽 모래 해변에서 아득한 바다를 바라보면 마치 한 폭의 아름다운 수채화 마냥 수평선 위의 구름과 바다가 맞물려 보이는데 초보가 그냥 찍어도 작품이 되는 그런 풍경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노동청에서 정한 인건비가 싸서 투자자들이 모여들었고 특히 한국에 본사를 둔 봉제 회사와 지사들이 그 작은 땅덩어리에 많이 들어섰다. 그래서 필리핀, 베트남, 중국 등 여러 나라에서 대량의 인력들을 모집했다. 그 혜택을 나도 본 셈니다. 그때 난 백화점에서 옷가게를 오픈하여 한 달에 한 두번은 물건 구입으로 연길 서시장에 갔었다. 입소문으로 사이판에 봉제공으로 간 애들이 번 돈을 집에 보내온다는 소문, 암튼 모든 정보는 연길이 그래도 더 빨랐다.
 
때마침 1992년 봄에 봉제공으로 시 정부 민정국에서 사이판 모집공고가 있었다. 할빈에 가서 실기 시험을 봤는데 흑룡강에서 첫 선발대로 5명이 합격 되면서 나만 애 딸린 엄마였고 넷은 20살 좌우였다. 우리 일행은 비자를 받고 할빈으로 떠났다. 떠나기 전 시 정부 관계자는 우리 선발대가 가서 열심히 잘 해야 이 모집이 끊기지 않고 더 많은 인력을 보내는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신신 당부했다. 우리는 기차로 할빈에서 북경까지, 또 비행기로 북경에서 한국을 경유하여 아시아나 항공편으로 4시간 넘는 여정을 거쳐 사이판 공항에 도착했다.
 
우리 일행은 비행기도 처음 타보고 처음 딛는 이국 땅이였다. 금강산도 식후견이라 바닷가의 풍경이 매력적이고 황홀했지만 우리에게는 이튿날부터 고되고 힘든 일이 시작되였다. 봉제 회사라 재단 반, 봉제반에 이어 완성반까지, 3라인이였는데 운 좋게 나는 완성반에 배치 됐고 나머지 애들은 봉제반에 배치되였다.
 
완성 반은 야간이 제일 많아 돈을 더 벌 수 있어 모두 욕심낸다고 연길에서 먼저 간 고참 언니가 얘기해 주었다. 완성 반은 불량품과 정품을 정확히 체크 하는 정밀한 작업이다. 온종일 서서 하는 부서라 발목이 붓고 실밥 따느라 쪽 가위질로 손목도 아프고 했지만 자고 나면 괜찮아졌고 또 아프고 그런 연속이였다.
 
떠날 때 엄마가 다행히 흙 한 수저 봉지에 싸 주셨는데 그래서인지 물 탈은 없었지만 기후가 너무 더운 탓에 머리가 아프고 메스겁고 자주 토했다. 다행히 한국 한의원이 있어 보름 정도 침 맞고 치료는 됐지만 한 달도 안된 사이에 3키로 넘게 빠졌다. 지금은 다이어트 하려고 애를 써도 살이 잘 안 빠져 속 상하지만 그 때는 정말 마음이 아팠다. 사이판 기온은 얼마나 뜨거운지 바다가에서 몇 시간만 수영해도 새까맣게 타고 해 빛에 그을러 피부가 까진다.
 
일이 힘든 건 다 참을 수 있었지만 야근이 없을 때는 애들 생각에 잠 못 이룰 때가 많았고 이불속에서 울 때도 많았다. 그때로부터 나 자신은 힘들게 일하고 있지만 딸 만큼은 내 길을 걷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첫 봉급을 인편으로 집에 보내 딸한테 영어를 전공하라고 했다.
 
2년 계약이 완료된 시점에서 다른 애들은 연장했지만 난 애들 때문에 귀국했다. 시 정부에선 미시간 회사와 계약이 계속 이루어졌고 3년 후에 국제 무역 회사에서 사무실 조리로 영어전공 졸업증이 있는 여자애 한 명을 뽑았는데 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딸이 합격되여 또 사이판에 가게 되였다. 다행히 딸은 나처럼 힘들게 일하지 않고 사무실에서 일하게 되었다.
 
세관에 가서 바이오가 주문한 컨테나로 미국 본토에 나가는 제품을 확인하고 영어로 서류를 작성하는 업무를 맡았다. 또 회사 직원들이 아프면 병원도 데려가고 하여튼 배운 영어를 원 없이 써먹고 봉제공보다 월급도 많아 일거양득이였다. 거기서 사랑하는 사람도 만나 휴가차 결혼도 했고 출산도 하게 되면서 한국에 있는 나한테 초청장을 보내 왔다. 그리하여 딸의 산후조리로 난 두 번째로 사이판 땅을 밟게 되었다. 사이판은 우리 모녀의 추억이 있는 곳이고 손자의 고향이기도 하다.
 
사이판은 3월에 꽃나무가 잠깐 졌다가 다시 피는데 일년 내내 꽃들이 만발한다. 온화한 기후와 천혜의 자연환경이 그대로 보존된 사이판의 중심지인 가라판의 시내 밤 야경, 그야말로 눈 부시게 아름답다. 투명하고 선명한 칠색의 푸른 바다, 그 너머로 붉게 떠 오르는 일출과 일몰을 감상할 때면 와~하고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곳에는 나의 젊음과 낭만이 있었고 추억이 있었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30여 년이 지났어도 사이판의 그 아름다운 바다의 경치를 난 영원히 잊을 수가 없다. 기회가 된다면 꼭 세 번 째로, 일로 아닌 여행으로 다시 가고 싶다. 나의 추억속 사이판으로!
/태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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