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은 섬, 청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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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중방송 작성일22-11-08 13:54 조회463회 댓글0건본문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우울해 하는 때, 3년 내내 병원에 갇힌 격리생활을 잠시 접고 맑은 공기 마시러 나섰다. 코로나 이후 후유증으로 숨이 가빠오지만 무기력감을 회복할 겸 오늘 이천시 마장면 부녀산악회 회원들과 반도의 땅끝 해남을 지나 청산도에 왔다. 마장에서 관광버스로 완도까지 6시간 줄기차게 달려와서 완도에서 배길로 청산도에 닿았다.
저 푸른 바다가 내 마음이고 저 파란 하늘이 내 꿈인듯하다. 하늘과 바다의 황홀한 조화이다. 파랑 하늘에 하얀 구름과 푸른 바다의 흰 파도가 하나가 되여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없이 수평선이 몽환적이다. 바다 내음 맡으며 끝없는 지평선에 혼을 빼앗겨 가며 자연의 아름다움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오랫 만에 배타고 하는 여행이라 선실 안에 짐만 내려놓고 친구와 둘이 갑판에 올라 바다구경에 신났다. 배가 빨리 갈수록 바람이 세긴 했지만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니 속이 뻥 뚤리는 기분이었다.
일에 치여 살다보니 바다구경 언감 생시 꿈도 못 꾸는 간병인들에게 바다 냄새를 맡고 싶은 동료들에게 이 아름다움을 선물하고 싶다. 세상은 넓고 바다는 아름답다.
청산도는 사시장철 푸르다고 해서 청산도라 한다. 완도에서 배편으로 50분 거리에 있는 청산도는 맑고 푸른 바다와 잘 조화되는 풍경으로 인해, 신선들이 노닐 정도로 아름답다고 예로부터 선산(仙山), 선원(仙源)으로 불렸다.
끝이 없어 보이는 아득한 수평선을 바라보며 우리 일행은 청산도의 슬로길 1코스 서편제길부터 걸었다. 계절이 가을인지라 초록의 들판과 알록달록 고운 꽃이 없어 아쉬웠다. 낮은 돌담으로 둘러 쌓인 유채 밭은 황량하게 슬로길 양안에 누워 있지만 산 아래 바라보이는 푸른바다는 너무 아름답다. 청정해역에 가두리 전복양식장이 한눈에 안겨온다.
청산도에는 아파트가 없지만 청산도 앞바다에는 전복의 아파트가 즐비하다. 풍경이 아름다워 걸음이 느려진다는 솔로 길을 따라 너무 예쁜 푸른바다를 바라보며 "봄의 왈츠" "여인의 향기"를 촬영한 세트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서편제 길에 들어서니 스피커에서 진도 아리랑이 흘러나왔다. 일행 중 누가 먼저인지는 모르겠으나 합창으로 열창하며 덩실덩실 춤까지 추어 흥이 넘쳤다. 늦은 가을이라 추울 줄 알고 얇은 구스다운을 입었더니 오산이었다. 햇볕이 따뜻함을 넘어 더워서 우리 일행은 옷들을 둘러메고 티 바람으로 다녔다. 따뜻한 날씨와 예쁜 풍경을 만끽하며 좋은 공기와 풍경속에서 걸으니 힐링하는 기분이 들었다. 세트장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도 찰칵찰칵 추억의 단편으로 담았다.
세트장 다락 밭 아래 나란히 놓여있는 2구의 ‘초분(草墳)’을 볼 수 있었다. 가이드의 안내에 의하면 초분은 풀 무덤으로 섬지역에서 행해지던 독특한 장례문화이다. 돌아가신 부모의 육신은 목관에 넣은 후 땅에 바로 묻지 않고 관을 양지바른 산비탈에 안치한 다음 풀로 덮어 새끼줄로 꽁꽁 묶어둔다. 매장은 초분을 쓰고 3년이 지나야만 가능하다 한다. 부모의 육신을 땅에 그대로 묻으면 불효였고 부정한 일이었다 하는데 지금은 거의 볼 수 없어서 우리도 진짜 초분은 보지 못하고 모형물만 보았다.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와 버스로 범 바위로 향했다. 범이 웅크린 모습을 닮았다고 바람이 바위틈을 지나면서 범우는 소리가 난다해 범 바위라 불린다. 돌담길을 따라 올라 범 바위 앞에 있는 범의 모형을 진짜 범 인양 약 올리며 장난도 해보았다. 청산도의 범 바위 전망대는 발아래 아름다운 청산도와 남해 바다의 풍경이 펼쳐진다. 범 바위는 강력한 자기장으로 휴대전화를 먹통으로 만들고 인근 항로를 지나는 선박들의 나침반을 무용지물로 만든다 한다. 강한 자기장의 영향으로 범 바위의 주변이 산소 음이온이 한국에서 제일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끝없이 펼쳐지는 수평선 넘어 운이 좋은 날은 제주도도 볼 수가 있다는데 우리가 간 날은 안개가 있어서 제주도가 보이지 않았다.
두 팔 벌리고 가슴 펴고 깨끗한 공기도 마시면서 눈앞에 펼처진 전망을 보면서 범 바위의 기를 듬뿍 받고 일부러 울퉁불퉁 돌계단을 지려 밟으며 내려왔다.
범 바위에서 내려와 다시 차를 타고 이동한다. 청산도에는 다랭이 논이 많이 보인다. 농사짓기 얼마나 고될까 걱정이 된다. 논바닥에 돌을 구들처럼 깔고 그 위에 흙을 부어 만든 구들장 논도 볼 수 있다. 계단식 다랭이 논들은 굴뚝 대신 수구로 물이 흘러내리는 것이다. 구들장 논은 짜투리 땅도 놀리지 않았던 섬사람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난방기술인 구들장은 온기를 주는 장치이지만 청산도 구들장논의 구들장은 섬사람들의 생계를 유지시켜온 혁신적인 농업시스템이다.
버스로 이동하면서 멀리 대봉산도 바라보며 청계리 마을에 들려 섬사람들의 삶도 엿봤다. 제주도의 돌담울타리처럼 청산도의 집과 집사이도 돌담으로 둘레를 치고 있었다. 마을에는 빈집도 꽤나 있었다. 아마도 주인은 고달픈 섬 생활을 접고 육지로 갔지 않았나 싶다. 바다하고도 거리가 있어서 무엇으로 생계를 하나 싶어 가이드한테 살짝 물었다. 농사가 주업이라는 말에 그 메마른 땅에 땀을 쏟아 넣는 섬사람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가지게 되였다.
청산도의 가을이 느릿느릿 걸어오고 있다. 마지막으로 시원하게 힐링 할 수 있는 곳, 청산도 단풍 길을 찾았다. 저 멀리 설악산에는 간밤에 얼음이 내렸다는데 이곳 완도의 청산도에는 이제야 단풍이 피기 시작하였다. 청산도의 단풍이 전국에서 가장 늦게 물드는 것으로 예측된다고 한다. 단풍나무로 긴 터널을 이룬 단풍거리에서 때 이른 단풍구경에 아쉬운 마음이었지만 청산도 단풍 길이 조성된 배경만은 흥미롭게 들었다.
어번기로 몹시 바쁜데 청산도 아낙네들이 육지로 단풍놀이를 떠나 섬에 남은 남정네들만 남아 불만이 쌓이면서 생각한 것이 단풍나무를 심자고 한 것이며 단풍 길이 조성되고 나서는 아낙네들이 단풍놀이를 가는 일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단풍터널을 나오니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저녁은 싱싱하고 맛 나는 회정식으로 하루의 여행을 마무리 했다. 청산도의 밤은 깊어가는 가을을 향해 편안한 쉼 모드에 들어 간다...
/김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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