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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인의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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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중방송 작성일22-03-14 10:48 조회1,19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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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는 코로나 세상에서 세 번째 설도 보냈다. 언제 빛이 보일지 가늠조차 어려운 어수선한 환경에서 어렵게 버텨온 2년 세월이었다. 코로나 팬더믹에서의 힘든 삶이  애심총회와 함께였기에 가능했다. 말없이 총회와 손잡고 따라주신 회원들 감사했다.
 
일상을 잃어버린 세월에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직업스트레스"가 간병인의 삶을 휘청이게 하고 있다. 오늘은 간병인의 "직업 스트레스"에 대해 말씀 드리겠다.
 
간병일은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이다. 간병인은  환자, 보호자, 간호사에게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아이러니하게도 간병인은 환자와 보호자, 간호사와의 관계에서 복종의 관계로서 3자 사이에서 늘 "갑"이 아닌 "을"의 위치에 처해 있다.
 
환자로부터 받는 스트레스
 
평범한 직장인이 월급만큼만 일하려 하듯 간병인도 간병비 만큼만 일하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늘 그 이상의 서비스를 하게 된다. 환자들은 아픈 몸에 불편한 심기를 간병인에게 쏟아낸다. 때로는 원하는 게 필요이상으로 많은 환자들이 있는데 그걸 충당시키지 못하면 실망하고 원망하는  일들이 생긴다. 화내고 소리 지르고 불평을 토로하고 삐져서 간병에 협조하지 않는 환자들도 있다. 스트레스에 견디지 못하여 간병인이 수없이 교체되기도 한다.  간병인은 이런 환자를 진상이라고 한다.
 
환자의 마음을 헤아려 믿음으로 돌보는데도 원하는 것을 스스로 알아서 해드리는데도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고 요건 요렇게, 저건 저렇게 하면서 잔소리가 많다. 속상한 일이다.
 
환자나 보호자는 "친절하고 상냥하고 부지런하면서도 알뜰한 간병인"을 좋아한다. 간병인도 마찬가지다.  간병인도 사람인지라 말없는 보호자가 좋고 얌전하고 예의바른 환자에게 더 잘해주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다. 그렇지  않은 환자에게는 막 대한다는 말은 아니다. 솔직히  "진상" 환자에게는 얼굴이라도 찡그리게 된다. 간병인이라고 무한한 인내와 사랑의 마음만 가질 수는 없다. 환자이니깐 잘해주어야지 하면서도 자존심을 박박 긁어주고 간병인을 무시하는 환자에게는 좋은 웃음 뒤에  어금이를 물고 일하는 간병인의 모습들을 가끔 보게 된다. 상한 마음을 꾹꾹 참아가면서 자신의 직업에 충실하는 모습이 대견하게 보이면서도 측은한 마음이 어렴풋이 생긴다.
 
때론 고민 끝에 일을 그만두려고 하는 간병인들이 있지만 쉽게 그만두지도 못한다. 간병 인력이 부족해서 우선 윗선인 팀장이 붙잡는다. 그 다음 후임자를 보내줘야 하는 협회가 일주일만, 한달만 하면서 사정하고 설득한다. 물론 환자에 대한 정이 눈꼽만큼도 없다면  그냥 그대로 짐 싸고 나가겠지만 사람이 그럴 수는 없다. 그래서 대부분은 그만둔다고 노래하다 지쳐서 눌러앉고 만다. 
 
간호사에게서 받는 스트레스
 
간호사는 스트레스를 환자에게 풀지 않는다. 아래 년차나  조무사, 간병인에게 푼다. 하여 간병인은 간호사의 화풀이 상대가 되기도 한다.  요양병원에서 흔히 있는 일인데 일부 까칠하고 인성이 차한 간호조무사들이 간병인이 하는 일에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투정부리고 한다.
 
보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이 표준척도가 없는데 뭐라  할 수도 없어 묵묵히 받아주면 그런 것들이 간병인에게는 스트레스로 돌아온다. 그렇다고 기분 나쁜 티를 내면 서로 언성이 높아지면서 스트레스는 배로 더 받게 되고요. 구인광고에 "간호사 샘들 착하다"는 문구가 필수처럼 오르는 이유이다. 이는 간호사로부터 받는 스트레스의 심각성을 설명해 준다.
 
제일 억울한 건 색안경을 쓴 간호사의 지적이다. 일이 좀 서툴고 마음이 어려보이는 간병인에게는 늘 짜증 섞인 어투로 대해서 분위기가 싸늘해지는 상황도 보게 된다. 대놓고 간병인 편을 들 수도  없어서 "별일 아닌 것 같으니 적당히 하시죠 " 하고 곁을 찌를 때도 있다.
 
여기서 지적해야 할 점은 좋은 간호사들이 많은 반면에 일부 인성이 못돼 먹은 간호조무사들이 있다는 거다. 간호사든 조무사든  통칭해 간호사선생님이라 불러주고 대우해주니 환자나 간병인을 아랫사람으로 보고 강압적인 태도로 짜증을 내고 지적하고 함부로 대하는 사람 됨됨이 미숙한 조무사도 있다는 게 문제다. 10년 넘긴 간병인은 웬만한 신출내기 조무사보다 더 전문성이 있는데도 "여사님 이렇게 해요. 저렇게 하세요."하고 명령하고 지시하는데 조무사가 벼슬인가 생각하는 모양이다. 조무사는 간병인의 상급은 맞지만 상전은 아니다.
 
보호자로부터 받는 스트레스
 
긴병에 효자가 없다는 말도 옛날 호랑이가 담배 피던 시절의 이야기인 듯 싶다. 요즘은 긴병에도 효자가 나오는 세상인 듯 하다. 부모님을 요양병원에 보내고 간병인의 고충은 뒤로하고 나름의 잣대로 불만만 쏟아내면서 이러 쿵 저러 쿵 갖은 효도를 다하는 것 같이 유난히도 떠드는  "효자" 보호자도 있다. 일부 "효자"들은 자기들도 하지 못하는 "효"를 간병인에게 요구한다. 이런 "효자" 보호자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로 감정이 상할 때가 많다.
 
코로나로 비대면 면회밖에 허용되지 않으니 보호자들은 더 예민하게 까칠해 진다. 환자의 상태를 보지 못하고 확인할 수 없으니 안타까운 심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지나치게 간섭하고 지적하면 간병인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간병비는 간병인의 노동의 대가이지만 일부 보호자는 비싼 간병비를 지불한다고, 간병인이 간병비 만큼의 일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 간병인에게 일 많이 시키라고, 쉴 새 없이 이것저것 요구하라고 환자에게 충고하기도 한다. 간병인은 서운한 마음에 인격을 무시당한 모멸감을 느끼면서 허무하고 회의감에 허탈해진다. 노동 강도에 비해 간병비는 아직도 미비하다는 것을 보호자는 모르는 것 같다. 간병인의 희생적인 노력과 수고는 보이지 않고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만 아까운걸까? 수발을 받는 환자나 보호자는 간병인을 인간적으로 따뜻하게 대해주어야 한다.
 
억울하고 속박당해 왔던 간병인의 감정, 망가지고 다쳐도 무심하게 내버려 뒀던 간병인의 스트레스를 살펴볼 시간이 되었다. 환자의 투정으로 받는 스트레스도 무던함으로 포장하고 묵묵히 버텨온 지난 세월, 코로나 일상에 지친 간병인에게 가장 좋은 약은 위로와 휴식이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간병인의 처우는 더 열악해지고 있다. 어떤 경우든지 갖은 방법을 찾아서라도 피로에 지친 내 육신에게 안일한 휴식 터를 마련해 줘야 한다.
 
몸이 아프면 진통제 먹듯이 스트레스 받고 마음과 머리가 아플 때에는 쉬여주고 맛난 거 먹고 내가 나를 돌보아야 한다. 내 감정의 주인은 내가 돼야 한다.
/김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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