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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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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중방송편집부 작성일17-02-15 09:42 조회9,02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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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정어머니는 19세에 교사인 아버지에게 시집을 왔다. 아버지께선 중국 건국전의 교사였지만 동생들의 공부 뒤 바라지를 하시느라 결혼 전에 모아둔 자산이 전혀 없으셨다고 하였다. 하지만 아버지의 착한 심성, 잘 생긴 외모, 훤칠한 키에 반해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평생을 허락하셨다.

 

그 시절에 아버지와 어머니는 "쥐꼬리마한 월급"으로 셋방살이를 하면서 5남매를 키우시느라 매일매일 생활고에 허덕여야 했다. 한 달 국가 배급량으로는 아무리 아껴 먹어도 20일밖에 못 먹는다고 했다. 지금도 기억이 나는데 한 달에 배급받는 7명 몫 입쌀 주머니가 겨우 아기 베개통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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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을 보태려고 공터를 좀 얻어 밭을 일구었는데 어머니는 건강이 안 좋으셨지만 아버지와 함께 늘 밭으로 나가셨다. 부모님들은 마을 분들과 아주 잘 지내셨는데 길에서 마을어른들을 만나면 항상 깍듯이 인사를 하였다. 밭일을 끝내고 오다가   밭에서 일하는 분들이 눈에 띄면 꼭 끝까지 일손을 도와주시 군 하셨다. 

 

그때는 이해가 안 됐었다. 우리 일만 해도 힘든데... ...

 

가는 정이 있으면 오는 정도 있다더니 인품 좋은 마을사람들은 가을이면 너도나도 햅쌀을 맛보라고 우리 집에 가져다주었다.

 

어머니는 요리솜씨가 아주 뛰어나서 동네에서 주방장 역할을 하셨다. 결혼잔치, 환갑잔치 등 대사가 있는 집에서는 며칠 전부터 어머니를 모셔 갔다. 마음씨 따뜻하신 어머니는 형제자매가 없는 친구가 아프면 꼭 그 집을 방문하셔서 죽을 끓여 주시면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는데 친구 집 식구들의 밥까지 지어 놓고서야 집으로 돌아오셨다.

 

이러한 부모님을 보고 자란 우리 남매들도 어려서부터 무척 부지런하고 예의가 발라 항상 동네 어른들로부터 칭찬을 받았다.

 

나는 노래 듣기를 참 좋아한다. 노래 제목이 “검정 고무신”이란 노래는 지금도 기억 속에 또렷이 남아있다.

 

“어머님 따라 고무신 사러 가면 멍멍 개가 해를 쫓던 날, 길가에 민들레, 잃어버릴라 닳아질세라 애가 타던 우리 어머니...”

 

노래가사를 떠올리노라니 내가 철이 들 때까지 새 신 한번 신어보지 못하신 어머니가 가슴에 맺혀온다.

 

내가 어렸을 때 어머니가 한번은 무거운 물지게를 지고 걷다가 돌멩이에 부딪히면서 진흙탕에 빠졌는데 미처 나오지를 못 해 꽤 애를 먹었다고 했다. 어머니보다 키가 큰 아들들의 신발을 받아 기워 신었는데 어머니 발이 끈적끈적한 진흙탕에 빠져 무거워진, 발 보다 훨씬 큰 신발을 감당하시지 못했던 것이다.

 

어머니는 1996년에 한국에 나오셨었다. 나와 어머니는 둘이서 월세방을 맡고 같이 살았다. 그때 벌써 60세가 넘으신 어머니는 큰 식당에서 주방장 보조로 6년을 일하셨다. 하루 매상이 200만원을 넘어서는 족발집이였는데 일을 마칠 때가 되면 한 겨울인데도 불구하고 속옷까지 땀에 푹 젖어 있었다.

 

한 번은 어머니가 일 하시는 식당에서 하루 도와 달라고 해서 나갔었는데 너무 힘 들었다. 젊은 사람들은 하루 일하고는 모두 그만둔다고 한다. 식칼로 무우를 큰 대야로 3대야씩 썰어야 했는데 너무 힘들었다. 식사 때를 빼고는 엉덩이 붙이고 앚아 있을 시간이 없이 팽이처럼 돌아쳐야 했다. 그렇게 13시간을 서서 일하고 나니 현기증까지 났다. 어머니가 고생하시는 것이 너무 가슴 아파 나는 어머니더러 일을 그만두시라고 하였다. 하지만 어머니께서는 “나를 써주는 것만도 다행”이라고 하시면서 계속 열심히 출근하셨다.

 

어머니는 그렇게 6년을 그 족발 집에서 열심히 일 하셔서 번 돈으로 고향에 큰 아파트를 사 놓으셨다. 우리 남매들이 모두 한국에 있어 중국에 혼자 계신 연로하신 어머니가 걱정스러워 큰 남동생 내외가 한국에 모셔오겠다고 하지만 "내가 한국에서 일해 봐서 아는데 기계처럼 생활하는 자녀들께 아직은 짐이 되고 싶지 않다 "고 극구 사양하신다.

 

어머니는 한국에서 힘들게 일한 후유증으로 오른 팔이 많이 아프시다더니 식사 때 수저를 잘 들지 못하신다. 그래서 모임 장소를 기피하시는데 딸로서 참 속 상하고 가슴 아프다.

 

 

올해 우리 남매들은 한국에서 어머니 팔순잔치를 치러드렸다. 친척 친구들 그리고 고향의 지인들 모두 오셔서 어머니에게 축복의 인사를 드렸다. 어머니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예전에 내가 아플 때 어머니는 “내가 대신 아파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며 안타까운 눈물을 흘리셨다고 한다.

 

우리 자식들이 아프면 어머니가 아파하신다. 그래서 항상 행복한 모습을 어머니께 보여드리고 자 노력한다.

 

 

어머니가 아프시면 우리도 아프다. 어머니가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행복하게 만년을 보내시길 빌고 또 빈다.

/이천희

 

 
 
 

[이 게시물은 한중방송편집부님에 의해 2017-02-18 11:14:56 메인뉴스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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