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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한국행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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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중방송 작성일22-09-23 12:56 조회46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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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조개는 상처를 진액으로 감싸고 뼈가 녹는 아픔으로 진주를 키운다. 수삼이는 이국땅에서 긴긴 15년 세월을 지내면서 아픔, 고통, 절망 등 살아온 인고의 세월이다.
 
15년 전 수삼이는 교직에서 벗어나 혈혈단신 한국에 입국하여 야당리 외식공간 주식회사에 입사하였다. 첫날부터 영업부장은 청소담당을 맡기었다. 1층은 활어회, 소고기 직판장이고 2층은 식당이었다. 수삼이는 비자루로 2층 홀 바닥 먼지, 머리카락 등을 흡인하기 위한 진공 청소기로 빨아들인 다음 1층, 복도, 계단, 사무실 등 청소를 끝내고는 남자화장실에 들어가 청소하려고 닫혀있는 변기뚜껑을 열자 물이 변기 안에 꽉 차 있었다. 변기 안에는 똥과 함께 휴지뭉치가 한가득 들어 있었다.
 
수삼이는 갑자기 얼굴이 확확 달아오르면서 구역질이 치솟아 다른 변기뚜껑을 열고 변기에 얼굴을 처박고 모든 것을 쏟아냈다. 지저분하고 뒤섞이고 형체를 잃은 음식물 콰르르 쏟아진 물이 토사물을 휘감아 내려가는 것을 수삼이는 두 눈을 부릅뜨고 쏘아보았다. 그리고 일어나 세면대에 몸을 기대어 거울에 그의 얼굴을 보았다. 입가에 토사물 눈에 피발이 선 낯선 남자 그 예리 예리하던 그의 모습이 아니라 고향의 제자들은 물론이고 돌이면 나무며 심지어 땅에 기여 다니는 이름 모를 벌레까지도 수삼이를 비웃으며 배처할 것 같았다.
 
수삼이는 정신이 멍하고 머리가 불덩이처럼 뜨거워져 흡연실로 달려가 담배 갑을 꺼내들어 앞니로 담배개비를 물고 불을 붙이고는 담배연기를 가슴깊이 빨아들였다. 올올히 맺힌 서러움의 응어리를 담배연기로 풀고 또 풀었다. 푸르스름한 담배연기는 공중에서 추상의 몸짓을 지으며 빠르게 자취를 감추었다. 수삼이는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버리고는 화장실로 터벅 턱벅 걸어갔다.
 
남자화장실에는 소변기가 더 설치되여 있다. 술에 얼근한 손님들은 소변기 앞에다 소변을 흘러놓는 경우가 많다. 수삼이는 소변을 흘리지 말라고 변기에 《좀 더 가까이》란 표어를 붙이었다. 간혹 소변기에 토사물도 있어 고무장갑을 끼고 손으로 주어냈다. 수삼이는 화장실문을 닫고 암모니 냄새와 더러운 대장균 등 냄새를 쉽게 제거 하려고 바닥에 락스를 쏟고는 대걸레질 하다 수삼이는 갑자기 숨막히여 바닥에 쓸어 질 번 하였다. 자칫 잘못하다간 생명의 위험을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그 후부터 수삼이는 화장실 곳곳에 청소세제를 뿌린 후 열심히 닦았다. 곰팡이와 때는 일종의 유기물의 서식직이고 먼지는 유체역하에 기반하여 속도가 줄어드는 모소리 구석에 모이게 된다.하기에 수삼이는 화학적 거세를 이용하여 균을 죽인 후 물리적 방법으로 오염 부위를 제거했다.
 
여자 화장실은 대변기만 설치되어 청소가 쉽지만 심각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었다. 한번은 수삼이가 여자화장실에서 정신없이 청소를 하고 있는데 젊은 여인이 불쑥 들어섰다.
 
《아저씨, 여자화장실에서 뮛 하세요.》
《난...난 청소담당이요.》
 
《멀쩡한 사람이 어서 나가 주세요.》
 
《... ...》
 
수삼이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는 하던 일을 멈추고 흡연실로 와서는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였다. 잠시 불투명하게 바뀌는 가벼운 최면상태의 아늑함에 젖어 손가락 사이에 끼워진 담배개비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한국행에서 돈벌이가 고달프고 굴곡적이고 숨이 턱턱 내리는 삶이지만은 사내로서 추잡한 청소보다 하루에도 여자화장실을 들락날락하는 것 수삼이의 의지의 힘으로는 이겨낼 수 없는 수마가 덥쳐왔다. 수삼이는 담배연기를 깊게 빨아 들었다. 두 번, 세번 그의 혼란한 의식이 안개에 젖든 여럿 여럿 희미하게 흔들렸다.
 
쉰 살인 수삼이는 이국땅에서 주식회사에 취직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자존심 때문에 힘들게 찾은 직장을 버릴 수 없다. 수삼이는 꽁초를 재떨이에 버리고는 화장실로 터벅턱벅 걸어갔다.
 
화장실 청소는 대체로 아줌마들이 하는 일이다. 남자 화장실에서 남자들이 소변기에 대고 싸고 있는데 아줌마가 청소하러 들어오면 그저 감짝 놀라고 하지 나무람 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자화장실에 남자가 나타나면 《성희롱》이란 죄명을 뒤집어쓴 채 ? 《콩밥》 먹을 수 있다. 그 후부터 수삼이는 여자화장실 문고리에 《청소중》 패말을 걸고 청소를 하였다.
 
수삼이는 난생처음 화장실을 청소하면서 별의별 일을 겪게 되었다. 그날 아침도 여느 때와 같이 청소도구를 담은 바구니를 들고 여자화장실에 들어섰다.
 
《아저씨, 안녕. 미안하지만 휴지를 주세요.》
 
수삼이는 홧들짝 놀랐다. 화장실 다섯간이 잠그지 않았는데 ? 아직 영업시간도 아니고 수삼이는 두번째 화장실문이 얀간 열린 틈으로 주방참모가 병기에 앉아 《볼일》을 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수삼이는 안해와 25년 살아오면서도 한 번도 안해가 화장실에서 《여보, 휴지를 주세요.》란 말을 들은 적도 없었다.
 
수삼이는 부끄럽보다 공포속에 화장실에서 나오려고 문고리를 잡았다.
 
《아저씨, 동료지간 괜찮아요.》
 
《그래도 참모님.》
 
《어서요, 아저씨.》
수삼이는 하는 수 없이 거울 옆에 놓여있는 두루마리 휴지를 들었다.
《참모님, 문을 잠그세요.》 참모는 문을 잠그었다.
 
수삼이는 무릎을 꿇고 바닥과 문 사이 틈으로 휴지를 밀어 넣었다.
 
물론 완벽하지 않지만 수삼이가 일년 동안 들인 시간과 노력에 여섯 곳의 화장실은 항상 깨끗하여 파주시 《모범화장실》간판을 걸게 되었다.
 
이듬해 수삼이는 홀 팀장으로 승진하여 10년 동안 야당리 외식공간에서 하루에 12시간 일하면서 집과 식당만 다람쥐 채바퀴 돌듯 오갔다.
 
2020년 수삼이는 퇴사하면서 10년 퇴직금 뭉치 돈을 받았고 한국에서 F-4 비자로 국민연금을 다달이 받는 월급쟁이가 되었다.
 
몸이 당하는 고생을 마음이 못 이기면 고생이 되는 것이고 몸이 당하는 고생을 마음이 이기면 고생이 아니다.
 
그렇다 자기 직책을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어떠한 악운도 비켜 간다. 설령 악운이 다가오더라도 그에게는 그것이 악운이 아니다. 그는 곧장 그 악운을 씹어 삼켜 버릴 것이다.
 
수삼이는 바로 이런 사람이 아닌?!
/신석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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