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사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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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중방송 작성일20-12-01 09:54 조회2,366회 댓글0건본문
병실창가로 바라보이는 은행나무 단풍은 햇빛에 반사되여 그 아름다움이 황홀하다. 꽃이 이쁜들 이보다 더 고울까?! 찰칵 찰칵, 셀카로 추억도 남겼는데 어느덧 낙엽이 바람에 날려 창문을 두드린다.
낙엽이 떨어진 앙상한 가지는 칼바람 겨울을 견뎌야겠으니 처량하고 아파 보인다. 마치도 코로나에 갇힌 간병사의 삶 같아서 가슴이 먹먹하다.
고향에는 30평 아파트를 비여 두고 이국 타향에 와서 3평짜리 원룸 월세 살이에 내 중년의 삶이 덧없이 흘러간다. 돈 벌겠다고 시작한 간병일인데 이토록 험난할 줄 몰랐다.
간병일이란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많이 힘든 직업이다. 가족의 몫이였던 간병이 바쁜 일상에서 사회의 한 구성부분이 되였다. 재활치료 기저귀 갈기, 목욕, 약물투약, 식사보조, 침상정리, 병실청소 등 정신없이 일해야 한다. 요양병원에서는 석션 피딩 등 간호사가 해야 하는 의료행위까지 간병사가 해야 하는데 하루하루가 전쟁터다.
딱딱하고 좁은 보조침대에서 편히 누울 수도 없고 환자의 기침가래소리 신음소리에 일어나야 하고 코고는 소리, 잠꼬대소리 치매환자의 고함소리에 편히 잘 수도 없다. 몸을 잠간 기대고 싶어도 눈치가 보이고 까칠한 환자나 보호자, 간호사에게 마음의 상처를 받는 경우도 있다. 교체근무 없이 24시간을 환자 곁에 있어야 하니 개인생활은 거의 포기해야만 한다. 코로나 이후 개인생활은 완전히 포기해야만 해서 간병일은 더 힘들어졌다.
간병사는 화가 나도 참고 억울해도 참고 미워도 미워하면 안 된다. 간병일은 봉사와 희생정신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직업이다. 늘 환자의 손과 발이 되여야 하고 환자의 그림자가 되어야 한다. 코로나 시기 환자들도 지치기는 마찬가지다. 인지는 떨어져가고 수시로 불평불만이 생기고 원하시는 것도 많아져 간다.
가끔은 질식우려가 있어 병원 반입이 금지된 음식들도 찾으시군 한다. 옆방 할머니 방울토마도가 그렇게 먹고 싶다 하니 착하고 마음 따뜻한 간병사는 규제 위반인줄 알면서도 방울토마도 하나하나를 뜨거운 물에 껍질을 벗기고 작은 과일칼로 다지고 다져서 조심스럽게 한 숟가락씩 떠드린다. 맛있게 드시는 할머니 행복의 미소 지으시며 소원 풀었다고 만족해한다. 간병사는 이처럼 섬세하고 지혜롭고 배려심이 깊어야 한다. 간병사는 늘 환자의 작은 위로와 힘이 될 수 있음에 행복해한다.
보호자 방문이 금지된 요즘 간병사는 환자의 자식 몫까지 해야 하는 일도 생긴다. 어제 돌아가신 할머니의 빈 침상을 쓸쓸히 바라보면서 오늘도 소리 없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간병사가 있다. 임종 앞둔 할머니 “무섭다 곁에 있어다오, 손잡아 다오”했단다. 돌아올 수없는 먼 길을 홀로 가시려니 얼마나 외로우실까?
자랑스러운 이 간병사는 아들대신 딸 대신 할머니 손 꼭 잡고 임종 지켜드렸다. 할머니가 너무 불쌍하고 안쓰러워서 마음이 찢어지게 아팠단다. 간병사는 많이도 울었다.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에 더 많이 울었다. “여사님의 희생으로 여러 사람이 고마워하고 행복해 합니다. 복 받으실 겁니다.” 하시는 병원장님의 응원에 위로가 되고 힘이 난다. 간병사의 하루는 오늘도 이렇게 지치며 흘러간다.
간병일은 강한 의지와 끈기도 있어야 한다. 누룽지가 유일한 간식이였던 어린 시절 우리는먼지 나는 비포장 길을 달려 학교로 갔다. 배우려고 머나먼 길을 달리고 또 달렸었다. 부모님 세대가 모래판에 글 쓰던 시절을 생각하면서 공책을 쓸 수 있는 것에 만족하고 자랐고 자기보다 남을 위해야 하는 지조를 지키며 자랐다. 이 모든 게 지금 코로나위기를 이겨갈 수 있는 동력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세월은 하염없이 흘러 코로나에 갇힌 삶이 11개월째다. 갑갑한 병실에만 갇힌 숨막히는 감금 아닌 감금생활이다. 병원옥상 하늘정원에 장미꽃, 나리꽃이 피니 봄이 온줄 알았고 나무에 달린 살구가 익어가니 여름이 온 줄 알았으며 은행나무에 단풍드니 가을이 온 줄 알았다.
이젠 많이 힘들고 지친다. 두렵고 외롭다. 요양병원 요양원에서 수시로 감염자가 나온다. 코로나는 좀더 가까이에서 우리 신변을 위협한다. 우린 오랜 세월 코로나라는 터널속에 갇혀 있다. 이 터널이 얼마나 험난할지 언제까지 견뎌야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터널이란 끝이 있으니 언젠가는 종식될 거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인생은 다행이도 내일로 계속되고 기다림은 행복으로 다가 올 것이다. 위기에 닥쳤다고 도망가지 말고 두렵지만 후회 없이 부딪치자. 먼 훗날 지금 이 아픔이 어떻게 기록될지는 역사의 몫이고 우리에게는 당당하게 기억될 우리의 역사가 될 것이니 말이다. 좀 더 견디고좀 더 힘을 내면 우리의 앞날은 더 밝아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우리 모두 더 힘을 내자! 희망의 밝은 미래를 위하여!
♡ 간병사님들, 자랑스럽습니다.
부디 건강하세요.
꼭 건강하셔야 합니다. 회이팅!!
/김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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