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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피는 봄날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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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중방송 작성일21-04-05 11:33 조회1,65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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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로부터 벚꽃이 만개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내 생애에서 첫 벚꽃 놀이는 동경上野공원에서였다. 그때 그 황홀하였던 추억은 잊혀지지 않고 오래 동안 내 옆에 머물 고 있다. 

 

“ぉ花見”라는 작문을 써서 1등상 을 받았던 기억도 생생하다. 수없이 소소한 일들은 하나 둘 기억속에서 사라져 가지만 그때 그 벚꽃의 아름다움만은 기억속 깊숙한 곳에 숨어있다.


꽃을 싫어하는 여자가 어디 있으랴만 나의 꽃 사랑은 극성스럽다. 봄꽃 중에서도 가장 화려한꽃인 벚꽃 사랑은 더 유별나다. 해마 다 봄이 오면 나는 싱숭생숭 들뜬 마음의 안정을 찾아 오직 이쁜 벚꽃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혼자서라도 꽃구경에 나서곤 하였다. 시골 요양원에서 간병할 때에는 요양원 뒤산 언덕에 올라 야생벚꽃 구경에 신이 났었다. 산등성이에 우뚝 솟은 아름드리 벚꽃나무의 연분홍 꽃은 순수 절세 미인과 같아 환성이 절로 터지는 순간이었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 벚꽃이 만개하던 2019년 봄이었다. 꽃놀이 가서 느긋하게 즐길 여유가 없는 나는 속이 좋지 않다는 핑게로 용인 서울병원으로 진료 받으러 떠났다. 직행하면 도보로10분 거리지만 벚꽃 구경하려고 봄바람 살랑살랑 맞으며 벚꽃이 눈처럼 흩날리는 경안천 산책로를 에돌아갔다. 벚꽃 나무아래서 하늘을 쳐다보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를 맞았다. 설레기도 하고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꽃잎의 유혹을 따라 봄 속으로 들어가는 듯 했다. 


용인 서울병원에서 진료 마치고 근처에 사 는 지인을 만나기로 약속하고 병원 앞 버스역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애들이 방과하여 버스역은 붐볐다. 대대리 캠핑골로 벚꽃놀이 간다고 야단들이다. 중학생들인데 립스틱 빨갛게 바르고 교복치마는 팬티가 보일 정도로 짧았다. 아마도 교문 나서자 화장하고 치장했나 보다. 한창 이뻐지고 싶은  소녀들의 청순한 마음이 아닐까 싶어 나도 모르게 입귀에 웃음이 떴다. 애들 차림새가 조금은 불편하긴 했지만 웃고 떠드는 모습에 생기가 넘쳐 보기 좋았다.

 

한창 떠들썩하더니 여러 선로 버스가  지나가면서 여학생들은 다 빠져나가고 남학생 한명이 버스기사 앞에서 머뭇거리다 도로 내려서 안절부절 못한다. 처음에는 무심했는데 남학생이 왔다갔다 하면서 어쩔 바를 몰라 하는걸 보고 주시하게 되였다. 누군가와 통화하는 말을 엿들으니 카드를 가져오지 않았고 현금도 없다 하였다. 아마도 지갑을 가져오지 않은 모양이다. 그 남학생은 버스에서 내렸고 먼저 떠난 여학생들과도 일행이 아닌 듯 했다. 버스의 배차간격이30분이여서 다음 차를 놓치면 또 30분을 기다려야 한다.

 

나의 지갑을 열어보니 다행히 현금 몇장이 있었다. 안도감에 “학생, 이걸로 차비해”하고 천원 짜리 몇장하고 백원짜리 동전도 챙겨줬다. 수집움에 귀까지 빨개지면서 감사하다고 연신 깍듯이 인사하고 버스를 타고 떠나가는 남학생을 보면서 나는 흐뭇했다.


오랫 만에 만난 지인과 경안천 산책길에서 해 볕이 따뜻한 봄을 만끽하고 싱그러운 벚꽃의 매력을 물씬 느끼면서 벚꽃을 배경으로 인증 샷도 실컷 찍고 마음껏 회포도 풀었다. 여름에 걷다 나무그늘에 앉아 잠시 땀을 식혀가듯 지친 마음을 힐링하고 요양병원으로 돌아왔다.

 

그날은 더없이 즐거운 하루였다. 곤욕에 빠진 어린 학생을 도울 수 있어서 뿌듯했고 화려한 벚꽃 속에서 온 세상 즐거움을 다 느껴서 행복했다. 그날을 생각하면 오늘도 행복해진다.

 

환자가 잠든 이 저녁에 병원옥상에 올라와 쏟아지는 밤 하늘의 별빛을 보면서 코로나전의 일상을 그리며 추억 속 여행을 다녀왔다.

 

밖에는 봄이 왔지만 우리 마음은 감히 봄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도 벚꽃대신 옥상에 피어날 살구꽃으로 봄을 맞아야 할 것 같다...

2021년 봄을 맞으면서
/김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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