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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이 발보다 많습니다(袜比脚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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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중방송편집부 작성일17-02-07 10:03 조회7,97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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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이 발보다 많습니다(袜比脚多).”, 이게 무슨 말이냐구요? 양말전문매장의 패쪽위에 써놓은 멘트이다. 한자로 아주 멋진 서예체로 씌여졌는데 "발"자는 글대신 발모양을 예쁘게 그려넣었다. 아주 눈에 띈다. 어떤가? 매장 안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충동이 생기지 않는가?

 

“양말이 발보다 많습니다.”, 이 기발하고도 창의성이 돋보이는 멘트는 나의 옛 직장상사이자 친구인 중국 동북 모 지방방송국 특집프로부 조부장의 아이디어이다. 자신의 가게에 이런 멋진 "작품"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조부장은 내가 아는 한족, 조선족, 한국인을 통털어서 가장 존경하고 탄복하는 사람가운데의 한 사람이다. 조부장은 한족이다.

 

나보다 4살 이상인 조부장은 나보다 2년 늦게 방송국에 입사했다. 향진 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다가 방송국에 입사한 그는 입사하자부터 뛰어난 문필로 방송국 고참들을 놀래웠다. 그리고 사람을 진솔하게 대하고 일처리에서는 뛰어난 지략을 보여주어 누군가 그를 “삼국지”에 나오는 방통같다고 했다. 그를 방통이라 함은 그의 외모도 방통처럼 보통 "수준"과 좀 거리가 있기때문이다.

 

내가 조부장을 탄복하고 존경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조부장이 방송국에 입사할 때 그의 가정 경제형편은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시골의 농민가정에서 막내로 태어난 그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도 없고 아내는 무직업자라 빠듯한 살림을 살았다. 조부장이 방송국에 입사한 첫해 아내가 외지에 나가 아이스크림 장사도 했었는데 썩 시원치 않은지 접고 이듬해 자그마한 양말가게를 차렸다.

 

가게라 해봤자 다른 사람 가게 한 쪽 벽 모퉁이를 임대 맡아 물건을 조금 진열해놓은 것이다. 가게이름은 “삼호양말업( 三好袜行 )”이었다. 업(行)이라, 규모에 비해 이름이 어마어마했다. “삼호(三好)”는 품질, 신용, 서비스 등 세 가지가 좋음을 뜻한다고 했다.

 

가게는 양말과 스타킹만 취급했는데 구멍가게나 다름없었지만 메이커도 들여왔으며 저가상품은 아예 취급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품질을 따라세웠다. 그래서 처음부터 단골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원을 활용했다. 방송국에서 근무하는 우세를 살려 영상광고를 멋지게 촬영하여 저녁 황금시간대에 TV에 광고를 거의 매일 내보냈다(광고부 부장과 절친이었기때문에 아마도 무상이었을 것이다).

 

1년 후 가게를 찾았는데 그 때는 벽 한 면을 다 차지하고 품목도 많이 다양해졌다. 양말, 스타킹뿐만아니라 여러 브랜드의 기모바지를 다양한 디자니어로 들여왔고 무릎보호대, 스포츠양말도 들여왔다. 품질도 좋고 가격도 합리해서 고객이 점점 늘어났다. 여하튼 양말, 스타킹, 기모바지 구입을 위해 "삼호양말"가게를 찾으면 빈손으로 나갈 수 없었다. 백화점을 찾던 고객들의 발길도 돌려세우면서 고객이 점점 고급화추세를 보여주었다.

 

3년 후 조부장은 가게를 통째로 맡고 방한내의, 장갑 등 몇개 품목을 더 늘였다.

 

그로부터 10년간 조부장은 속옷 전문매장 2개를 더 늘여 매장을 3개 갖추게 되었다. 두개 매장에서 각각 한가지 속옷 브랜드를 취급했는데 모두 중국의 속옷 명브랜드였다. 이 두 속옷 브랜드 본사에서 선후하여 조부방의 매장을 찾아화 속옷 지역독점판매를 부탁했다고 했다. 돈 한푼 안들이고 지역독점판매권을 따낸 것이다.

 

오동나무가 크니 봉황이 깃들었다고 할가.

 

그동안 조부장은 부지런히 TV광고를 때리고 서비스질을 높이면서 매장 이미지 관리에 주력하였다. 매장 판매원들을 젊고 예쁜 아가씨로 모집하고 교육 훈련 기구에 보내어 전문 교육 훈련을 받게 함으로써 고객관리를 철저하게 따라세웠다.

 

자그마한 양말매장을 시작으로 조부장은 지금까지 장사를 20년 해왔다. 현재 그의 가게는 TV광고를 때리지 않아도 될만큼 현지에서 입지를 굳혔다. 그동안 조부장은 큼직하 아파트 한 채, 차고 하나, 아주 괜찮은 승용차 한 대를 장만했으며 대학 졸업한 아들에게 할빈시내에 꽤 근사한 커피숍도 차려주었다. 뿐만아니라 직장일에도 게을리 하지 않아 승진하여 교통방송국의 국장직을 맡게 되었다.

 

조부장은 아주 평범한 사람이다. 순수 자수성가한 사람이다. 그의 사업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면서 한가지 단어가 시종 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끈기"이다.

 

내가 있는 그 자리에서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다져가며 일을 해 나간 것, 늦다고 조급해하지 않고 적다고 포기하지 않고 탕개를 늦추지 않고 노력에 노력을 경주한 것이 좋은 결실을 맺은 것이다. 다름아닌 끈기로 이루어낸 것이다.

 

다른 밥상의 떡이 더 큰가 넘보고 능력은 안 되면서 어떻게 하면 "큰 건" 하나 터뜨려 볼가 허영심에 들떠있는 그런 사람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시사하는 바가 아주 크다.

 

끈기가 있다고 다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끈기가 없다면 성공은 운운할 수 없다고 본다. 졸부가 몇이나 될까?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조부장이 만약 조선족이라면 어떠했을까? 어떤 결과물을 보여주었을까?

 

민족마다 근성이 있고 개개인마다 장점과 단점이 있는데 우리 민족에겐 어쩜 이러한 끈기가 상대적으로 결여하지 않나 싶다. 우리는 스스로도 "냄비근성"이 강한 민족이라고 인정하니 말이다.

 

누구나, 무슨 일을 하나 필요한 것이 뭐니뭐니해도 끈기인 것 같다. 중도하차해서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말은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

/방예금 기자

 

 

 

[이 게시물은 한중방송 님에 의해 2017-02-07 22:26:51 메인뉴스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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