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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고향의 함박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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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중방송 작성일24-01-03 19:37 조회19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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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2월 11일날 갑자기 고향에 다녀왔다.
연길 조양천 공항에 내리면서 고향은 어떤 모습일까, 어떤 변화가 있을까? 관심이 앞서면서 마음이 셀레였다.
 
그것도 코로나로 귀향을 꿈도 꾸지 못했고 이리저리 바쁘다 보니 인제야 다녀오게 되었기 때문이다.
 
공항에서 차를 타고 오면서 보니 거리마다 차량들이 즐비하게 줄을 섰고 고층건물이 우후죽순마냥 일떠서고 길 양쪽에는 미화도 잘 되어 있는데다가 교통마저도 너무나도 잘 돼 있었다.
 
와~,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더니 지금은 5년이면 강산이 변하는 것 같았다.
 
고향의 변화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가슴이 뿌듯하고 시야가 확 트이는 것 같았다.
 
아파트 단지마다 미화를 예쁘게 꾸미고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경비원들이 대문을 지키고 있었다.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도 예외가 아니였다.
 
경비가 잘 돼있고 앞에는 부르하통강이 흐르고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에는 나무와 꽃 그리고 동물들로 감탄할 만큼 잘 꾸며져 있었다.
 
겨울철은 또 겨울철의 맛이 따로 있다. 이래서 4계절이 있나보다.
 
오늘은 고향에 온지 5일째 되는 날이다.
 
어제 기상청에서 많은 눈이 내린다고 예보하였는데 궁금해서 아침 일찍 창문 커텐을 열어보았더니 하얀 눈들이 딱 보였다.
밤새에 함박눈이 펑펑 쏟아져 나무 가지에 꽃송이처럼 예쁘게 소나무에 매달려있었다. 참으로 탐스러운 함박꽃을 방불케 했고 길은 온통 하얀 은보를 덮은 듯 하였다.
 
여느 때 같으면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운동하느라 걷고 뛰고 하련만 오늘은 눈 때문에 그런지 강아지 엄마만 보인다.
 
연길은 온통 은세계로 변했다. 그해서 요즘은 눈을 보려고 연변을 찾는 관광객들이 모여 든단다.
 
또 날씨가 추워지면서 요즘 독감이 유행되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병원문턱이 닳을 지경이란다. 그래서 이 기회에 이번 눈이 병균을 싹 씻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눈 내리는 것을 한참 보노라니 동년시절의 떠오른다. 초등 3학년 때다. 그날도 오늘처럼 함박눈이 내렸다. 동심에 눈사람 만들고 싶어서 친구들을 불렀다.
 
우리들은 강변으로 모여 갔다. 벙어리장갑을 끼고 너도나도 신나서 눈사람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코등이 빨갛게 얼어 잘 익은 참살구 같았다.
 
눈을 모아 사람 모양을 만들고 나뭇가지를 꺾어 눈섭을 만들고 눈을 파헤쳐 검은 돌멩이를 주어서 눈을 만들어 놓고 서로의 솜씨에 깔깔 웃음보를 터뜨렸다.
 
그리고 뒤축 높은 신발이 별로 없던 그 시절이라 얼음물에 신발뒤축에 맞춰 돌을 주어다 붙이면 마치 물도 얼어서 접착제처럼 착 붙었다. 딸깍딸깍 소리에 맞추어 얼음 강판에서 제 나름대로 춤도 췄다.
 
이렇게 흥이 나서 한참 놀다가는 목이 마르면 얼음을 깨서 꾸둑꾸둑 소리 나게 씹어 먹으면 얼음사탕 같았고 눈을 한웅쿰 쥐여 입에 넣으면 솜사탕처럼 입에서 사르르 녹아 별 맛이였다.
 
빵빵하는 차 경적소리에 머리를 돌려보니 어느새 밖에서는 어른들이 눈을 치우고 애들은 눈싸움하고 눈사람도 만들고 눈 위에는 그림을 그리면서 신나서 법석대는 모습들이 한눈에 들어와 사람 사는 맛이 났다.
 
계절마다 느끼는 그 멋은 풍요롭다.
 
오늘도 유관으로 느끼지만 온몸이 힐링 된 기분에 마음이 흐뭇하다.
고향의 함박눈에 눈이 부시고 온 연변의 깨끗한 도시로 새해를 맞는 것 같아 기쁨이 한량없다.
 
고향의 함박눈이여~
 
눈송이마다 건강과 재부를 담아 모든 시민들의 의식주를 풍부하게 하는 건강의 꽃, 재물의 꽃으로 사뿐사뿐 더 많이 내려주세요.
 
예쁜 함박눈이여~
천만송이 만만송이 소복소복 행복으로 쌓이게 해주세요!
/이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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