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호복 벗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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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중방송 작성일22-04-14 15:16 조회581회 댓글0건본문
우리는 오늘 드디어 오매에도 바라던 하얀 방호복을 벗었다. 갑 속에 든 듯 흠뻑 땀에 젖은 그 갑갑하고 숨 막히던 방호복을 드디어 오늘에야 벗었다. 그야말로 저 멀리 훨훨 날아갈 것만 같다.
어릴 때는 하얀 가운을 입은 간호사가 참 깔끔하고 예뻐 보였다. 그런데 그처럼 입고 싶었던 하얀 가운이 아닌 방호복을 코로나를 맞는 역경속에서 우리 간병인들도 간호사들과 함께 입게 되었다.
하지만 방호복은 입기는 쉬워도 벗기란 쉽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우리 간병인들에게도 마침내 방호복을 벗는 순간이 다가왔다. 이 시각 저희 머리에는 문뜩 가슴 아픈 사람들의 모습이 력력히 떠올랐다.
한 원내에서 함께 간병하시는 간병인들과 전국 각 요양병원에서 지금도 방호복을 입고 힘들게 환자의 손발이 되여 노심초사하는 간병인들이다.
3년도 더 되는 역병과의 싸움에서 그들의 몸과 마음은 이미 지칠 때로 지쳐있다. 늘 불안한 마음으로 날마다 PCR 검사가 음성으로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들이다.
하지만 불행은 늘 곁에서 맴돌고 있다.
시종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마스크착용도 잊지 않지만 하루아침에 확진자로 될 수도 있는 게 바로 간병인이다. 힘들게 버텨온 그 시간과 세월이 순간에 무너지는 간병인들의 그 억울하고 원통한 마음을 그 누가 알아 주련지?
지금까지 우리가 근무하는 병원의 간병인들도 절반이나 코로나에 감염 되었다. 확진자로 격리실 문턱을 넘어서는 그들의 뒤 모습이 그날따라 왜소해 보이면서 눈물 없이는 못 볼 현실이 되었던 것이다.
코로나에 감염된 다수의 간병인들은 고열과 기침, 가래로 무척이나 힘들어 했다. 아픔과 외로움 그리고 서러움이 비낀 얼굴들을 보는 우리들의 마음은 송곳에 찔린 듯 아픔 그 자체였다.
평상시 내가 좀 더 챙겨줬더라면, 내가 좀 더 다독여 줬더라면 하는 죄책감이 들면서 나의 마음이 너무 괴로워서 나 자신도 미워질 정도였다.
오미크론은 후유증이 더 심한 것 같다. 확진 받았던 간병인들은 7일후 격리는 해제되지만 아직도 식은땀에 기침과 가래로 하여 입맛이 떨어지고 기운이 없어서 고통 받고 있다.
물론 약을 복용하고 링거도 맞고 나면 병은 치료될 수도 있겠지만 그로해서 얻은 불안한 마음의 상처는 언제면 치료될 수 있을까요?
나는 이 힘든 과정을 무사히 잘 버텨왔지만 안타까운 건 더 많은 우리 간병인 동료들이다.
간병인들 중 한명, 두명 확진자가 나올 때마다 팀장이란 이름을 떠나서 인간적으로 눈물이 저도 모르게 앞을 가리고 억울한 마음, 슬픈 마음을 어디다 확 풀어버릴 수가 없어 인생 그 자체가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고통의 시간은 묵묵부답이다.
언제까지 끝을 볼지도 모르는 이 터널은 우리에게 불안과 초조, 근심만 안겨주지만 비온 뒤엔 무지개가 피고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이 우리에겐 그래도 아름다운 날들이 오리라 굳게 믿고 싶다.
한차례 폭풍이 지나갔다고 생각하고 좀만 더 참고 지낸다면 곧 광명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오늘도 이 엄한 일터에서 꿋꿋하게 일하고 있다.
또 나와 함께 일하고 있는 간병인들 아니 전 세계에서 열심히 일 하고 있는 모든 간병인들도 건강 잘 챙기면서 조금만 더 참아낸다면 우리에게 “쨍 하고 해 뜰 날”이 곧 다가 올 것으로 기대된다.
역경 속에서도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쳐 오늘도 환자케어에 몸과 마음을 헌신하는 자랑스런 중국동포간병인들에게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한다는 말 전하고 싶다.
/이영순 간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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