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에서의 노인들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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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중방송 작성일21-07-09 19:54 조회1,414회 댓글0건본문
의료기술의 발달과 경제성장으로 인한 급속한 고령화의 진행으로 노인 인구의 증가와 더불어 노인성 질병이 증가하고 있다. 중풍, 치매, 당뇨, 암 등 노인성 질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이 해마다 기학적 숫자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 사회는 인구의 고령화 문제가 사회적 위험으로 간주되어 복지 행정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인 개입의 필요성이 인식되어 정부가 노인 장기 보험 제도를 도입하게 되었다. 2008년 7월부터 '노인 요양 보험제도'가 시행된 후 전국 방방곳곳에서 우후죽순마냥 요양병원들이 일떠섰다. 2019년까지 통계에 의하면 1,560여개나 되었다. 이에 따라 간병인 수요량도 급속히 늘어났다. 간병협회, 또는 업체 입장에서도 중국동포를 채용하면 인건비가 많이 절감되기에 서로 다투어 중국동포 간병인들을 채용하려고 경쟁하는 실정이다.
퇴직한 후 시간적 여유가 있어 60넘는 나이에 나는 한국에 와서 다년간 간병 일을 해왔다. 요양병원은 말 그대로 병원모식대로 꾸며졌다. 병실마다 간병인 1명씩 배치하여 24시 근무하면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몇년간 요양병원에서 거의 휴식일 없이 노인들의 손과 발이 되어 간병일 하면서 내가 몸소 체험하고 보고 느낀 점들을 그대로 글로 적어 보련다.
요양병원에 입소한 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83세 이상이다. 그리고 노인들 대부분이 치매를 앓고 있다. 병실마다 누워서 귀저기 사용하는 외상환자가 대부분이고 자립능력 있는 환자가 간혹 1~2명씩 있다.
간병인의 역할은 불편한 신체활동 보조에 그치지 않는다. 아니, 그보다 더 큰 '정서적 지지'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무너져 내리면서 감정기복을 이루는 어르신들의 마음을 달래 줘야한다. 즉 치매환자들의 간병이 제일 힘든 일이다. 하여 나라에서는 간병인을 감정노동자라고 한다. 자신의 감정을 특별하게 사용해 일하거나 실제 감정을 감추고 새로운 감정을 만들어 내여 일하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치매환자들의 이유 없는 폭언을 듣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폭행을 당하거나 생명의 위협까지 받는 사례도 있다. 치매는 정말 암보다 더 무서운 노인성 정신질환이다. 심하면 자기 자식도 몰라보고 가족도 알아보지 못한다.
귀저기 마구 뜯어버리고 대소변도 벽에다 칠하거나 느닷없이 얼굴에다 '화장'까지 한다. 밤새 자지 않고 소리 지르고 보따리 싸들고 집 간다고 소동피우는 경우가 매일 이 방 저 방에서 터져 나온다. 치매환자가 있으면 매일 전쟁터다. 하루도 조용히 넘어가는 날이 없다. 어떤 돌발 행동을 할지 몰라 늘 불안하다. 기억을 잃어가는 치매노인들의 삶은 참 비참하다.
요양병원은 노인들이 소외된 곳이기도 하고 세상과 단절된 또 다른 세상이다. 어르신들마다 행복하다고 느끼는 눈빛을 볼 수 없고 늘 우울한 표정, 슬픈 모습들이다 죽는 날만 기다리는 희망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들의 일상이래야 눈뜨면 먹고, 자고, 배설하는 일만 이들의 몫이다. 재미있는 프로그램도 별로 없고 멀쩡한 노인들은 대화상대도 없어 지루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치매 환자들의 돌발 상황 방지를 대비해 출입구 문은 항상 잠금 장치로 돼 있다. 1년 365일, 바깥 구경도 못하고 바깥공기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내가 맡아보고 있던 방에는 93세 되는 할머니가 계셨다. 할머니는 90 넘는 고령인데도 사유가 밝고 행동이 민첩하시고 아주 똑똑하신 어르신이다. 이 할머니가 늘 하시는 말씀이 이곳이야 말로 '창살 없는 감옥'이고 '산 고려장'이라고 한다. 젊어서 사는 게 세상이지 늙어서 사는 게 삶이 있는 세상이 아니라고 하시면서 매일 하나님께 기도 하신다. 하나님께서 하루속히 당신을 하늘나라로 데려가라고...
자식은 키워봤자 다 소용없다고 하신다. 내가 늙어서 요양원 신세질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하시면서 자주 자식들을 원망하셨다.
요양시설에 부모를 모시는 자식들은 대체로 두 부류로 나누어진다. 한 부류는 사회생활 직장생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부모님을 요양시설에 보냈지만 자주 찾아뵙고 온갖 정성과 효도를 하는 자식들이다. 또한 부류는 자기들의 삶에 부모가 부담스러워 효도는 남의 손에 넘기고 자주 찾아뵙지도 않는 부류다. 슬프게도 이 부류가 점점 더 많아지는 게 요즘 세상이다.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는 시대가 거의 끝나 가는 듯 하다. 세월이 변하니 사람의 사고와 가치관, 모든 것이 변해간다. '효'가 점점 사라지는 세월이다. 서울 명문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부모님들의 기대수명이 63세란 기사를 인터넷에서 봤다. 자식을 나무랄 수도 없는 오늘의 현실이다.
몇년전 내가 경기도의 모 요양병원에서 일할 때 나의 옆방에서 있은 얘기다. 김씨 성을 가진 할머니는 저금통장 9개를 가지고 요양병원에 입소하여 만년을 보내셨다. 슬하에 자식 5남매를 두셨다. 할머니의 자식들은 다른 집 자식보다 효도하는 편이였다. 거의 주말마다 드나들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유품을 정리하면서 통장을 열어보니 통장마다 잔고가 만원(한화)씩 밖에 없었다고 한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우리에게 깊은 사색을 남겼던 이야기다.
세상이 “돈이 효자”인 시대로 바뀌어 가고 있다. 돈이 있어야 자식에게도 대접받는 세상이다. 내가 가끔 할머니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 무엇인가 물어 보면 한결 같이 하시는 말씀이 절대 죽기 전에 재산을 주지 말라는 부탁이였다. 돈을 무덤까지 가지고 가라고 한다.
돈이 '효'로 바뀐 세상이 돌아오니 요즘 법으로 효도 법을 만들고 있다. 한국에는 '효도 계약서'같은 법이 나오고 중국에는 '노년권익 보장법'이 나왔다.
몸이란 늙으면 쇠약해지고 병의 온상이니 깨지기 쉽다. 생명이 다하면 자연으로 돌아간다. 사람은 늙으면 병들어 죽을 수도 있고 자연사로 돌아 갈수도 있다. 죽는 방식은 각양각색이다. 요양병원에서의 죽음은 연명치료를 거쳐야만 죽을 수 있다. 코 줄에, 소변 줄에, 산소 줄에 줄줄이 달고 인공호흡기에 의거하면서 연명한다.
이런 삶을 언제까지나 이어갈지 아무도 모른다. 연명치료를 중단하여 존엄 있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도 일종 현명한 선택이다.
다년간 간병일 하면서 삶의 마지막 나날들을 보내는 노인들과 함께 지내면서 이분들의 오늘 모습이 머지않아 내일의 나의 모습으로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슬퍼진다.
우리 세대는 늙으면 요양원밖에 갈 곳이 없다. 그러나 경제실력에 따라 삶의 질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거기서 거기다 늙으면 누구나 오부(五不行)를 피면할 수 없다. 내 발로 걸을 수 없고(我足不行), 내손으로 먹을 수 없고(我手不食), 내 입으로 말 못하고 (我口不言), 내 귀로 듣지 못하고(我耳不聪), 내 눈으로 보지 못하니(我目不视), 남의 신세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너무 오래 살다보면 자식에게 짐이 되어 괄시받기 십상이니 적당하게 살다 가는 게 좋은 일이겠지만 뜻대로, 의지대로 되지 않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치매만은 걸리지 말아야 겠다는 욕심에서 나는 변변치 않는 글 솜씨로 이렇게 적어보면서 평생 공부하고 배우는 일을 멈추지 않으련다. 치매예방의 제일 효과적인 방법은 잠자고 있는 뇌세포를 끊임없이 자극시켜 활성화 시키는 것이니까...
/문홍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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