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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마르던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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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중방송편집부 작성일16-11-04 10:37 조회7,63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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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밤 10:30시쯤 되자 동창생 딸 잔치에 갔던 남편이 집에 들어섰다. 급히 화장실에서 나오는 남편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 빨리 문방이한테 전화 해 봐.”
 
문방이는 딸 이름이다. 오늘 하루 종일 딸한테 전화를 수십 번 했는데 딸이 전화도 안 받고 문자 답장도 없단다.
 
남편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나는 딸한테 전화를 했다. 전화를 안 받았다. 문자를 보냈지만 답장도 없었다.
 
사실은 전날 저녁 남편이 잠자리에 들 무렵인 9시쯤에 딸한테 전화를 했는데 딸이 전화를 받지 않고 문자 답장도 없었었다.
 
“수업중(요즘 딸이 학원 다니며 한국어공부를 하고 있다)이라 전화를 못 받겠지.”
 
나는 무심히 생각하며 지나쳐버리고 이튿날도 연락을 안 해봤었다.
 
워낙 “딸 바보”인 남편은 전 날 저녁 전화를 못 받고 답장도 없는 딸이 걱정스러워 이튿날 또 전화를 했던 것이다. 예전에 전화를 못 받으면 꼭 문자로 답장을 보내던 딸이었으니까.
 
한번, 두번 ,세번, 계속 전화를 안(못) 받는다. 문자를 보내도 답장이 없다. 슬슬 걱정이 되더란다. 불길한 예감만 들더란다. 예식장에서 축의금 장부를 관리하기 바쁜 여가에도 남편은 한번 또 한번 딸에게 전화를 했다. 역시 묵묵부답이었다.
 
나도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안 좋은 생각만 들었다. 며칠 전에 딸이 아빠, 엄마 신분증과 호구부를 스캔해서 보내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약간 이상한 생각이 들어 딸에게 뭘 하는데 쓰려는가고 물었었다. 이 일과 연결시키게 되는 걸 어쩔 수 없었다.
 
“무슨 좋지 않은 일에 말려든 거 아닐까?”
 
시간은 밤 11시, 다시 딸한테 연락했다. 이번엔 아예 전화가 꺼져 있다. 딸한테 별 일 없을거란 느낌에 이상하리만큼 “침착”한 나에 반해 남편은 안절부절이다. 이해가 갔다. 나한테는 피 마르는 30분이었지만 남편에겐 피 마르는 26시간이다.
 
만감이 교차했다.
 
딸이 연락이 안 된다. 멀리 중국 남단에 있는 도시 해남도 해구에 있는 딸이 26시간 째 연락이 안 된다. 다른 사람을 통해 딸의 상황을 알아봐야 한다. 그런데 연락할 데가 없다. 딸의 룸메이트(애명-화화) 연락처도 없고 세집 주소, 세집 주인 연락처도 없다. 딸이 다니는 직장 주소, 연락처도 없다.
 
나한테는 몇년전부터 분명히 "문방룸메이트"라고 입력한 위쳇이 있었는데 화화가 아닌 딸의 다른 대학시절 한 기숙사 친구였던 것이다. 내내 화화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화화도 딸과 대학시절 한 기숙사에 있었었다.)
 
야이, 우린 부모가 돼서 너무 등한했어.”
 
“부모 자격이 없어.”
 
“우린 기본이 안 된 부모야.”
 
“부모가 돼서 딸의 친구 연락처, 회사 연락처를 모르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잖아. ”
 
심한 자책에 모대기고 있는 남편의 말이다.
 
여동생한테 전화했다. 이모와 꽤 친한 딸이다. 전화를 받은 제부가 여동생이 샤워중이라고 했다. 남동생한테 전화했다. 딸이 단오 때 화화와 외가 집에 갔었기 때문에 행여나 했는데 남동생도 화화 연락처가 없단다.
 
여동생한테 다시 연락을 했다. 화화 위쳇이 있단다. 여동생이 바로 나와 화화 우리 셋의 위쳇그룹을 만들었다.
 
화화한테서 바로 답장이 왔다.
 
“문방이 지금 자고 있어요. 오늘 꽤 피곤해보였어요.”
 
“그럼 네 전화번호 알려주라. 그리고 문방이 깨워주라.”
 
화화가 본인의 전화번호를 보내왔다. 남편이 바로 전화를 걸었다. 화화가 딸한테 전화를 넘겨줬다.
 
“문방아, 아빠, 엄마 걱정했잖아.”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앞으로 아빠, 엄마 걱정 안 하게 바로바로 답장 주라.”
 
“엄마 바꿔줄께.”
 
전화를 나에게 건네주는 남편이 급기야 울음을 터뜨리며 눕더니 얼굴을 베개에 묻어버렸다.우는 남편을 보는 나의 눈에서도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렸다.
 
“우리 문방이 시집을 가야 한시름 놓겠는데.”
 
잠자리에 드는 남편이 하는 말이다.
 
과연 딸이 시집을 간다고 한시름 놓을 수 있을까?
 
어릴 때부터 딸 문방이는 독립심이 강하고 당 차서 친척, 친구들로부터 자주 칭찬을 듣군 했다.
 
“쟤는 어데 내 놔도 걱정이 필요없는 애야.”
 
나와 남편도 딸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딸의 대학지망, 직장선택을 다 딸한테 맡기고 꼬물도 걱정을 안 했다. 딸이 고등학교를 다녀서부터는 오히려 엄마인 내가 딸에게 많이 의지했었다. 그만큼 무심하기도 했다. 아빠, 엄마인 우리가 딸을 너무 믿은 나머지 딸에 대한 보호의식자체가 미약해져버린 것이다. 그래서 딸의 주변을 요해하려는 생각은 전혀 못 했던 것 같다.
 
“우린 기본이 안 된 부모야.”
 
남편의 말이 지금 귀가에 쟁쟁하다. 내가 생각해도 기본이 안 된 것 같다.
 
아버지가 떠오른다. 어머니가 돌아가셔 장례를 치르고 나서 사흗날, 아버지가 아들, 딸, 며느리, 사위를 부르셨다. 가족회의를 하신단다.
 
“난 너들 엄마한테 평생 자격 없는 남편으로 살았다. 너희들에게도 훌륭한 아버지가 못 되어주었다.”
 
“너희들은 훌륭한 남편, 아내, 훌륭한 아버지, 어머니로 살기 바란다.”
 
애써 눈물을 참는 아버지를 보는 내 마음이 몹시 아팠다.
 
아버지가 옛 날 얘기를 하셨다. 맏 딸인 내가 시중학교에서 기숙사생활을 할 때였다. 주말에 내가 집에 왔는데 이튿날 학교로 가야 하는 나에게 줄 차비 1.3원이 없어서 어머니가 온 동네를 돌며 빌렸단다.
 
벌써 35년 세월이 지났지만 잊을 수가 없으시단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못 난 남편을 만나 평생 고생을 했다고 괴로워하셨다.
 
아버지도 당신이 기본이 못 된 남편이셨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기본, 기초와 근본을 두고 말한다.
 
기본을 갖춘 부모가 되려면 뭘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고민을 해 보게 된다.
 
우리는 가정에서 부모, 자식, 남편, 아내로, 형님(언니, 누나), 동생으로 사회에서는 스승, 제자, 선배, 후배, 상사, 직원, 동료로 각자가 있는 자리에서 각자의 배역을 담당하고 있다. 배역담당에서 가장 필요한 것을 말할라 치면 바로 기본을 지키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야 상하좌우가 서로가 조화를 이루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과연 나는 내가 있는 자리에서 기본을 잘 지키고 있는 것일까?
 
피 마르던 반시간이 나를 뒤돌아보게 하고 있다.
/방예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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