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무엇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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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중방송편집부 작성일17-02-01 09:36 조회7,360회 댓글0건본문
중국에서 가장 처음 방영된 한국 드라마는 “사랑이 무엇이길래?”이다. 20몇 년 전 중국 관영매체인 cctv에서 이 드라마가 방영될 때 그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이 드라마가 방영되던 그 시간대는 워낙 백화점이 고객들로 가장 붐비는 시간대인데 이 드라마 때문에 백화점마다 찾는 고객이 없어 영업 액이 뚝 떨어졌다고 한다.
“사랑이 무엇이길래?”, 나도 상식적으로는 약간 이해하지 못할 사랑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를 아주 재미있게 봤다. 아주 인상 깊은 드라마였다.
정월 초하룻날 큰 사촌언니네 가서 설을 쇠게 되었는데 설 쇠러 온 작은 사촌언니를 보면서 문득 “사랑이 무엇이길래?” 드라마가 떠올랐다. 드라마 제목이 시종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첫째 큰아버지 늦둥이 딸로 태어난 작은 사촌언니는 20살 때 아들이 없는 65세 난 아버지를 모시고 시집을 가게 되었다. 남편은 키가 작고 외모가 아주 쑬쑬한 시골 총각이었다. 마음씨가 착하다 못해 약간 남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하던 남편은 똑똑하다 못해 똑 부러진 사촌언니에게 장가든 후 천지개벽의 변화를 맞아왔다. 동네에서 다시는 누구도 감히 그를 막 대하질 못했다고 한다.
사촌언니는 남편이 전혀 눈에 차지 않았다. 그러구러 큰아버지도 돌아가고 사촌언니와 남편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애가 13살 나던 해 사촌언니는 끝내 남편과 이혼도장을 찍었다. 아버지때문에 하는 수없이 맘에 없는 남자와 결혼했는데 이번엔 “참사랑”을 만났다고 했다. 언니에겐 “참사랑”이라는 남자를 우리 방씨가문에선 누구도 반기는 사람이 없었다. 한마디로 “비호감형”이었다.
집안에서 반기던 반기지 않던 사촌언니는 “참사랑”과 아기자기 잘 사는 듯 싶었다. 그러던 지난해 초 어느날, 큰 사촌언니가 울면서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작은 사촌언니가 이혼하겠다고 한다는 것이다. 재혼 16 년 만에 작은 사촌언니가 또 이혼을 택한 것이다. 사연을 들어보니 마음이 어진 큰 사촌언니가 울만도 했다.
사촌언니가 몸에 이상이 느껴져 병원을 찾았는데 병원에서 방광암을 의심하면서 큰 병원을 찾아 정밀검사를 받아보라고 하더란다. 충격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집에 와서 남편에게 상황을 얘기하면서 모 대학병원 암치료쎈터에 가야겠는데 손에 쥔 돈이 없으니 돈을 좀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남편이 단 돈 10만원을 건네주면서 검진다녀오라고 하더란다. 남편이 건네준 돈 10만원을 지니고 병원을 향하는 언니는 말 할수 없는 허탈감과 슬픔이 몰려오면서 두 눈에선 눈물이 줄 끊어진 구슬처럼 흘러내렸다.
아내가 암증일 가능성이 커서 병원에 검진을 다녀와야 한다는데 혼자 보내다니?(그때 남편은 현장 근무 중 손가락을 다쳐 집에서 쉬고 있었다)야속하고 괘씸했다. 병원에 도착하니 문득 잊고 있던 신용카드가 생각나 사촌언니는 신용카드를 긁고 현금은 쓰지 않았다.
“여보, 신용카드가 있는 걸 깜박했어요. 당신 준 돈 안 썼어요.”
검진을 마치고 집에 들어온 사촌언니는 10만원을 TV위에다 놔두었다. 설마 했는데 얼마 뒤 보니 남편이 그 돈을 어느새 챙겼더란다. 순간 사촌언니 마음이 싸늘하게 식어졌다.
“이 사람을 그냥 믿고 살다간 내가 언제 죽을지 모르겠다.”
사촌언니는 이혼을 결심했다. 남편이 손찌검을 하던 일, 자신이 데려온 아들에게 입에 담지 못 할 욕설을 퍼 붓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면서 남편을 향한 마음 문이 완전히 닫혀버렸다.
“다른 건 다 떠나서 내 아들을 고와하지는 못 할망정 미워하다 못해 입에 욕설을 담고 있는 그런 남자를 남편이라고 더는 못 따르겠다.”
그런데 남편이 이혼은 죽어도 못해주겠단다.
“네 아들을 망라해 네 언니네 가족까지 멸족시킬테니 그런 줄 알아라.”
위협공갈까지 들이댔다. 기어이 이혼하겠거든 중국에 있는 아파트는 물론 한국에 있는 전세집도 다 포기하란다. 정말 어이가 없다.
중국에 있는 아파트는 사촌언니가 지금의 남편과 혼인신고하기 전에 산 집인데 사촌언니가 남편에 대한 사랑의 증표를 보여준다며 남편 명의로 샀던 것이다. 전세집도 사촌언니가 번 돈으로 보증금을 낸 것이다.
남편이란 사람한테서 16년 동안 얻어서 써 본 돈은 고작 한국 돈 60만원 밖에 안 된단다. 그런데 이런 억지다. 법적으로 중국에 있는 집은 사촌언니 몫이 없다. 그저 사람 양심에 맡길 수밖에.
결국 사촌언니는 지난해 11월 남편에게 중국에 있는 집 외에 위자료로 한국 돈 4500만원을 더 주고 깨끗하게 이혼수속을 밟았다. 경제적으로 손해를 봤지만 누가 봐도 앓던 이가 빠진 일이다. 축하할만한 일이다.
그런데 이게 웬 말이람, 정월 초하룻날 술 몇잔이 들어가자 언니가 전 남편이 그립다며 눈물콧물을 쥐여 짤 줄이야.
“다른 건 몰라도 그 사람 나는 예뻐해줬단 말이다.”
“지금은 그 사람 나한테 잘 해줬던 것만 생각난다.”
기가 막혀 말이 나가지 않았다. 횡설수설도 유분수지.
그러던 사촌언니가 “제정신이 들었”는지 “똑똑한” 말 한마디를 했다.
이혼할 때 전 남편에게 마지막으로 “당신 다른 건 다 좋은데 인간성이 안 좋아” 이런 말을 해줬다고 했다.
그러고는 또 횡설수설하면서 눈물을 쥐어짠다.
“난 이젠 그 사람한테 가고싶어도 다시 못 간다.”
듣다못해, 보다 못해 남편이 한마디를 했다.
“처형, 인간성이 안 된 사람은 기본이 안 된다는 말인데 그런 사람 깨끗하게 잊어요.”
다른 건 다 좋은데 인간성이 안 좋단다, 인간성이 안 좋은 사람이 그립단다, 인간성이 안 된 사람을 사랑한단다. 아무리 눈에 콩깍지가 씌워도, 아무리 사랑에 눈이 멀어도... ...
사랑이 무엇이길래?
사촌언니에게 있어서 사랑은 헌신이었다. 사촌언니의 사랑은 일방적인 순종이었고 충성이었다.
재가하여 남편과 사는 동안 사촌언니는 설을 망라한 명절 때마다 시댁 친척들을 챙기느라 친정 친척들은 완전히 “뒷전”이었다. 명절 때 시댁식구들이 빈손으로 한 방 가득 몇날며칠을 와있어도 표정한번 변치 않고 깍듯하게 대접했던 언니다. 이런 사촌언니에게 돌아온 건 전 남편의 핀잔과 잔소리뿐이었다고 한다.
오죽 답답했으면 말수 적기로 소문난 넷째 큰아버지가 이런 말을 하셨겠는가?
"넌 남의 사정엔 그렇게 밝은데 네 자신은 사는게 왜 이 모양이니?"
사촌언니에게 있어서 사랑은 "똑똑"한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마법같은 존재인듯 싶다.
사촌언니가 눈물콧물을 쥐어짜더니 이번엔 또 이런 넉두리를 한다.
“그 사람 성칼 있고 결단성 있고 남자답단 말이다. 다시는 그런 남자 얻을 것 같지 못하구나.”
아무리 “인간성이 안 좋아”도 끌리는 데가 있는가 보다. 사랑은 그냥 사랑이라는 걸가? 내가 좋아하니까? 내가 사랑하니까? 사촌언니는 사랑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만족했고 행복했던 것 같다. 그래서 비록 사랑을 받지는 못했지만 사랑을 줄 수 있었던 16년이란 세월이 전혀 후회스럽지 않았고 지금 와서 되레 그리워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사랑이 왜 그립지 않았겠냐마는, 받는 사랑과 주는 사랑가운데서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촌언니는 그냥 주는 사랑을 선택했던 모양이다.
사랑이 무엇이길래?
당사자는 행복했을런지 모르겠지만 방관자가 보기엔 코막고 답답할 뿐이다.
사촌언니가 이젠 지난 “사랑”을 깨끗이 잊고 새로이 사랑다운 사랑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주는 사랑만 말고 주고받는 사랑을 했으면 좋겠다.
/방예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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