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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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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중방송 작성일22-04-09 21:51 조회1,362회 댓글0건

본문

분명 비우고자 한 마음인데 무언가 자꾸만 비집고 들어온다.
 
마음도 종이처럼 접을 수 있다면 반듯하게 접어 세월의 서랍에 맡겨 두고 싶다. 엄청 먼 곳으로 갈 것처럼 잔뜩 쑤셔 넣은 배낭도 인젠 비울 때가 된 것 같다.
 
마음속에 비여 있는 공간이 없는 사람은 어떤 감동적인 시나 아름다운 음악도 울림을 줄 수 없어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없듯이 무엇이든지 차지하고 채우고자 하다보면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마음의 여유가 없는 삭막한 사람일수록 거칠어지고 사랑의 마음이 무뎌지고 거칠어져서 자신이 늘 잘난 생각만 하고 용서와 화해에는 엄청 인색하고 자기의 마음을 아집과 집착과 오만으로 가득 다 채우고 나면 아무리 아름다운 환경과 봄 향기 같은 꽃 내음도 마음은 이미 그것을 불어 넣을만한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한곡의 좋은 노래가 울리기 위해서는 우리 마음속에 그 노래가 울림을 줄 수 있는 빈 공간이 있어야 할 것이다.
 
교만, 질투, 이기심 같은 것들로 꽉 채워진 마음속에선 아름다운 음률이 울려 나올 수 없다는 얘기다.
 
음악을 싫어하는 사람치고 마음의 여유를 갖고 사는 사람을 본적이 있는가? 비워야만 채워지는 법이다.
 
이제 금방 시작한 인생처럼 생각되지만 자꾸만 내달리는 내 마음부터 추스릴 때 인 것 같다.
삭막하고 건조한 일과 관계의 사이에 끼워둔 여백에 아주 작아 보이지만 반짝이는 것들을 대신 넣어 주고 싶은 마음이다.
 
아름다운 시 한편 가슴속에 새겨 넣을 아주 작은 마음의 여백을 만들고 싶다.
 
우리는 우주의 작은 별의 여행자들이다.
명예도 권력도 모두가 허업(虚业)이 아니던가, 어차피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가는 인생인데 욕심 부려 무엇 하랴.
 
쌀밥에 된장국이면 족한 줄 알아야 할 것이다.
하늘이 부를 땐 모든 걸 내려놓고 훌훌 털고 떠나가야 할 것이다.
/김동휘 서울 독산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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