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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나는 익어가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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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중방송 작성일25-01-16 13:16 조회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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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0세인 나는 태여나서부터 20년전까지만 해도 병약자로 살았다.
 
나는 1936년 9월 21일 한국의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매월리 장작터에서 태여났다. 당시 일본의 침략으로 하여 할아버지께서는 일도 못하시고 아버지 또한 일본군 병영에 가서서 말을 먹이는 고역에 시달렸으니 집안 살림은 어머니의 몫이였다.
 
내가 태여나서 열흘될 때 넷째 할아버지더러 날 밖에 내다 묻으라 했단다. 그러나 넷째 할아버지께서는 차마 그러지 못하고 기다리셨단다. 아이가 하도 울어서 보니 허리에 났던 종양이 터졌더란다.
 
가세가 기우니 어머니는 임신해서도 고되게 일하고 제대로 드시지도 못했다. 겨우 해산했어도 아이는 건강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 태여난 내가 일본의 고역을 피하는 아버지를 따라 만주로 가지 않으면 안 되였다.
 
다섯 살 때 부모형제들과 같이 중국 흑룡강성 목릉현 복록향 평성촌으로 갔다.
 
일본놈들은 어른들이 지은 벼를 빼앗아가고 썩은 두병 가루를 식량으로 주었다. 그걸 먹고 위병에 걸린 나는 수십년 고생했다.
 
위가 안 좋으니 임신 후엔 입덧을 하며 그 고통이 더 심해졌다. 하여 두 차례나 조산하였다.
 
시골학교에서 14년간 복식수업을 하며 목이 꽉 막히기도 했다. 만성 후두염으로 2개 월이나 말할 수도 없었다. 나중에는 외음암까지 걸려 수술을 받고서야 생명의 고비를 넘겼다.
 
그런 내가 한 20년간은 앓는 법 모르고 잘 보내고 있다. 나로서도 믿기 어렵다. 평생 비들비들하며 70대 고지에 오른 것만도 만족했다.
 
나는 사는 날까지 책을 보고 글도 쓰고 피아노도 치리라 맘 먹었다.
 
한편 장에 나가 먹을걸 사 오고 음식을 장만하는 건 모두 내 손으로 하였다.
 
쌀 가루 내서 송편 만들어 이웃과도 나누기를 즐겼다. 이웃 친지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은 물론이고 내가 초등학교 내내 가르쳤던 목릉조선족소학교 31기 졸업생들과도 연락이 빈번하다. 대화방에서 그들과 함께 추억을 나누고 건강상식을 공유하면서 날마다 알찬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열심히 배우니 제자들 못지않게 말도ㅍ하고 글도 쓰고 사진과 영상도 공유할ㅍ수 있다. 그리고 2016년에는 양평 고향을 방문하고 제자들이 나의 팔순까지 쇠주었다. 나는 윗세대들의 역사와 제자들과의 생활을 글로 쓰기도 했다.
 
나의 글은 한민족신문에 발표되기도 하고 한민족방송 “보고 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 방송에서도 여러 차례 우수작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고향의 신문과 방송에 나의 글이 발표되니 무한 기뻤다.
 
나는 참말로 익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오늘도 나는 건강하니 피아노 치고 젊은이들처럼 글 쓰고 사진을 주고 받으면서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리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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