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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사라지는 아름다운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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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중방송 작성일23-04-01 23:03 조회39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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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년 전 초등학교 교원인 큰 아버지가 밤마다 《삼국연의》, 《수호젼》, 《홍길동》 등 책들을 읽는 소리를 듣고자 마실군들이 모였다고 한다. 큰 아버지의 책 읽는 소리에 마실군들은 울고 웃고 하였다고 한다.
 
책 속의 구절 하나 하니를 그대로 읽는 큰 아버지의 글 읽는 소리는 영향력을 발휘했다. 모두들 조용히 그 소리에 귀 기울이는 모습은 정말 대단했다. 큰 아버지께서 읽은 책들은 권수로 따지면 몇 권 되지 않었다. 그래서 몇권 되지 않는 책을 통채로 다 외웠다. 문화 대혁명시절 생산 대장인 형님께서 밭머리에서 사원들에게 신문이나 모주석 어록을 읽어 드렸다. 나도 30년 동안 학생들에게 책을 읽어 주었다.
 
아이들이 교실에서 낭랑하게 목청을 돋우고 가락에 맞추어 책을 읽었다. 책을 읽는 낭랑한 목소리는 운동장을 지나던 동네분들의 마음을 상쾌하게 한다. 그러나 조선족 학교가 통폐합되면서 조선족 동네마다 있던 조선족 학교가 하나 하나 사라지게 되었다. 우거진 풀숲에 덮쳐 학교는 아무것도 없었고 그저 벌레 소리만 들리고 있다.
 
2년 전 손자 녀석이 한국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다시 방안에서 손자의 책 읽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어린 손자가 한글을 익혀 글을 줄줄 읽을 때 과연 흐뭇하지 않을 할아버지가 어디에 있을까?
 
옛사람들은 꽃피고 새가 우는 봄날의 밤이나 가을밤이나 글 읽는 소리가 듣기 좋은 모양이다. 이웃집 총각의 글 읽는 소리에 반해 아름다운 낭자가 월담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조광조의 책 읽는 소리에 반한 낭자들이 그랬다 한다. 책 읽는 소리가 얼마나 좋았으면 시집 가지 않은 낭자들이 체통과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월담까지 했을까? 이로부터 책 읽는 소리야말로 아름다운 소리가 아닌가?!
 
아, 이제는 재 다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줄 날이 없을 것이고 낭랑한 책 읽는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될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었지만 손자 녀석의 글 읽는 소리를 듣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되었다.
/신석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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