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늙으막 원격 사랑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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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중방송 작성일21-07-22 11:07 조회1,308회 댓글0건본문
나의 병이 점점 심해지자 나의 제의로 우리 부부는 60세후부터 각방 별거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니 사랑방식도 원격으로 변했다.
원격 사랑은 어떻게 하나?
첫째, 집안일에 일절 관계치 않는다. 60세 전에는 집안일은 내가 주관했으나 60세 후엔 손을 뗐다. 아내가 아들과 상의할 때면 나는 곁눈도 주지 않는다. 어떤 때는 빼놓은 낫자루 신세가 됐다는 서글픈 생각이 들었으나 바로 그 생각을 지워버렸다.
빼놓은 낫자루가 얼마나 편안한가?!
둘째, 아내의 불평을 끝까지 다 들어준다. 60세 전에는 아내가 불평을 부리면 꽥 소리를 지르며 집에서 뛰쳐나가 취할 때까지 술을 마셨다. 그런데 지금은 아내가 불평을 토로하면 끝까지 들어주며 잘못했다고 생각되는 것은 즉석에서 사과 반성한다. 그러면 아내의 속에 맺혔던 옹이 즉석에서 풀어진다.
셋째, 아내가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 60세 전에는 아내가 좋아하던 말든 날마다 술을 한병 이상 마셨다. 술을 좀 작작 마시라고 하면 더 마셨다. 애가 탄 아내는 술 공장이 몽땅 폭발했으면 춤 추겠다고까지 말했다.
그런데 지금은 좋은 안주가 있거나 손님이 오면 아내가 따라 준대로 마신다. 그러니 술 공장을 폭파시킬 필요가 없다.
넷째, 이전엔 아내가 한 반찬이 짜다 싱겁다 맛없다고 잔소리를 좀 했으나 지금은 가타부타 말없이 정량만 먹는다. 그러니 아내는 더 열심히 건강식을 만든다.
다섯째, 집안에서나 밥상머리에서 내가 먼저 화제를 꺼내지 않는다.
예전에는 내가 화제를 먼저 꺼내고 왈가왈 했다. 즉 혼자서 아는 소리를 다 했다. 아내가 이런 나를 싫어하는 것을 눈치 챈 나는 지금 화제를 먼저 꺼내지 않고 아내나 아들이 화제
를 꺼내면 듣기만 한다. 물을 때라야 간단명료하게 답만 한다.
여섯째.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60세 전에는 통증이 심하면 누구 탓만 해서 신경질을 부려 아내는 어쩔 바를 몰라 했다. 지금은 자신을 많이 반성한다. 아픈 것이 내 잘못이니 아프다는 말을 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아픈 부위는 손으로 맛 사지를 한다. 그래도 아프면 진통크림을 바르거나 진통제를 복용한다.
웬간한 통증은 아픔으로 생각지 않고 친구로 생각한다. 아픔을 느끼는 것은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이니 고맙게 생각된다. 그 후부터 나는 걸으면 환자이고 앉아있으면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어 환자 같지 않다.
그러니 아내도 시름 놓고 일터로 다닐 수 있다.
일곱째. 약 사용량을 팍 줄였다. 60세전에는 약 광고를 열심히 시청했고 좋다고 생각되는 약은 아내를 시켜 즉시 사오도록 했다. 그래서 약주머니에는 늘 10여종 약이 들어있었다. 약값도 한 달에 2000여원 들었다. 아내는 이런 나에게 뭐라고 말할 수 없어 참고 지냈다.
그런데 60세 지나니 철이 들어서인지 더는 약 광고 뒤를 따르지 않았다. 지금 매일 복용하는 약은 두 가지다. 뼈 염증 치료약 식이유황과 대장건강에 도움 되는 유산균이다. 대신 늘어난 것은 운동시간이다. 볕 쪼임과 걷기운동을 30분에서 한 시간으로 늘렸다. 매일 밖에 나가는 나를 보는 아내의 얼굴에는 이전의 근심이 사라졌다.
이것이 바로 원격 사랑방식이다.
75세인 나는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원격 사랑방식을 계속 끌고 가련다.
/최영철 부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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