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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나를 바르게 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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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중방송 작성일22-08-05 18:37 조회58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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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초등학교 2학년생 손자가 영어학원에 다녀와서는 책상에 마주앉아 숙제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지현아, 허리를 펴고 똑바로 앉아 쓰거라.》
 
며느리가 하는 말이다.
 
《예, 엄마.》
 
손자는 바른 자세로 앉아 숙제를 하는 것이었다.
 
《똑바로 앉으세요.》 이 말을 들은 적이 오랜 세월이 흘렀다.
 
초등학교 1학년 때엔 담임선생님께서 하루에도 몇 십번 귀에 딱지가 붙다 못해 뇌세포 하나하나에 침투하게 된 《똑바로 앉으세요.》라는 말이었다.
 
2학년생으로 등교할 전날, 나는 낫을 들고 뒤 산에 올라 엄지손가락만한 버들가지를 베여서 집에 와서는 껍질 벗기고 깨진 유리조각으로 반질반질하게 다듬어서 칠판 대를 만들었다.
 
이튿날 칠판 대를 들고 등교하여 교탁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개울물로 걸레를 빨아와 말하지 않는 흑판까지 깨끗하게 닦았다. 선생님께 잘 보여 반장을 하고 싶은 것이었다.
 
그러나 반장은 고사하고 칠판대가 선생님의 무기가 되었다. 수업시간이면 선생님께서 우리들에게 글을 읽게 하고는 오른손에 칠판 대를 들고 글 읽는 우리들을 돌아보면서 허리를 굽히고 읽는 애들이 있으면 칠판대로 뒤 잔등을 살짝 치면서 《야, 똑바로 앉아 읽어라.》 그러면 맞은 애는 허리를 쭉 편다.
 
나도 선생님께 매를 맞고도 어울 하긴 했으나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집에 가서 아버지께 선생님이 칠판대로 때린다고 고자질 하였더니 《너희들을 가르칠 때 처벌이 필요하지, 그 정도 맞아서는 안 죽는다. 또한 뼈도 안 부서진다. 단지 조금 멍이 들뿐이지..... 옛날 임금에게도 엄한 스승이 있어야 한다고 공자가 말씀하셨지.》 하면서 선생님을 원망하지 않았다.
 
그 세월 부모들은 학교를 찾아 이러쿵저러쿵 시비를 따지지 않았고 선생님의 사랑의 《매》에 큰 불만도 없었고 오히려 반기기도 했다. 우리들의 성적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수업시간이면 두려웠다. 선생님의 커다란 손에 들려 있던 차갑고 사랑이 있는 칠판대라는 것이 언제 갑자기 나의 손바닥과 허벅지 위로 올라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선생님께서 매일 필수로 휴대하는 물건에는 출석부, 교과서, 그리고 더 중요한 우리들을 처벌하기 위해 사용하는 칠판대가 있었다. 선생님의 강의 때 똑바로 앉지 않거나 숙제를 해오지 않았을 경우 선생님은 칠판대로 손바닥이나 엉덩이를 때린다. 강의 시간에 눈만 딴 곳으로 돌려도 영락없이 칠판 대를 든다. 집중력이 떨어지면 끝 이라는 생각에 우리는 더욱 정신을 집중하여 공부를 하였다.
 
체육시간에도 똑바로 서지 않으면 체육선생님은 오른발로 나의 엉덩이를 차면서 《똑바로 서 있어.》 라고 호령을 쳤다. 또는 아침 운동장 조회 때 똑바로 줄 서지 않았다가 호명 당할 때도 있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농사일에 나서게 되었다. 아침마다 밥상머리에 앉으면 어머니께서 버릇처럼 나왔던 말씀 《둘째야, 이젠 사회에 나섰으니 몸을 펴고 똑바로 걸어라.》
 
지금 생각하니 허리를 펴고 똑바로 앉는 것이 왜 중요한가? 자세를 바로 해야 피가 가는 길, 숨이 가는 길, 호르몬이 가는 길이 편하게 되면서 마음이 열리게 되고 몸을 펴고 바른 자세로 걸으면 몸이 열리니 평생 작은 병은 있다 하나 큰 병에 시달리지 않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선생님의 말씀과 어머님의 밥상머리 교육도 알게 되었다.
 
그보다도 바른 마음, 바른 자세만이 바른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선생님과 어머니께서는 너무나도 일찍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신석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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