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들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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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06-21 20:10 조회3회 댓글0건본문
아침, 핸드폰을 들여다 보니 초등학교 동창인 순녀가 보낸 메시지가 있었다.
그리운 동창, 안녕. 돈이 뭔지 이번에는 환자분에게서 스트레스를 엄청 받으면서 일을 하지요. 핸드폰도 제대로 만질 수 없지요. 환자가 89세, 어느 대학교 교수로 있다가 퇴직하였다고 하지요. 언제나 명령식으로 "행동이 느리다. 좀 빨리빨리 해라." 잔소리 많고 밥도 혼자 먹을 수 있는데 내가 한 술, 한 술 먹여주지요.
내가 말 한마디 하면 노발대발 펄펄 뛰지요. 1인실에서 고독함 생각하면 보따리 싸가지고 나오고 싶지요. 그 돈 때문에...
나는 가슴이 먹먹해지기에 더는 읽을 수가 없었다. 어찌 그 힘든 간병일을 견디며 5년을 건너오셨는지 어찌 그 고통을 딛고 우둑둑거리는 뼈마디를 딛고 아직도 간병 일을 하고 있는지?
영국의 유명한 시인 로버트 번즈가 돈을 가리켜 "인간 독립의 바위"라고 한 것은 지당한 말이다. 돈이라는 튼튼한 반석이 있어야 우리는 당당하게 살 수 있다. 금전은 나의 인격이고 생명을 지켜 주는 튼튼한 성이다. 옛날 선조들을 조선에서 살길을 찾기 위하여 얼어붙은 압록강, 두만강을 건너 동북 3성 곳곳에서 황무지를 개척하고 삶이 터전을 일구었다. 그러다 30년 전 조선족들이 돈을 벌기 위하여 바다를 건너 한국에 와서 노동판에서 힘겹게 돈을 벌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노동이 어럽고 낮은 계층 간병 일이다. 다달이 250만원 벌지만 힘들게 사는게 간병인의 삶이다. 환자를 24시간 돌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병실은 적막하고 무거운 웃을 일이 없는 곳이며 환자를 두고 자리 비우지 못하고 목에서 싫은 담 끓는 "꼬르륵 꼬르륵“ 하는 기분 나쁘게 들리는 소리에 통잠도 자기 힘들고 쪽잠을 자야 한다.
"긴병에 효자가 없다"는 말은 가족간병을 하는 분들에게 적당한 속담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한국에 5만명 조선족들이 간병일을 하고 있다. 우리들은 어릴 때 부모님이 기저귀 갈아주신 것만 최소 4년은 될 것이며 아플 때는 숱한 밤을 뜬눈으로 보살펴 주셨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부모가 아닌 생면부지 분에게 간병일 하니 무엇때문일가?
돈의 다과와 힘의 다과는 서로 비례된다. 돈은 누구를 막론하고 그 소유자에게 힘을 부여한다. 돈은 힘의 상징이요. 힘의 표현이요. 힘의 척도요. 만물의 척도다. 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릴 수 있다고 부자들은 자기 부모를 중 환자병실에 입원시키고는 돈으로 "효도“ 한다.
동창과 같은 이국땅에서 간병 일에 고생하는 분들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나 많은 것이다. 그들은 어딘가에 남몰래 무수한 눈물을 파묻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려온다.
/신석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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