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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부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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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중방송 작성일23-02-21 10:23 조회43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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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퇴직한 이선생의 팔순 생일에 부조하러 가려고 저녁을 해놓고 며느리가 퇴근하기를 기다렸다. 일찍 퇴근하던 아들도 조직과 과장으로 발탁이 된 후로는 식구들과 저녁식사를 못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할머니, 어머니가 저녁에 일이 있어 늦게 퇴근한데요.》
 
《그러더냐? 그럼 저녁 차려 줄 테니 먼저 먹어라. 할매는 가봐야겠다.
 
김씨는 중학교에 다니는 손녀에게 밥상을 차려주고 나들이 차림을 하였다.
 
(돈보다 술을 가져다 드려야지, 코로나19 땜에 집에서 생일잔치를 한다는데......)
 
김씨는 윗방에 놓여있는 책상 아래 미닫이를 열었다.
 
《아니, 웬 술병들이. 이렇게 많지? 쯔쯔......》
 
김씨는 손 가는 대로 보기 좋게 포장된 술 두병을 꺼내서는 들가방에 넣고 생일집으로 떠났다.
 
《오마니, 오셨나요. 어서 윗방으로 들어가세요.》
 
아버지 팔순 생신이라고 며칠 전 한국에서 돌아온 이씨 아들이 문전에서 김씨를 반겨 맞는다.
 
《자네, 수고하네.》
 
김씨는 가져온 들가방에서 술병을 꺼내 이선생의 아들에게 주었다.
 
술병을 받아 든 젊은이의 눈이 번쩍 빛났다.
 
《아버지, 김과장 모친께서 모태주를 가져왔습니다.
 
《모태주?!》
 
이선생은 중국에 십팔대 명주의 왕인라는 모태주가 있다는 것을 오래전에 들은 적 있지만 그 모태주라는 게 대체 병이 어떻게 생겼는지 맛이 어떤지는 40년간 교육사업을 하면서도 전혀 모르고 살아왔다.
 
《그럼 맛이나 볼까?......》
김 선생은 부어주는 모태주를 받아 꿀꺽 마셨다.
《야, 명주는 명주로다. 술은 55도라지만 순정 투명하고 향이 코를 자극하고 부드럽고 강렬한 자극은 없고 입안에 넘기니 상쾌하구나......》
 
김 선생은 부어주는 두 번째 술잔을 받아들었다.
 
《참, 학생 덕분에 천하 명주 맛을 보았구나!》
 
김씨는 무슨 장한 일이나 한 듯 흥분된 심정이었다. 집에 돌아오니 아들과 며느리가 책장아래 미닫이를 열어 제끼고 술병들을 하나하나 봉당에 꺼내놓고 있었다.
 
《어머니, 벌써 돌아오셨어요?》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반기면서 들가방을 받았다.
 
《아니, 이건 웬 일들이냐 ?》
 
무슨 판국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서있던 김씨의 말이다.
 
《어머니, 생일 집에 돈을 부조하였나요.?》
 
《돈은 무슨 돈? 그저 궤안에서 술 두병을 가져갔지.》
 
《뭐요, 어머니 그......그 술은? ......참, 오마니도......》
 
《아니, 순희 애비야, 김선생 집에 술을 부조한 것이 잘못이냐?》
 
《어머니, 그 술은 한 병에 삼천 위안짜리 모태주라요.》
 
며느리는 뽀로통해서 미간을. 찌프렸다.
《뭐이라구? 한 병에 삼천 위안이라고?!》
 
김씨는 세상에 그런 비싼 술도 있나 해서 입을 딱 벌렸다.
 
《내일 저녁 최 국장 생일에 가져가려고 구해놓은 술을......》
 
《어머니도 참, 하필 그 많은 술 중 값 비싼 모태주를 가져 갈건 뭐예요.》
 
김씨는 금세 아들 며느리의 소행이 괘씸했다.
 
《아니, 비싼 술이면 어쩠단 말이냐! 그래 국장에게 부조할 거, 너 초등학교 선생님께......너 병났을 때 5리 길을 업고 병원에 달려간 은사 선생님껜 부조하지 못한단 말이냐? 김 선생님께 글을 배웠기에 대학도 가고 과장도 되었지. 그렇지 않으면 외국에 나가서 막 일이나 하면서 돈벌이......!》
 
《.......》
 
아들, 며느리는 대답이 궁해졌다.
/신석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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