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머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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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중방송 작성일23-09-02 16:50 조회402회 댓글0건본문
어머님, 오늘 이 못난 자식이 귀국하여 고향에 들어서니 어머님의 향기가 곳곳에서 풍깁니다. 진정 눈물 아니면 이 세상에서 부를 수 없는 이름이 어머니입니다.
20년 세월이 흘러가면서 이따금 어머님의 전체가 망각의 저 밀모를 곳에서 푸르게 일어서나의 삶의 정수리에 아프게 박힙니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어머님를 부르며 생명의 근원이신 나의 삶 속에 어머니를 종종 찾아 나섭니다. 갓난 애기 때는 나를 품에 안고 어머님 피로 만든 모유를 먹이면서 길러 주시고 동년시절에는 사람의 이치를 가르쳐 주시고 청년시절에는 삶을 인도해 주신 어머님을 생각 할수록 마음이 번져오는 알 수 없는 정감들이 거센 파도가 되고 내일이 됩니다.
이 밤도 어머님이 그리움에 나의 집 뜰 안에서 먼 하늘나라를 쳐다보면서 희미한 기억 하나 하나가 불꽃 되어 온 몸을 태웁니다. 그 정성, 사랑의 의미를 가슴에 새겨 넣을수록 어머님의 노래 한 소절에도 못 미칩니다.
시대의 온갖 질곡을 안고 여성차별로 험난한 길을 넘어 끈질긴 삶을 살아온 어머님! 가사노동뿐만 아니라 생계를 잇기 위해 처절한 생산노동까지 아버지 수발, 자식들 수발, 손자들 수발하면서 집안에서 하는 모든 일은 말할 것도 없이 어머님의 몫이였습니다.
삼시 세끼 모든 음식을 집에서 만들어야 했습니다. 어머님은 문자 그대로 부엌에서의 삶이였지만 불평 한마디 늘어놓지 않으시던 그 깊은 속뜻 나도 자식들을 키워오면서 느꼈습니다. 어머님의 마음속에 오직 한 가지 아낌없이 일생을 자식위해 살아 뼈를 깎아서 바치는 마음이었습니다. 인간은 그 무엇이 거룩하시겠습니까? 오직 어머님의 사랑이 거룩합니다.
어머님의 깊은 사랑으로 나의 생명의 피 줄기가 지금도 뛰고 있습니다. 사례가 깊고 아량이 넓은 어머님의 성품을 왜 돌아가시기 전에 더 못 배웠나 하고 많이 후회 합니다. 길을 가다가 가여운 사람이 있으면 절대로 그냥 지나치시지 못하는 어머님, 추운 겨울날 해산을 돌봐 줄 사람이 없는 젊은 부부의 아기를 받으시며 어설픈 아기 아빠를 제쳐놓고 미역국 끊여 빨래까지 해주고 오시는 어머님의 성미였습니다.
그러기에 어머님은 동네 사람들에게 신망이 두터웠고 또 그렇게 살아오셨기에 어머님은 가난한 이웃의 회장이였습니다. 내가 지금 아무리 어머님 보다 아는게 많고 논리적이며 인류를 사랑한다, 외친다 하더라도 어머님의 그 넓은 마음에는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나도 조금 그렇게 닮는 어머님의 모습을 닮아볼까 하는 요령으로 살아왔지만 어찌 어머님의 성품에 비길 수 있겠습니까? 어머님은 삶을 통하여 행동과 실천으로 보여 주었을 뿐입니다. 어머님은 오늘의 일을 내일로 미루지 않고 부지런히 일했고 남을 부러워하거나 의지 하지도 않았고 또 남을 원망하지도 않으셨습니다.
어머님은 늘 낙천적이셨습니다. 그래서 어머니와 같이 있으면 즐거웠습니다. 또 어머님은 긍정적이셨습니다. 그래서 어머님과 같이 있으면 모든 것이 자신이 있었니다.
어머님, 나는 문화대혁명 때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중학교를 졸업하였지만 어머님께서 받은 가정교육이 밑바탕이 되여 생은 어딘가 다른 곳에 꼭 있으리라고 믿었습니다. 언제가 천지가 개변하듯 기필코 뭐가 거대한 변화가 찾아오리라고 거대한 변신이 있으리라고 믿었습니다.
이 순수한 믿음으로 시골에서 꼴을 베고 밭을 갈았고 모를 심었고 장작을 팼고 돼지물을 주었고 밤이면 책과 씨름 하였습니다. 싸늘한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건만 또한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왔건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나는 어머님의 말씀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동화의 신화속에서 현실이 재현되듯 현실속에서 동화와 신화가 생생하게 재현될 수 있으리라고 하기에 나는 국록을 타먹는 인간이 되었습니다.
어머님, 오늘 어머님께서 늘 다니시던 시골길을 걸으면서 어머님의 참된 사랑을 더 한층 알게 되었습니다. 어머님의 삶에는 개인적 포부나 의식의 변화에 따른 것이 아니라 오르지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에 기인한 것이었습니다. 참된 사랑은 자기의 생명까지도 버릴 수 있는 것이며 거기에는 어떠한 계산도 없습니다. 어머님은 아무리 힘들어도 자식들을 위하여 사랑의 길을 갔습니다. 사랑 앞에 자기 목숨을 묻고 가는 것이 어머님의 마음이고 참된 사랑이었습니다.
아, 하늘나라에 계시는 어머님 생각만 해도 뭉클하게 가슴의 아래 도리가 무너져 눈물을 쏟게 되어 종이 장을 적시여 더는 쓸 수 없습니다. 나는 사랑합니다. 어머님을! 하늘나라에 계시는 나의 인생의 은사인 어머님 말입니다.
/신석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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