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와 간병인, 누가 “갑”일까?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한중방송 작성일23-06-18 18:29 조회554회 댓글0건본문
환자의 보호자와 간병인 사이에서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일까? 당연히 환자의 보호자가 갑이다. 하지만 보호자의 입장에서는 간병인이 갑이라고 할 때가 있다.
보호자들은 말한다. 아픈 가족을 맡기는 우리가 항상 '을'이 라고... 나름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렇다면 갑. 을을 논하기 전에 각 자의 갑질에 대해 알아보면 어떨까?
보호자의 갑질
"키가 크고 몸 무게가 많이 나가는 환자는 간병이 어렵습니다.", "아픈 곳이 많아서 손대기 겁나게 '아가가, 애고고' 하는 환자는 손 대기도 겁나고 어렵습니다.", "폭력성이 있는 치매나 섬망 증세 환자는 선뜻 나서기 겁납니다." 이런 문제를 반영하면 보호자는 간병비를 올리기 위한 꼼수로 오해한다.
간병하다 보면 간병사를 함부로 대하며 갑질하는 보호자들이 간혹 있다. "보호자가 어찌나 무례하던지 도저히 힘들어서 환자를 간호할 수 없었다."는 하소연을 종종 듣게 된다. 간병이 오랫동안 허드렛일로 취급되여 며느리나 아내에게 맡겨졌던 탓에 가족 아닌 남이 대체된 오늘도 간병사에 대한 하대가 여전하다.
전에 다니던 직장에 시부모님들이 다 돌아가시고 치매에 걸린 시할아버지를 모시는 선배가 있었다. 선배가 직장에 나온 사이에 할아버지는 생 배추도 뜯어 먹고 사람만 만나면 배고프다 하소연하여 동네에서는 선배가 할아버지를 굶긴다고 소문나서 나쁜 손주 며느리로 낙인이 찍혔다. 퇴근해 가면 집안 어데라 없이 대소변을 칠해놓아 선배는 울면서 집안 정리하고 시할아버지를 씻겨드리고 하였다. 그 시절에는 간병이 오직 가족 몫이고 직장도 그만둘 수 없는 상황이라 선배는 항상 불효한다는 죄명을 쓰고 치매 시할아버지 모셨다.
그 소문 때문에 직장에서도 아무리 우수했어도 늘 따돌림을 당했다. 칭찬과 포상을 받았어야 마땅했음에도 불구하고 비난과 폄하를 받았다. 돌봄을 하대한 사회의 그릇된 인식이 빚어낸 아픔이었다.
이런 아픔이 지금까지 대물림되어 현재도 간병인을 하대하면서 소중한 내 가족은 잘 돌보라 하는 보호자가 있다. 간병인이 환자를 학대하지 않기를 바란다면 보호자 역시 간병인을 하대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예의는 간병인의 몫만은 아니다. 간병인에게도 최소한의 예의는 필요하다.
전에 한 간병인의 하소연을 발표한 적이 있다. 욕창이 생겼다는 이유로 간병비를 지불하지 않고 간병인에게 심한 욕설까지 퍼붓는 비인간적인 보호자가 있다. 욕창이란 어느 정도 줄일 수는 있어도 100% 방지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 현대의학의 실질이다. 증오는 사람을 비열하게 만들고 인격을 타락시킨다. 이 사건은 이미 경찰에 고발된 상황이다. 난폭한 이 보호자는 법의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겠지만 난도 질 당한 간병인의 마음은 어떻게 치유될 수 있을까? 간병은 사회에 꼭 필요한 부분인 만큼 일방적으로 간병인을 하대하는 시각은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간병인이 아무리 가족같이 보살펴준다지만 그래도 보호자의 눈에는 부족한 점이 보이며 간병인의 마음 또한 가족에 비할 수는 없다. 가족도 힘든 간병을, 남이 가족만큼 해주길 바라는 건 역시 욕심이다. 일부 못된 간병인 말고 많은 간병인들은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단지, 본인의 기준에 모자란다고 나쁜 간병인은 아니다.
아프면 건강할 때 아무렇지 않았던 생존 활동의 모든 것이 간병인의 도움이 있어야만 이룰 수 있다. 간병인은 환자에게 모든 걸 맞춰주려 한다. 간병인은 대소변이나 처리하고 허드 레일이나 하는 하찮은 사람이 아니라 전문 지식을 겸비한 직업인이라는 것을 믿어주어야 한다.
가족들이 입원해도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보호자들에게는 간병인이 상주하며 환자를 돌보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처럼 간병할 줄도 모르는 가족이 하지 말고 전문성을 가진 간병인에게 맡기는 것이 아픈 가족을 위한 선택이다.
어수선한 보호자의 간병을 보면서 곁에서 도와주고 가르쳐 주는 게 같은 병실에 있는 간병인들이다. 간병인의 도움과 지도를 받으면서 고마워하고 간병의 노고를 인정해주는 보호자들이 있다. 간병인의 도움에 감동을 받는다. 환자들은 건강이 회복할 때까지 전문가의 따스한 손길에 도움받아 보라고 권정하고 싶다. 바쁜 현대인들이 가족을 돌볼 여력이 없고 가족이 간병 하기에는 감당이 안 될 경우에는 간병인을 믿고 맏겨 주시라고. 마음으로 환자를 돌봐주고 아껴주시는 좋은 간병사들이 많다.
간병은 사람이 사람을 상대로 하다 보니 서로 정이 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돈이 오고 가는 관계다 보니 서운함도 당연히 있을 수 있다. 간병비를 지불한다는 핑게로 고용주 행세를 하면 서로가 불편한 감정이 생길 수 있다. 치매 환자의 욕은 흘려보내야 하고 폭력은 눈물을 머금으면서도 이해해야 하는게 간병인의 삶이다. 간병인의 노고를 알아 주어야 한다.
이제는 가족의 희생에만 의존하는 간병시대는 지나간 것 같다. 국가의 정책변화와 날로 늘어나는 간병 수요에 따른 대책 및 간병사에 대한 처우개선에 대한 적극적인 변화가 있어야 할 시대가 되였다. 간병사들도 자신의 소질을 높히고 전문 지식을 보다 더 습득하여 변화하는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자신을 전문가다운 프로로 덕지를 갖춘 전문인재로 발전시켜야 한다.
간병사의 갑질
어느 날 나는 치워도 치워도 끝을 모르고 계속하는 환자의 설사 때문에 지치고 화가 난 상태였다.
환자에게?! 아님, 나에게?! 상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화가 슬그머니 내 안에서 스멀스멀 치밀어 올랐다. 설사하는 환자가 야속하기만 했다. 항문이 자극받아서 그런지 물티슈로 닦으면 또 주루룩 흘러나오는 변, 기저귀 갈고 있는데 찔끔 나오는 변, 시트에 조금이라도 묻으면 아침에 갈아준 시트를 다시 다 갈아야 하는 일상이었다. 하루종일 헤아릴 수 없이 계속 설사하다 보니 습진이 생겨 피부 상태도 엉망이고 환자도 탈진상태에 빠졌는데 간호사들은 교수님의 지시가 없다고 지켜보자는 말만 곱씹는다.
교수님 회진시간에 수간호사의 보고도 무시하고 교수님께 "어떻게 대책이 없으십니까? 언제까지 설사해야 되는데요?", "환자나 간병인이 한계에 달했습니다. 피부습진은 어떻게 합니까?" 애써 부드러운 어조를 말씀드렸지만 말 속에는 모름지기 찬 기운이 돌았다. "지사제를 안 썼는데 적당히 드리지요. 습진은 문제가 아닙니다." 하시는 교수님의 말씀에 토 달지 않을 수 없었다.
"저에게는 큰 문제입니다. 피부관리는 간병인의 책무이고 감당해야 할 부분입니다. 조치 부탁드립니다."
우의 사연에서 간병사의 갑질일까? 아니다. 이는 간병사가 정당한 이유로 정당한 권리를 행사했다고 본다. 만약 그런 상황에서 간병사가 "이런 환자는 못하겠다."고 소리 지르거나 환자한테 횡포를 부리고 구박했다면 간병인의 갑질이라 하겠다.
환자를 위한 안전한 간병을 수행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간병인들이 있는 반면에 "나쁜 간병사"도 있다. 환자를 혼내주고 윽박지르는 간병인, 환자를 귀찮아하고 방치하는 간병인, 환자에게 손이 많이 가면 짜증 내는 간병인은 나쁜 간병인이다. 환자를 약자로 보아서는 안 된다. 병원을 세력다툼의 현장으로 여기고 텃세 부리는 간병인, 하여튼 별의별 간병인들이 다 있다. 이렇게 불성실한 간병인은 간병 업계에서 퇴출되여야 한다.
한 보호자의 제보에 의하면 피딩 환자인데 간식을 이것 저것 사오라고 요청해 그대로 들어줬다 한다. 피딩 환자는 연하장애가 있기 때문에 입으로 먹지 못하는데 간식이 왜 필요할까?
또 한 보호자는 노모가 사용하시던 물품을 인수 받았는데 상당수가 빠져 있었다 한다. 보호자가 찾으니 그까짓 것 찾냐고 싫은 티를 내더란다. 금액으로는 얼마 안 되는 물품들이지만 탐나 보이는 물품들은 모두 사라졌다면서 중국동포들은 공유경제가 몸에 밴 탓인지 기본적인 직업윤리를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듣는 사람이 창피해 얼굴 들 수 없었다.
이밖에 한 간병사는 환자의 손발톱도 깍지 못하겠다고 하는가 하면 환자가 토할 때 옆에서 등도 두드려주고 물로 가그린도 시켜주면서 돌봐야겠지만 환자를 간호사에게 떠맡기고 옥상으로 가버리면서 더러워서 못해 먹겠다고 투덜댄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간병인으로서 최악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리 듯이 이런 간병인들 때문에 동포간병인 전체가 욕먹고 폄하를 당한다. 우리는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대가를 받고 일한다. 우리의 상대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돌봄에 대한 소명의식이 없다면 간병을 하지 말아야 한다.
코로나 전에 간병인은 끊임없이 교체 가능한 존재였던 때를 잊어서는 안 된다. 간병인은 간호사나, 환자, 보호자의 털끝만한 투서만 있어도 통보도 없이 해고당하여야 했고 항의할 권리도 없었다. 간병인이 맘에 안 들면 해고하고 협회로부터 소개받아 다른 간병인으로 채워지면 그만이었다. 간병인들의 소질을 높이지 않으면 코로나 이전의 악순환 늪에 빠지게 될까 우려스럽다.
협소한 병원 공간에서 세상과 단절돼 힘들 겠지만 최선을 다 해야한다. 간병인의 갑질은 도덕적으로나 직업윤리로 용서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해고를 불러올 수 있다. 보호자는 일 잘하고 친절한 간병사를 원하지 갑질하는 간병사를 싫어한다.
보호자나 간병인이나 어느 일방도 갑질은 있어서는 안 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가고 간병 질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환자. 보호자 및 간병사 사이에는 갑. 을이 없는 공존의 관계로, 갑질이 존재하지 않는 평등의 사이가 되어야 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