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농부(問於農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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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중방송 작성일17-04-23 18:30 조회10,460회 댓글0건본문
세종어록 현장에 답이 있다
‘문어농부(問於農夫)란 농부에게 물었다’는 뜻이다. 재위 7년째가 되는 1425년은 세종대왕에게 가장 어려운 시기였다.
‘20년 이래로 이와 같은 가뭄은 보지 못하였다’는 세종의 말이 보여주듯이 조선에 극심한 가뭄이 들었다. 가뭄을 걱정한 나머지 열흘 동안 꼬박 앉아서 날이 샐 때까지 기도하던 세종은 급기야 몸져눕고 말았다.
세종은 50여 일의 병환으로 열흘간은 조정에서 장례를 준비해야 할 정도로 매우 건강이 좋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도 조정 관리들은 한 사람이 옳다 하면 다 따라서 옳다 하고, 한 사람이 그르다 하면 다 따라서 그르다하며 줏대 없이 눈치를 보고 남의 의견에 따르는 풍토가 만연했다.
이런 상황에서 세종은 직접 현장에 나가보았다. 이날 세종은 ‘가뭄이 너무 심하다. 소나기가 잠시 내렸으나 안개가 끼고 흙비가 왔을 뿐이다. 기후가 순조롭지 못하여 이렇게 되니 현장에 직접 나가서 벼농사 형편을 알아보리라’ 하고 드디어 도성의 서문 밖에 나가 주변을 두루 살폈다.
이날 세종은 행차에 호위군관 한 명만 따라오게 하고, 홍양산(繖과 큰 부채(扇) 등을 생략하게 했다. 경호와 권위상징을 위한 일체의 장치들을 제거하고 그야말로 단신으로 백성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금년 벼농사는 모두들 꽤 잘 되었다’고 하더니 오늘 보니 눈물이 날 지경이다‘고 말하며 마음 아파했다.
인상적인 것은 벼가 잘 자라지 못한 곳을 보면 반드시 걸음을 멈추고 ‘농부에게 그 까닭을 물었다’는 말입니다. 들판의 농부에게 다가가 무엇이 제일 필요하며 어떤 것을 도와주면 좋겠는지 물어보고 경청했다.
세종이 이처럼 백성들을 직접 찾아가 만난 이유는 그의 말 그대로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군주는 마땅히 나라의 근본인 백성들을 기르고 풍족하게 하는 일을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백성들을 찾아가 그들을 만나보고 진정으로 바라는 게 무엇인지를 묻고 들어야 한다고 보았았다.
세종은 비록 배우지 못하고 어리석은 백성이라 하더라도 신명한 존재로 그들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하며 ‘나라의 근본인 백성의 소리를 듣고 억울한 사정을 풀어주는 것이 정치의 올바른 도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점심은 들지 않고 돌아 왔다’는 실록속의 세종의 모습은 흉년으로 인해 백성들의 고통과 어려움을 걱정하며 어떻게 하면 이들에게 먹 거리를 해결해 줄 수 있을까 걱정하는 마음이 묻어 있다. 여민(與民)의 군주 세종, 그는 백성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백성의 굶주림을 자신의 굶주림으로, 그리고 백성에 행복을 함께 나눈 진정한 애민(愛民)의 군주였다.
/전길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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