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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엄마와 함께 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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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중방송 작성일22-12-23 17:52 조회39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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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엄마의 치아를 치료해 드리려고 외지 남동생집에 계시는 엄마를 우리집에 모셔왔었다. 언녕부터 빠져버린 앞 치아 하나를 고쳐 드리려고 했지만 “이 나이에 무슨.”하시면서 극구 거절하는지라 포기하고 있었는데 “독서 왕”으로 텔레비전방송에 나가신 후부터 마음을 달리 하신 것 같다.
 
이번에는 나의 의사에 거절하지 않으시고 흔쾌히 나섰다. 몇 번의 치료를 거쳐 가쯘한 치아가 완성되던 날 엄마는 그렇게도 기뻐하시면서 은근히 자꾸 거울을 들여다 보신다.
 
비록 87세의 고령이시지만 엄마는 그래도 여자로서 아름다워지고 싶은 마음이셨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 오신 김에 백화점 돌이도 한번 가자고 졸랐다.
 
엄마는 고질병인 풍습성 관절염 때문에 많이 고생하고 계시는지라 걷기가 불편하다. 엄마의 아픈 다리를 고려한 나는 며칠 전 이미 엄마한테 알선할 옷 브랜드를 골라 핸드폰에 저장해놓았다.
 
하여 곧바로 엄마를 모시고 그 옷 매장으로 향했다. 엄마와 나의 촉감이 너무도 일치하게 맞아 떨어져 손쉽게 마음에 드시는 코드랑 내의를 고를 수 있었다.
 
비록 겉으로는 “이 나이에 무슨 옷이냐”하고 이야기 하지만 직접 고르고 입어보시는 이 순간만은 아주 행복해 하시는 모습이셨다. 나는 엄마의 오늘의 행복한 웃음을 마음속에 영원히 간직해 두고 싶었다,
 
나는 어쩌다 바깥출입을 하신 엄마에게 맛있는 음식이라도 대접하고 싶어 물어 보았더니 “시원히 냉면을 드시겠다”고 한다.
 
나는 사랑하는 엄마랑 같이 쇼핑하고 국수집에 가는 것 자체가 너무도 고맙고 감사 했다,
 
오늘의 모든 순간들이 고마움과 행복으로 가득 차 즐거움에 도취되어 있는 그 시각 어느덧 얼음이 동동 뜨는 냉면 한 그릇이 나왔다.
 
엄마는 예전에 그렇게도 즐겨 드시던 냉면이지만 겨우 1/4도 못 드신다. 아마도 너무 찬 음식이라 생각보다 몸속에서 받아주지 못한가보다.
 
비록 얼마 드시지는 못했지만 오랜만에 쇼핑하고 식사하는 자체가 무척 반가워하시는 모습이다.
 
의자에 앉으신 엄마의 수척한 모습을 지켜보던 나의 눈에선 어느새 뜨거운 난류가 몰래 흘러내린다.
 
조금만 더 일찍 엄마를 모시고 옷도 사드리고 맛 집도 다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면 이쁜 옷도 더 많이 입고 소원대로 맛있는 음식도 더 많이 드실텐데…
 
이제 울 엄마한테 남은 시간은 얼마나 될까? 내가 “엄마”라고 부를 수 있는 기회는 얼마나 남았을까?
 
되돌릴 수 없는 시간 앞에서 한해가 다르게 작아지고 쇠약해지는 엄마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뒤늦게 깨 닿는 자신의 무지함에 나는 애탄 가슴만 허비고 또 허빈다.
 
항상 가족을 위해 자신을 과감히 헌신한 울 엄마를 “무명영웅”이란 칭호만 주지 말고 좀 더 엄마를 챙겨주고 존경하고 사랑하지 못한 것이 오늘 뼈저리게 느껴진다.
 
장기 환자였던 아버지를 그렇게도 잘 공대하시면서 집 안팎의 모든 힘든 일 도맡아 하신 엄마는 늘 자신을 제일 마지막 위치에 놓으셨다…
 
엄마의 초불 사랑에 자식들은 나날이 성장하여 지금 중년이 된 이때에야 엄마를 더 깊이 이해하고 존경하게 된다.
 
엄마는 위대한 존재이며 나의 삶의 영원한 롤 모델이시다,
 
지금 엄마는 여유시간이 충분한지라 힘든 젊은 시절 하시지 못했던 독서를 마음껏 하고 계신다. “청년생활” 등 3가지 잡지와 “길림신문” 등 2개 신문을 해마다 주문하여 구독하시면서 좋은 내용은 꼭꼭 오려 내여 엄마만의 특유한 스크린을 만들고 있다.
 
나는 엄마의 노년생활이 풍부하시고 즐겁기를 바라지만 귀여운 손군들을 둔 중년이라 함께 곁에 있어주는 시간이 많지 못하다.
 
이제 엄마에게 남은 시간 얼마일지는 몰라도 엄마랑 같이 보내는 순간, 순간을 보석처럼 소중히 여기면서 뜻 깊고 행복한 만남을 많이 만들어 갈 것이다.
/남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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