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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 노동은 덕이 되어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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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중방송편집부 작성일15-11-07 10:24 조회8,07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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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KCNTV한중방송에 정기출연하면서 제2의 방송인생을 펼쳐가고 있는 나는 참된 방송인으로 성장하도록 나를 이끌어주셨던 직장 동료이자 스승인 홍인표선생님을 가끔 떠 올리군 한다. 

1979년 3월, 흑룡강성 아성현방송국에서는 조선말방송을 창설하기 위해 조선족 직원 3명을 모집했는데 나는 공채를 거쳐 그중 일원으로 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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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국에 출근한 첫날, 보통 키에 눈빛이 날카로우면서도 약간 슬픔이 엿보이고 조금은 냉정해 보이는 30살 좌우의 남자가 조선어부 홍인표주임이라고 방송국 책임자가 소개를 했다. 
 
출근한지 며칠 안 되는 어느날, 갑자기 사무실 복도에서 "찰싹" 뺨 치는 소리가 나더니 쇼오궈(小郭)라는 한족 동료가 "와--"하는 울음소리가 들렸다. 웬 일인가 싶어 달려나갔더니 홍인표선생님이 쇼오궈의 따귀를 후려쳤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쇼오궈가 다른 동료한테 "꼬리빵즈" 어쩌구 저쩌구 하며 조선족을 폄하하여 말하기에 마침 지나가던 홍인표선생님에게 맞다들려 한대 얻어 맞은 것이였다. 

이 일이 있은 후부터 아성방송국에서는 농담이든 진담이든 조선민족을 폄하하는 말은 금물이 돼 버렸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내가 생각하던 냉정과는 달리 홍인표선생님은 부드러운 면이 있어 조선족 동료뿐 아니라 한족 동료들과의 관계도 아주 화합적이였다.
 
방송국 동료들은 주말이면 여러명이 같이 자전거를 타고 20여키로미터쯤 떨어진 홍인표선생님의 시골 집으로 가서 사모님이 해 주신 개장국에 막걸리를 마시며 놀기를 즐기군 했다. 한족동료들도 조선민족의 노래 장단에 맞춰 흥얼흥얼, 어깨 춤도 덩실덩실 하루 밤을 즐기다 이튿날에야 돌아 오군 했다. 

한 조선족소학교의 교장이였던 홍인표선생님은 시와 문학에 재질이 있었고 방송기사는 흠 잡을데 없이 깔끔하였다. 우리들에 대한 요구도 높았다. 조선족 학교는 4년밖에 못 다니고 한족학교 고중을 나온 나는 조선글 기사를 다루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열성은 높아 방송시간 외에 짬만 있으면 취재나갔다. 그런데 내용이 모자라지 않으면 글 다루는 솜씨가 서툴러 수개할 부분이 많았다. 그때마다 홍인표선생님은 인내성있게 일일이 지적해 주시며 습작지식에 대해 가르쳐 주셨다. 

한번은 할빈제약공장의 모범 간부로 이름난 아성 분공장 기계수리작업장의 안정복주임을 취재하기 위해 공장과 집까지 찾아가 취재하고 밤새 장편기사를 써서 이튿날 홍인표선생님에게 바쳤다. 내심 칭찬을 기대하는 나에게 "수고가 많았소. 그런데 묘사가 많고 실질적인 내용이 부족해 인물이 생동하지 않소. 취재 내용이 좀 부족하단 말이오. " 하면서 홍인표선생님은 인물기사를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해 자상히 가르쳐 주시며 "성실한 로동은 덕이 되어 돌아오니 열심히 쓰다보면 훌륭한 기사가 꼭 나올거요."하면서  나의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나는 소홀함을 뉘우치며 한여름 뙈약볕도 아랑곳없이 할빈제약공장을 향해 다시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았다. 

홍인표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으며 나는 눈 뜨이게 성장해 갔다. 지난 80년대부터 2008년 퇴직하기전까지 내가 쓴 기사는 본 방송국외에도 흑룡강신문사, 흑룡강방송, 중앙방송국 등 언론매체에 륙속 나갔는데 1998년에는 흑룡강신문에만 67편의 원고가 실리는 최고 기록을 내기도 하고 퇴직하기전까지 련속 상급 언론매체의 우수 통신원, 특약기자로 활약했다. 그리고 중앙방송국과 흑룡강방송국, 흑룡강신문사 및 한족매체인 흑룡강텔레비전방송, 하얼빈텔레비전방송 등 우수 원고 평의에서 십여차나 1등상을 받았다. 

 "선족(鲜族)"이란 말은 적잖은 사람들이 조선족의 략칭으로 여기고 있었다. 나도그런줄로만 알았기에 한족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던중  " 선족 " 이란 말이 자연스럽게 튀어 나왔다. 그랬더니 홍인표선생님이  "선족"은 조선족의 략칭이 아니고 일본식민주의자가 우리민족을 폄하하여 고의적으로 아침의 나라를 상징하는 "조"자를 빼서 "선족"이라 부르는 것이니 다시는 "선족"이라 부르면 안된다고 일깨워 주셨다. 그 후부터 나는 명심하고 조선족 호칭을 수호하는 선전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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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아성방송국에 텔레비전방송이 탄생되면서 라디오방송 청취율이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하였다. 이때 홍인표선생님은 스스로 비디오를 구입해서 아성시 조선족사회의 뉴스를 동영상으로 촬영하여 텔레비전프로에 동참하자고 했다. 왜냐면 조선말방송은 라디오에만 국한되다보니 방송국에서 우리에게 비디오를 사 줄리는 만무했기 때문이다. 홍인표선생님은 이 제안을 상급 해당 부문에 보고하는 동시에 아성시 조선족 지명인사들을 초청하여 도움을 청했는데 이외로 적극적인 호응을 받았다. 

1994년, 홍인표선생님의 적극적인 추진하에 아성시방송국에서 주최하는 조선말방송 창설 15주년 경축행사가 있었다.  경축행사에서 아성의 조선족지명인사들은 고급 비디오 한대를 충분히 구입할수 있는 성금을 선뜻 내 놓으며 조선말방송 전용으로만 쓰이도록 해 주었다.  하여 아성시방송국 조선말방송은 흑룡강성에서 가장 먼저 비디오를 갖춘 조선말방송이 되여 조선족들을 영상으로 홍보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 

1996년  10월 6일, 우리를 이끌고 동분서주하던 홍인표선생님의 안색이 흐리고 몹시 지쳐 보였다. 할빈의과대학제1병원에 검사받으려 가야 한단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사모님이 동반해 가지만 중국어가 짧은게 걱정되여 무작정 따라 나섰다. 

검사결과는 오후에야 나왔다. 내가 가지러 들어갔다. 초보적인 진단은 간암 말기같은데 정확한 결과는 일주일후에 나온단다. 이게 무슨 청천병력인가! 너무 충격적이여서 나는 몸을 휘청거렸다.
 
아무리 참으려해도 샘 솟듯 나오는 눈물은 억제할 수가 없었다. 돌아서서 한참 울다가 마음을 다잡고 문밖에 나오니 홍인표선생님이 서 계셨다. 나는 아직 진단이 안 나오고 일주일후에야 정확한 진단이 나온다고 했다. "솔직하게 말해 봐, 화실이가 우는 걸 보고 나도 내 병에 짐작이 갔소". 선생님은 내가 오래동안 나오지 않으니 궁금해서 왔다가 문틈으로 내가 우는걸 보았던 것이다.  

일주일후의 최종 진단도 내가 가지러 나섰다. 처음의 진단이 오진이였음을 간절히 빌었지만 결론은 똑 같았다. 진단서를 들고 늦가을 낙엽을 밟으며 할빈역으로 향하는 나의 마음은 서글프기 그지없었다. 
1996년11월23일, 48세의 한창 나이인 홍인표선생님은 아쉽게도 세상을 떠났다.  

홍인표선생님이 타계하신지도 어언간 19년이 되였다. 그간 나는  홍인표선생님의 뒤를 이어 조선민족을 위한 방송을 끝까지 지키며 어엿한 방송인으로 성장했으며 퇴직한 후에도 성실한 로동으로 한국에서 보람찬 새 삶을 열어가고 있다. 

/이화실 기자

 

[이 게시물은 한중방송 님에 의해 2015-11-12 23:12:30 메인뉴스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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