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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효도에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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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중방송 작성일23-05-04 19:01 조회39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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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면 일년에 한 번 뿐인 어버이날이다. 어버이날이 다가오니 글 한 편을 의뢰받았다. 어버이날이 오면 은근 외로운 나에게 이런 글을 의뢰하니 참으로 고문이다. 어버이날 카네이션 한 송이 달아드릴 부모님도 안 계시고 이국 타향이라 꽃바구니 하나 챙겨주는 자식이 곁에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부모님께 마음껏 감사함과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어버이날, 많은 부모님들이 자녀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날이다.
 
고단한 세월을 묵묵히 걸어오신 우리 부모님들은 외로워도 힘들어도 늘 자식들 마음을 가벼이 이해해 주려 한다. 심해같이 깊은 어버이 마음을 자식 된 우리가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부모님이 건재하실 때 우리는 미처 알지 못했다. 우리가 부모님의 소중함을 인식할 즈음 부모님들은 기력이 없어 좋은 길도 걸을 수 없고 맛있는 음식도 씹을 수 없다. 때 늦은 효도를 부모님들은 기리지 못한다. 그러다 부모님들이 떠난 후에야 우리는 깨닫게 되고 그때에야 가슴 치며 후회한다. 하여 부모님의 사랑은 우리가 영원히 탕감할 수 없는 마음의 부채로 남는다.
 
한편 효도를 하고 싶어도 부모가 안 계셔서 할 수 없다고 생전에 잘 해드렸어야 했다고 마음이 아릿해 말로 설명 못 할 씁쓸한 잔상을 안고 사는 자식들도 많다. 임종하신 부모 앞에서 넋두리하는 이런 자식들을 많이 보아왔다. 그렇게 후회로 얼룩진 자식들의 마지막 효도는 오래도록 가슴 깊은 곳에 멍으로 남는다.
 
부모님이 이제 이 세상에 없다는 건 누구에게나 슬픈 일이지만 전에 돌보던 한 할머니의 딸이 절규에 가까운 후회의 목소리가 잊여 지지 않는다. 그의 어머니는 복장사업을 크게 하셨던 분이었다. 사업이 번창하여 많은 돈을 벌어서 자식들에게 상가며 땅이며 아파트까지 골고루 사주신 부자셨다. 하지만 할머니는 자신에게는 인색하기로 소문난 짠돌이셨다. 스스로 사과 한 알, 짜장면 한 그릇 사 먹지 않았고 치과 치료 한번 받아보신 적 없다 한다.
 
80대 초반에 치매가 왔고 치아까지 억망이어서 일반 식사가 어려울 정도였지만 과일을 많이 좋아하셨다. 사과나 참외도 숟가락으로 긁어 드리면 반개씩은 뚝딱하시고 딸기나 바나나 복숭아같이 물렁한 과일은 불편한 잇몸으로 잘 드셨다. 그러는 엄마를 보는 딸은 마음이 찢어지는 후회의 눈물을 흘리 군 하였다.
 
"엄마는 평생 사과를 안 먹는다고 과일은 싫어한다고 하시며 식구들만 챙겨주셨어요. 아버지가 속 썩이고 오빠들 말썽부려도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어요."하고 막내딸은 하소연하였다. 치매를 앓으면서 가끔 돌아가신 아버지를 원망하고 오빠들 그러면 안 된다고 호통하시는 모습에 얼마나 속에만 담아두었으면 저럴까? 엄마도 그러면 안 되는 줄 이제야 알았다고 딸은 후회하였다.
 
" 진짜로 엄마는 과일을 싫어하는 줄 알았어요."
"진짜로 사과도 안 먹는 줄로만 알았어요."
"마음이 다 부서져 본적 있어요? 지금 내 마음이 산산 조각나요."
 
딸은 그때는 몰랐었다. 대체 엄마는 왜 사과를 싫다 했는지, 그때 그 시절에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어서 그랬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늘 "엄마는 그래도 괜찮아"하시던 어머니를 이제야 껴안고 후회하는 막내 딸이다. 딸은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은 아픔을 안고 불효했던 과거를 후회하고 반성하였다.
 
엄마가 건강하실 때 맛 집에 한번 모셔가지 못했었고 신성한 과일바구니 한번 선물하지 못했었다. 늘 엄마가 주는거 받기만 하고 나중에 엄마한테 꼭 잘하겠노라 다짐만 했는데 엄마는 “그 나중에”를 기다리지 못했다. 이제야 효도하려니 엄마는 이미 기울어진 몸이었다. 자식에게 효도할 기회를 더는 주지 않는다. 왜 건강하실 땐 그 애틋한 마음을 몰랐을까? 이제 와서 때늦은 후회를 하지만 매화타령에 지나지 않을 변명으로 되였다.
 
엄마는 먹지도 입지도 않고 자식들만 챙기실 때 엄마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는 막내 딸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이심전심이라고 내 마음도 아픔으로 뭉클하였다. 오래전에 하늘나라로 가신 아버지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에 가슴이 아프고 시리다.
 
그때는 모든 식료품이 흔치 않아 소고기 돼지고기도 배당된 구매권이 있어야 살 수 있을 때였다. 어느 날 나는 육류를 좋아하시는 아버지를 위해 여기저기서 구매권 몇장 더 얻어 돼지고기와 소고기에 사골까지 푸짐히 사 왔다. 끼니마다 챙겨드리려고 돼지고기는 조금씩 토막 내서 저장만 해놓고 힘들다는 핑게로 사골은 다음날에 끓이기로 하고 대신 소고기 무우국만 끓여 저녁상을 차렸다. 무우국 드시는 아버지를 보면서 많이 미안했고 좋아하시는 사골국을 올리지 못한 걸 후회도 했었다.
 
그런데 그날 밤 아버지께서 뇌출혈로 쓰러지실 줄이야, 사골국이 아닌 소고기 무 국이 아버지의 마지막 밥상이 되었다. 지금도 나는 아버지 생각에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허둥지둥 헤맨다. 아버지는 69세의 나이에 효도 한번 받지 못하시고 나에게 아쉬움과 안타까움만 한 보따리 남겨주시고 내 곁을 영영 떠나셨다. 그 이후로 수십 년이 지난 오늘도 나는 소고기 무 국을 먹지 않는다. 나의 효도는 눈물을 통하여 슬픔과 후회로 세상 밖에 나왔다.
 
우리는 오늘이 지나면 내일이 있다는 아이러니한 생각에 부모님들에게 무한정 시간이 남아있을 거라는 착각으로 부모님들이 무한정 기다려 줄 것처럼 생각한다. 뒤늦게야 온갖 정성을 다하여 효도하려 하지만 부모님들은 받아주지도 기다리지도 못하고 자식들에게 후회와 회한만 남겨주고 떠나신다. 불효자가 슬피 울어도, 때늦은 후회를 해도 우리의 부모님들은 돌아오실 수 없다.
 
부모의 빈자리를 아쉬워하며 부모의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다면 때늦은 효도라도 아름다운 일이다. 사람들은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되고 회한으로 남는 일이 돌아가신 부모님께 효도하지 못한 일이라 한다. 효도에도 때가 있다. 부모님 계실 때 잘하자.
/김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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