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욕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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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6-01-26 16:44 조회8회 댓글0건본문
엄마가 하늘나라로 가신지도 스물다섯 해나 되지만 저는 늘 꿈속에서 엄마의 가르침을 받는다. 울 엄마는 전통적인 조선여성이였다.
얌전하고 마음씨가 착하고 음식솜씨도 대단하고 다른 사람들을 잘 도와주는 성격이다. 이런 울엄마에게는 남들에게 알릴수 없는 큰 고통이 있었다.
어린 시절 엄마의 이상한 오른쪽 발뒤축을 보고 의문이 생길 때가 많았다. 엄마의 발뒤축은 썩박 돌을 힘껏 때린 것처럼 뒤축 가운데로부터 밖으로 산산이 금이 가고 뭉개져 있었다. 발뒤축이 없어진 엄마는 오른쪽 신을 제대로 신을 수가 없어서 늘쌍 질질 끌고 다녔다.
내가 대여섯살 되였을 무렵 하루는 엄마가 낡은 천쪼각을 쥐여주면서 엄마의 엉덩이 상처를 닦아 달라는 것이였다. 내가 의아한 눈길로 엄마를 쳐다보는데 엄마는 아무런 표정도 없이 옷을 내리우고 있었다. 순간 나는 너무도 놀라운 광경이라 입만 크게 벌리고 멍하니 서 있었다. 엄마는 벌일 아니라는 듯이 나를 보면서
“가운데서 흘러내리는 염증을 닦아 다오.” 하셨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염증을 닦아드렸다. 그때로부터 나는 엄마의 “간호사”가 뒤였다.
엄마의 엉덩이는 총알에 맞은 창문 유리처럼 가운데가 구멍이 나고 주위는 깨진 유리에 금이간것처럼 많은 줄이 밖으로 뻗어 있었고 돌처럼 굳어져 있었다. 그때에는 그것이 무슨 병인지 몰랐고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그때에는 약솜도 없었고 치료 기구도 없었다. 아버지가 나무로 송곳처럼 만들어준 꼬챙기에 천쪼각을 감아서 염증을 닦아냈다. 염증을 닦아 낸후 어머니는 그천쪼각을 씻어서 두었다가 이튼날 재차 사용하군 하였다.
나는 커가면서 매일 고름을(염증) 닦아내는 엄마는 왜 저렇게 고통스럽게 살고 있을가하는 의문이 생기면서 엄마에게 사연을 캐물었다.
1945년도에 일본침략자들이 투항하고 쫓겨 가면서 뿌린 독약이 장질부사란 전염병을 일으켜
면역력이 약한 많은 사람들이 병에 시달리다가 죽어 갔단다. 1948년도 우리 마을에도 전염병이 돌았는데 당시 소학교에 다니던 맏언니가 친구 집에 놀려 갔다가 전염되였는데 엄마의 극진한 보살핌에 언니는 인츰 나아졌고 엄마가 전염병에 걸렸다.
그해 엄마는 38세였는데 이미 애들을 열명이나 낳았다. 넷은 어릴 때 죽고 여섯 아이들이 옆에 있었다. 아버지는 정미소에서(가공창) 정미기를 보았고 정미소 숙직실이 우리 집이였다. 작은 숙직실은 여덟 식구가 누우면 꽉 차서 돌아눕기도 힘들었단다. 전염병에 걸린 엄마는 금방 세상에 태여난 딸과 두돌 되는 딸, 다섯 돌 되는 딸을 온 하루 옆에 두고 애들에게 전염되지 못하게 하려고 모진 애를 썼단다.
엄마는 몸도 움직이기 힘들어 온 하루 누워만 있었단다. 문밖은 새끼줄로 경계선을 만들어 놓았고 물독을 경계선 옆에 놓고 친척들이 물을 길어다 물독에 채워넣군 했단다. 아버지는 일하러 가기 전에 장작개비들을 불 아궁이에 지펴놓고 맏언니는 갓난 애기를 엄마 옆에 눕히고 애가 먹을 죽사발은 엄마 머리맡에 놓고 학교에 간단다.
낮이면 뜨거운 구들에 누워있는 엄마는 너무 뜨거워 몸부림치다가도 오른쪽 발뒤축으로 빋디디면서 잠시나마 뜨거운 엉덩이를 식히군 했단다. 이렇게 몇달지니 마지막 척주 뼈가 썩어 떨어지고 오른쪽 발 뒤축뼈도 썩어 떨어졌단다. 이듬해 아버지는 그 마을에서 이사가는 집을 샀단다. 새집에 이사간 후 제대로 먹지못한 아기는 저세상으로 갔단다. 그 태로부터 93세에 세상뜰때까지 엄마는 그 상처 때문에 많은 고생을 했다.
그러나 그때는 몰랐다. 그것이 무슨 병인지를. 그저 열심히 닦아 드릴 뿐이였다.
고국 땅에 와서 간병 일을 하면서 그것이 욕창이였다는 것을 알게 되였다. 의무일군들은 욕창이 생길가봐 체위변경을 자주 시키라고 강조하고 환자들은 경한 욕창이 생겨도 아프다고 소리 지른다. 그런데 엄마는 뼈까지 떨어져 나갔으니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하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아파난다.
이런 고통을 지닌 엄마가 또 열한 번째로 막둥인 나를 낳았다. 엄마는 모든 고통을 참아가면서 우리들을 키웠다. 엄마의 욕창은 그 누구의 욕창보다 중하였으나 엄마는 강의한 의력으로 뻗혔다. 이런 엄마를 나는 존중한다.
/태순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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