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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주콩에 대한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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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중방송편집부 작성일15-12-11 10:01 조회8,24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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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텔레비전을  보다가 메주콩을 삼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가마솥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메주콩을 보노라니 문득 어린 시절 메주콩을 얼려 먹던 기억이 새삼스레 떠올랐다.
 
대지가 꽁꽁 얼고 온통 흰 눈으로 뒤덮인 동짓달이 오면  어머니는 메주를 쑤기 위해 하루 종일 불려 놓았던 메주콩을 큰 가마솥에 넣고 끓였다. 그때마다 우리 자매들은 바늘에다 실을 길다랗게 꿰놓고는 가마솥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메주콩이 익기를 학수고대했다.
 
메주콩이 다 익으면 서둘러 제각기 큰 대접에다 콩을 떠서 담았다. 그리고는 방 구들에 빙 둘러 앉아 실에다 콩을 한 알씩 한 알씩 구슬 꿰듯이 꿰였다. 콩 구슬이 기다랗게 다 꿰여지면 바깥에 들고 나가 닭장 지붕위에 소복이 쌓여있는 흰 눈속에다 쏙~밀어넣고 들어와서 기다렸다.
 
반시간쯤 지나면 우리는 서둘러 달려나가 닭장위 눈속에서 얼린 콩을 꺼내 들고서 먹기 시작했다. 꽁꽁 얼어 버린 메주콩 한알을 빼서 입안에 쏙 넣으면 “쏴~~” 하고 온몸에 퍼지는 시원함 그리고 그 뒤에 따르는 고소함은 둘도 없는 별미였다.
 
어머니가 많이 먹으면 배탈 난다고 말리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아마도 저녁내내 먹었을 것이다.
간식이라고는 누룽지밖에 몰랐던 시대라 메주콩은 1년에 한번밖에 차례지지 않는 특혜였기에 우리는 삶은 메주콩을 잔뜩 얼려 놓고 두고 두고 먹어 댔다.
 
한번은 얼린 메주콩 가지러 나갔다가 족제비를 잡은적도 있었다.
 
한 밤중에 닭장에 갔는데 갑자기 닭장안에서 닭들이 울어대고 요동치는 소리가 들렸다. “ 엄마야~” 놀라 뛰여 들어와서 아버지께 말씀드렸더니 “족제비가 온 모양이구나”하시면서 아버지는 서둘러 장갑을 끼고 뛰쳐 나가셨다. 날쌔기로 이름난 아버지는 닭장에 조그마한 구멍이 나 있는 곳을 발견하고는 그 곳을 돌로 막아 놓고 닭장 문으로 다짜고짜 손을 쑥 들이밀어넣으시더니 이내 고양이보다 좀 큰 누르스럼한 족제비를 모가지를 꼭 잡아 끄집어 내셨다.
 
그때만 해도 겨울만 되면 족제비가 가끔 마을로 내려와 닭장을 습격하군 했었다.
 
40여년이 지난 지금은 세상이 참으로 많이 바뀌였다. 간식거리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가짓수가 풍부하다. 얼린 메주콩을 간식으로 먹고 싶어 기다리던 시절은 까마득한 옛 추억이 되 버렸다. 그런데 지금 그 얼린 메주콩이 그리워난다.
 
얼음도시인 고향 하얼빈에는 벌써 흰 눈이 많이 내렸단다. 서설은 풍년의 조짐이라 하니 고향이나 한국이나 내년에는 대 풍년이 들어 온 국민이 보다 조화롭고 여유로운  삶을 즐기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이화실
 
 
 
[이 게시물은 한중방송 님에 의해 2015-12-13 21:54:36 메인뉴스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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