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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서로의 지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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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중방송 작성일23-03-23 16:56 조회46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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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3월에 들어서자 병원옥상에서 걷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지고 있다. 아침 9시가 되면 따스한 해빛을 온몸에 만끽하며 산책하기가 정말 안성맞춤하다.
 
나는 환자를 재활치료실에 모셔다 드리고 여유시간에 옥상에 올라와 봄볕을 만끽하며 봄바람을 한 아름 안았다. 옥상에서 나는 심금을 울리는 아름다운 광경에 크게 감동하였다. 글쎄 팔순이 넘는 노부부(환자와 보호자)가 정답게 산책하는 모습이 너무 존경스러웠고 멋있었다.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이 노부부는 매일 이 시간대에 늘 함께 산책한다고 한다.
 
노부부는 아내가 뇌졸중 후유증으로 내가 근무하고 있는 병원에 입원한지 반년이 넘었다. 아내는 아직도 발걸음을 떼기 매우 힘들어 한다. 타인의 도움 없이는 한 발작 떼기도 어렵다. 한 발자국을 내 디딜 때마다 남편은 아내의 곁에 바짝 붙어 서서 아내의 허리춤을 꼭 잡아준다. 때론 완전히 남편 품에 의지해서 남편의 도움으로 몸의 균형을 맞춰가면서 힘겹게 한 발짝 한 발짝씩 겨우 걸음을 옮기기도 한다.
 
나도 모르게 부부의 표정을 살짝 훔쳐보았다. 부부의 표정은 긴장하면서도 평온하였다. 말 한마디도 없이 그저 앞만 바라볼 뿐 열심히 걷기만 한다. 이렇게 산책을 시작한지도 벌써 두 달이 가까워 온다. 봄이라지만 좀 쌀쌀해서인지 두 분 모두 검정색 얇은 거위 털 조끼를 커풀로 입었다. 그 모습마저도 다정하고 존경스럽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핸드폰으로 트로트 음악을 들으면서 조용히 걷기도 한다. 환자인 아내에게서는 비관과 우울한 그늘을 찾아 볼 수 없이 밝았다. 어쩌면 저렇게 다정하게 산책하는지 사람들은 부러움에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
 
만약 이 부부가 꽃다운 청춘, 20대에 결혼을 하셨다면 이미 60여년을 변함없이 동고동락 했을 것이다. 세파에 얼굴엔 주름이 늘어났고 아내는 병이 나서 고달픈 병원생활을 하고 있지만 부부의 사랑은 변치 않는 듯 여전히 다정한 모습이다.
 
몸이 성한 남편이 기꺼이 행동이 불편한 아내가 기댈 수 있게 지팡이가 되어 주고 있다. 세월이 흘러갈수록 더 깊게 쌓여지는 부부의 사랑과 서로의 신뢰가 온몸에 전해진다.
 
남의 도움 없이는 혼자서 무거운 지게의 짐을 질 수 없지만 지팡이가 있으면 바로 일어설 수 있다. 그야말로 지팡이의 힘은 참으로 대단하다.
 
부부로 인연을 맺고 모진 세월 속에 살아가노라면 힘들고 지치고 고통스러울 때가 수없이 많다. 그럴 때 이 부부처럼 서로 지탱하고 기댈 수 있는 지팡이와 같은 동반자가 된다면 황혼의 생활은 아름다울 것이다.
 
오늘도 노부부는 병원옥상에서 서로 기대고 부축하면서 산책하고 있다. 서로 기댈 수 있는 지팡이로 말이다. 간병인도 최선을 다해 환자에게 생의 희망을 안겨주고 환자가 기댈 수 있는 지팡이가 되여야 겠다.
/장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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