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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아침저녁 가격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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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중방송 작성일24-01-26 11:39 조회7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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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굴처럼 답답하고 조용하던 일산 동네는 그래도 닷새 걸린 하루 장날만은 흥성하였다.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며 조는 듯 마는 듯 하던 팔순 영감이 설겆이 하는 노친을 바라보며 “여보, 오늘 장날이네. 바람 쐬러 가지.”
 
노친은 설겆이를 하면서 들은둥 마는둥 묵묵부답이다.
 
《여보, 오늘 장날이요.》
 
영감의 목소리는 높아졌다.
 
《장을 봐야지요. 살 것도 많은데...》
 
텔레비전전 소리에 또는 귀가 먼 노친은 그제야 영감 말을 듣고 대답을 한다.
 
늙은 양주는 집을 나서 장터에 들어섰다. 장터에 가지각색 장사군들의 “사세요. 사세요.” 외침 소리가 구성지게 울렸다.
 
늙은 양주는 2시간 동안 장터를 돌았지만 노친 손에 1.000원 주고 산 콩나물 비닐봉지 하나를 들고 집에 들어섰다.
 
늙은 양주는 고향에서 농사를 짓다가 25년 전 한국에 입국하여 영감은 현장에서 목수일을 하고 노친은 식당에서 주방 일을 하면서 돈을 벌어 육남매나 되는 아들딸을 모두 성가시키느라 그동안 적금해둔 돈 한 푼도 없이 다 털어 지금은 남은 재산이라야 그저 원룸 전세 집 하나뿐이다.
 
이제는 기력이 모자라 돈벌이 좋은 한국에서 일전 한 푼 못 벌고 그저 늙은 양주가 밀차를 끌고 이 골목 저 골목 다니면서 종이박스를 주어 고물상에 팔아 용돈을 벌어 쓰는 것이다. 늙은 양주가 무병하여 병원에 가는 일이 없는 것이 천만 당행이다.
 
해는 뉘엿뉘엿 서편으로 지고 있다.
 
늙은 양주는 집을 나서 느리게 어정어정 걸어 장터에 또 나왔다.
 
《사세요.》 소리 대신 《떨이요, 떨이...》 소리가 귀를 기분 좋게 간지럽게 해준다. 오전의 절편 한 팩 2,000원이 저녁에는 한 팩이 1,000원이다. 그리고 시금치, 오이, 돼지고기... 등 오전에 비하여 가격차가 반으로 줄었다.
 
날이 서서히 어두워지자 늙은 양주는 각각 양손에 떡과 야채를 담은 비닐봉지를 들고 집으로 발길을 옮긴다.
 
그들의 발걸음은 뒤에서 울려오는 “떨이요, 떨이” 하는 사구려 소리에 더욱 가벼워진다.
/신석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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