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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헤어짐은 항상 가슴이 뭉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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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중방송 작성일23-10-04 11:09 조회41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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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살아가는 동안에 많은 사람을 만나고 또 헤여지군 한다. 애인을 만나서 행복한 날들을 보내다가 부부의 연을 맺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쩔 수없이 헤어짐의 아픔을 겪는 사람도 있다. 
 
또 직장에서 퇴직을 하면서 정든 동료들과 헤어지는 아쉬움을 겪기도 하고 노년에 배우자나 친한 친구들이 먼저 세상을 등지면서 크나큰 상실감과 허전함을 겪기도 한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간병사로서 재활병원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환자와의 만남과 이별이 거듭되는 과정 중  뚱뚱보- 어르신과의 만남과 헤어짐이 나에게 너무 큰 섭섭함과 뭉클함을 안겨주었다. 
 
뚱뚱보 어르신과의 만남은 내가 근무하고 있는 병원의 간호사 선생님의 소개로 이루어졌다. 
                                               
처음 만났을 때의 인상은 그저 작달막한 키에 배가 남산만큼 큰 뚱뚱하고 태도가 오만하고 우월감에 젖어있는 그런 환자였다. 그 뿐만 아니다. 환자는 성격도 느리고 꼼꼼하며 심지어 "간병사는 돈을 얼마 받으면 얼마만큼 일을 해야 하지"라고 말을 하는 "바늘로 머리를 찔러도 피가 나지 않을"만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손길이 가야하는 과체중 심술쟁이-편마비 환자였다. 
 
심술쟁이 하면 사람들은 심술 (心术)이 많은 사람을 귀엽게 이르는 말이지만 여기에서는 "심술이 궂다"하는 것이 더  적당할 것 같다. 
 
환자는 간병사가 누워있는 꼴을 못 보는 그런 어르신이다. 누워서 십분이 될까하면 파스를 붙여달라, 연고를 발라 달라, 면봉을 가져와라, 심지어 화장실도 75키로 체중으로 하루에 적어도 네 다섯 번을 가겠다며 나를 힘들게 하는 그런 환자이다. 
 
더 심한 것은 이것 뿐만 아니다. 매 주마다 구슬땀을 흘리며 목욕시켜도 언제 한번 "녀사님, 수고했어, 고마워!" 하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그 대신에 톤 낮은 목소리로 "몸도 채 마르지도 않았는데 바디로션 바르냐"고 뒤꼬리를 달 때가 한 두번 아니였다. 그때면 성격이 강하고 급한 나는 가만히 당하지 않는다. 나도 화가 난지라 곱지 않은 말투로 몇 마디씩 내 뱉군하였다. 
 
또 한 번은 화장실로 대변보러 모시고 들어갔다가 허리를 다쳐 도저히 일할수가 없어 집으로 치료하러 갈 때도 살풋이 머리를 숙이고 앉아서는 입을 꼭 다문채 한마디 말도 하지 않는 것이였다. 당시 속으로 환자가 괘씸하기 짝이 없었다... 
 
이렇게 날이 가고 달이 갔다. 환자를 돌본지도 어언간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나와 환자사이에는 그사이 오해도 많이 생겼고 도리 따짐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만남 속에서 서로의 장점을 발견하게 되였고 진심과 진심의 부딪힘으로 호상 상대방을 이해하고 어려움도 풀어나갔다. 
 
그날은 바로 일요일이였다. 그날따라 새벽부터 환자는 속이 좋지 않다며 대변을 보기 시작했다. 나는 천근무게 되는 눈을 비비며 겨우 일어나 환자의 변을 치고 있다. 헌데 환자는 "녀사님, 미안하네, 이른 새벽부터 구린내를 이렇게 맞게 해서"라고 부드럽고 낮은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나도 낮은 목소리로 웃으면서 대꾸한다. "제가 오늘 참 재수가 좋은가 봐요. 이른 새벽부터 황금을 만지니 오늘 꼭 운이 좋을 것 같아요!" 
 
이렇게 나와 환자는 서로 웃으면서 어색함을 풀어나가고 환자도 속심의 이야기, 가정의 여러가지 답답하고 속상한 일도 하나하나 다 털어놓는다. 나도 환자에게 양말, 스카프, 니트쪼끼 등을 사드리면서 끈끈한 정으로 "정"이라는 금자탑을 쌓아가고 있다. 
 
헌데 환자는 병원측 요구에 의해 다음 주에 다른 병원으로 옮겨간다. 헤어짐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마음이 짠하다. 처음 같아서는 미움으로 꽉 찬 느낌이였지만 만남 속에서 미운 정, 고운 정으로 서로가 의지해왔고 특히는 코로나 양성판정을 받은 그날부터는 더더욱 마음과 마음이 탄탄하게 이어져 서로가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한다. 오늘도 뚱뚱보 어르신은 헤어짐이 아쉽다며 눈시울을 적신다. 너무도 뭉클하고 섭섭하다. 
 
함께 했던 15개월, 15개월간 모든 추억들을 잊을 수 없기에 이 글을 써 추억으로 남겨 가슴속에 묻어두고 헤어짐의 슬픔을 새로운 인연이 닿는 환자와의 즐거운 추억으로 하나씩 하나씩 채워나가려고 생각한다. 
 
뚱뚱보 어르신께서 전원 후에도 부디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두 손 모아 진심으로 바란다.
/장영애
 
일산복음재활병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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